"이명박·박근혜 사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
"윤석열 총장은 '文정부 검찰총장'...정치 할 생각으로 검찰총장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인이 사건' 방지책? 입양 취소나 아동 바꾸는 방식으로..."
"백신 조기 확보 실패? 그렇지 않다...접종에 필요한 충분한 물량 확보"
"불통? 기자회견만이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어느 대통령보다 현장 방문 많이 해"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 못해...세대수 급증이 가격 상승 부추긴 측면 있다"
"박원순 사건? 극단적 선택 안타까워...당헌 개정은 당원들 선택 존중"
"지금 우리 경제는 거시적으로는 대단히 좋다...자신감 가지고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다. 2017년 5월 취임 이후 각종 실정(失政)으로 국민들을 고통 속으로 빠뜨린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5년 차인 2021년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진솔한 소통과 사과보다는 '변명'과 '궤변'으로 일관했다. 특유의 '자화자찬'은 덤이었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로부터 약 100분 동안 방역·사회, 정치·경제, 외교·안보 분야 질문을 받았다. 이번 기자회견은 작년 1월 이후 1년여 만으로, 문 대통령 취임 이후 6번째 기자회견이다. 우한코로나(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참석 대상은 청와대 출입 내·외신 기자 120명 중 20명으로 제한했다. 나머지 100명은 화상 연결 형태로 접속해 '채팅 질의'를 했다.

"이명박·박근혜 사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 "두분의 전임 대통령이 수감돼있는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면서도 "그래도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사실상 사면을 일축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며 "우리 국민들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 그래서 법원도 그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굉장히 무거운 형벌을 선고했는데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비록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총장은 '文정부 검찰총장'...정치 할 생각으로 검찰총장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간 갈등에 대해선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놓고 협력해 나가야 될 관계인데 그 과정에서 갈등이 부각된 것 같아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며 "윤석열 총장이 정치를 할 생각으로 검찰총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윤석열 총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들이 있지만 저는 저의 평을 한 마디로 말하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며 "법무부와 검찰이 함께 협력해서 검찰개혁이라는 대과제를 잘 마무리하고, 더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인이 사건' 방지책? 입양 취소나 아동 바꾸는 방식으로..."

문 대통령은 입양 후 양부모의 끔찍한 학대로 사망한 16개월 정인이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을 묻는 질문엔 "(아동 학대 관련) 제대로 대책이 마련돼있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동안 있었던 사건들을 교훈 삼아 이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입양 아동을 바꿀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발언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와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하는) 여러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해 나가면서 입양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입양이 무슨 물건을 사고파는 것처럼 간단한 문제냐며 대통령의 입양에 대한 가벼운 생각이 드러난 실언이었다고 비판했다.

"백신 조기 확보 실패? 그렇지 않다...접종에 필요한 충분한 물량 확보"

문 대통령은 우한코로나(코로나19) 백신 조기 확보에 사실상 실패해놓고도 "백신 접종에 필요한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다"고 강변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조금 더 백신을 빨리 확보할 수 있었을텐데 이에 대해 후회한 적 없느냐'는 BBC 외신기자 로라 비커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이같이 답했다.

문 대통령은 "처음 개발되는 백신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백신을 고르게 구입해서 위험 분산을 하고 있다"며 "오는 9월까지는 접종이 필요한 국민에게 1차 접종까지 마칠 계획이다. 그러면 집단 면역이 어느 정도 형성될 것이라고 보인다"고 했다. 또 "2차 접종 등을 4분기에 마저 하면 늦어도 12월엔 집단면역에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로 다음 달부턴 우리가 백신접종할 수 있고 치료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방역에서 성공을 거두고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접종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제가) 우선순위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아주 높아져서 백신을 기피하는 상황이 돼 솔선수범이 필요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불통? 기자회견만이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어느 대통령보다 현장 방문 많이 해"

문 대통령은 '불통' 지적 또한 인정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께서 소통을 많이 안 한다, 불통의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기자회견만이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느 대통령보다 현장 방문을 많이 했고 그곳에서 서로 양방향의 대화를 주고 받는 경우도 많았다. 앞으로 더욱 여건이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 못해...세대수 급증이 가격 상승 부추긴 측면 있다"

문 대통령은 수많은 대책에도 결국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부동산 폭등' 문제에 대해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일정 부분 잘못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시중에 유동성이 넘치고 저금리 상황이었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게 돼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무려 61만 세대가 늘어났다"며 "세대수 증가 이유를 분석해 봐야한다. 세대수가 급증하면서 우리가 예측했던 공급 물량보다 수요가 더 초과하게 되고, 그것으로 결국 공급 부족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역시 변명을 빼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어 '특단의 대책'을 설연휴 이전에 내놓겠다고 밝히며 "정부는 기존의 투기를 억제하는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동산 공급에 있어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 수도권, 특히 서울 시내에서 공공 부분의 참여와 주도를 더욱더 늘리고, 인센티브도 강화하고, 절차를 크게 단축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 대통령 기자회견을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 대통령 기자회견을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사건? 극단적 선택 안타까워...당헌 개정은 당원들 선택 존중"

문 대통령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여비서 성추행 사건에 대해선 "여러모로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자신이 당대표 시절 만든 당헌을 고치고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는 "민주당과 당원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피해자의 피해사실에 대해서 대단히 안타깝고, 그 이후에 2차 피해가 주장되는 상황도 안타깝다"며 "한편으론 박원순 시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으며, 왜 그런 극단적 선택했는지 하는 부분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당대표 시절 만든 '단체장의 귀책 사유로 재보선 선거가 이뤄질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규정을 뒤집고 민주당이 후보를 내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 "제가 만들었다고 당헌이 신성시 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종이 문서 속에 있는게 아니라 당헌들의 전체 의사가 당헌이다. 민주당의 선택, 민주당 당원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거시적으로는 대단히 좋다...자신감 가지고 있어"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자화자찬'으로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 경제는 거시적으로는 대단히 좋다. 2020년에 OECD 모든 국가들이 다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한국은 그래도 가장 선방을 해서, 이른바 최상위권의 성장률 유지를 했다"며 "뿐만 아니라 올해에도 작년에 다들 마이너스 성장을 크게 했기 때문에 마이너스 성장을 크게 한 나라일수록 올해 성장률이 더 높아지겠지만, 2020년과 올해의 경제 성장을 합쳐서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는 나라는 매우 드물다. 우리 한국은 올해 상반기 안으로 코로나 상황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이후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문재인을 찍은 손을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일관할 거면 기자회견은 도대체 왜 한 걸까?"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정인이 사건' 방지책이랍시고 입양 취소를 운운하는 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더 이상 문재인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인정하기 힘들다"고 개탄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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