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그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전망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논의가 활발하다. 대부분 근거가 있는 얘기들이지만 그 내용에서는 아쉬움도 남는다. 과연 이런 얘기만 하는 게 맞을까? 이 글은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현재의 정국 진단에서 2%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나름대로 채워보려는 노력이다.1. 윤석열 책임론이 맞는가지금 분위기는 '윤석열 만능설'에 가깝다. 윤석열 만능설이라고 했지만,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윤석열 씹기 만능설’이다. 윤석열 대통령만 비판하고 윤 대통령에게만 책임을 돌리면 모든 문제가
2020년 4월 제21대 총선 당시 광주광역시 서구갑 선거구에서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던 필자는 당시 “광주는 5.18 제사의 도시”라는 발언을 해서 많은 언론으로부터 ‘막말’이라며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 발언은 실언이 아니었다. 그 발언이 막말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나름대로 광주와 호남의 현실에 대한 오랜 고민 끝에 나온 발언이었고, 그에 따른 파장도 각오하고 내놓은 발언이었다.하지만 당시 필자가 정말 작심하고 한 발언은 ‘5.18 제사의 도시’가 아니었다. 진짜 방점을 두어 선거방송에
4·10 총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아니 올해 연초까지도 더불어민주당 압승이 점쳐지던 판세가 2월 들어 슬슬 분위기가 바뀐다 싶더니 이른바 비명횡사 친명횡재(非明橫死 親明橫財) 공천 논란이 불거지며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을 내세워 별다른 잡음 없이 무난하게 승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하지만 3월 들어 분위기는 다시 한번 뒤집어졌다. 결정적인 계기는 조국이 주도한 조국혁신당의 등장이었다. 조국혁신당 창당 이전에 민주당의 지지자들은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에 따른 도덕성 부담에다 공
4.10 총선을 40일가량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우열 구도에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신당을 추진 중인 조국 전 법무장관의 경우 민주당이 주도하는 좌파 연합이 200석을 넘게 확보,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함께 개헌까지 밀어붙인다는 목표를 공공연하게 거론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대선 결과를 뒤집는 것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권에서 미처 달성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국체의 변화 즉 레짐체인지까지 달성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드러냈던
2021년 10월 19일. 당시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윤석열은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은 인사말을 하던 도중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이제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 그거는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윤석열은 이어서 “이 분(전두환)은 군에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맡긴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최고의 전문가들을 뽑아서 적재
지난달 17일 에 ‘아직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가’라는 칼럼이 실렸다. 임지현 서강대 교수의 이 칼럼은 첫머리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인가?’ 묻고 [북한 지도부의 답변은 결단코 ‘노’]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나아가 지난해 12월 30일 김정은이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한 연설을 인용하며 ‘지금 한반도에서 시급한 것은 통일이 아닌, 평화적 외교 관계’라고 강조했다.남과 북이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하고 평양과 서울에 대사관을 개설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남과 북 쌍방이 상대방 정상을 향해
1. 좌파와 우파의 이념적 차이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우파에게 어마어마한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이 충격은 우파의 정치적 각성을 이끌어냈다. 그러한 정치적 각성에 따른 실천 가운데 하나가 다양한 정치학교를 시도한 것이다. 이것은 우파가 평소 좌파에게 느끼던 정치적 열등감을 반영한다. 하지만 이런 정치학교 가운데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우파 정치학교 프로그램 가운데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경우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걸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겨우 존재감을 유지하는 정도다. 우파 정치학교가 성공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2006년 개봉되어 국내에서만 1300만 명을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의 도입부에서는 어떤 미군 부대 내부의 모습이 소개된다. 미군 부대 내 어두컴컴한 실험실에서 어떤 미군이 한국인 군무원에게 화학폐기물을 한강에 방류하라고 지시하고 한국인 군무원이 이를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환한 대낮에 한강변에 출몰해 시민들을 공격하는 괴물이 등장하는 원인이 된다. 화학폐기물에 오염되어 유전자가 변형된 것으로 추정되는 괴물이 나타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이런 영화 설정의 모티브는 실제 사건에 근거하고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무척 혐오스러워하는 논리가 있다.‘일본이 조선을 근대화시켰다고? 그게 조선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나? 다 일본제국주의가 자신들의 조선 지배를 견고하게 하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한 것 아닌가? 그러니 높게 평가해줄 이유가 전혀 없다.’일제시대에 대한 토론이 좀 진척되면 자주 나오는 주장이다. 그럴 때마다 이런 얘기를 꺼내는 사람들의 지적 수준을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나마 좀 배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제시대에 대해 갖추고 있는 방어 논리 즉 일종의 방탄조끼 같은 것이지만 이런 논리 구조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최근
현재 대한민국에는 통일론이 없다. 물론 헌법에는 ‘평화통일’이 실현해야 할 목표로 명시되어 있고 좀더 구체화된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란 것이 있다. 문제는 이 통일 방안이 비현실적인 명분론에 불과하고 진정한 통일 방안에 대한 논의를 가로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1994년 8월 15일 김영삼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시한 방안으로 탈냉전과 남북 체제경쟁의 종결, 1992년 2월 19일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을 반영한 것이다. 통일이 하나의 민족공동체를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보다 16.6% 줄이자 여기에 대한 학계와 연구계의 반발이 거센 것이다. 1991년 이후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이 줄어든 것은 처음인데다 감소폭도 이례적으로 크다. 내년 예산안에서 연구개발 분야는 총 25조9천억원으로 올해(31조1천억원)보다 5조2천억원 가량 감소했다.연구개발 예산 삭감이 직접 타격을 미치는 영역은 인건비와 장비 운용 등이다. 그 가운데서도 대학원생과 박사후 연구원(포닥)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연구개발 활동을 해오
문재인 정부가 대북전단 금지법을 통과시키려 할 때 한 음식점에서 옆 자리 손님들이 대북전단을 날려보내는 사람들을 맹비난하는 것을 듣게 됐다. 그들에게는 김정은이 아니라 대북전단을 날리는 사람들이 문제의 근원이자 나쁜 사람들이었다. 같은 지역 출신 모임으로 보이는 이들이 모두 소리 높여 분개하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정율성 공원’ 뉴스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이 모습이었다.(2023.8.31.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한 나라 두 국민’ 걱정케 하는 정율성 문제)위의 칼럼에서 말하는 ‘같은 지역’이 어디를 말하는 것인지는
1990년대 후반 그러니까 21세기를 몇 년 앞둔 시점의 일이었다.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우리말로는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의 세계적인 공급업체가 인상적인 발표를 했다. 자신들이 그해 회계연도를 마무리하면서 단 하루만에 각종 회계 정산을 끝냈다는 것이었다. 자사 ERP 프로그램의 위력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당시 IT전문지 기자로 일하고 있던 나는 그 발표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이 회사 본사가 자사 ERP 프로그램을 사용해 회계 처리를 깔끔하게 끝낸 건 알겠는데, 이 제품을 사용하는
내년 22대 총선의 승부는 매우 중요하다. 당장 윤석열 정부의 명운이 이 선거를 통해 갈리게 된다. 사실상 미완성 상태인 정권 교체가 마무리되느냐 아니면 식물 정권이 되어 남은 임기를 무기력하게 보내게 되느냐의 여부가 이 선거의 승부로 결정된다.하지만 이 선거가 결정하게 될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대한민국의 6공화국 이후 즉 포스트 87체제의 성격과 방향이 이 선거의 결과에 의해 판가름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 선거는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정치 이벤트인 것이다.한국의 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은 지 오래이고 그나마 유지되
1987년 체제의 사실상의 출발은 1988년 9월 서울올림픽의 화려한 팡파레 아니었을까? 당시 올림픽의 성공은 대한민국이 좀더 개방적이고 유연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이고 국제화된 나라로 거듭난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선언한다는 의미였다고 본다. 그게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민주화의 의미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새로 태어난 대한민국, 1987년 체제는 이후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자부심으로 이어졌다.이제 우리는 1987년 체제의 종말을 보고 있다. 바로 부안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 잼버리 대회의 실패를 보면서 그렇게
한국미래연합을 기억하시는가. 2002년 5월 17일부터 2002년 11월 22일까지 겨우 반년 남짓 존재했던 보수 정당이다. ‘박근혜 의원이 이회창과의 갈등으로 한나라당을 탈당해 만든 정당’이라고 하면 기억이 나실 분들이 조금 늘어날 것 같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40대 이상 연배에 상당한 정치 고관여층이어야 그나마 기억이라도 나실 것이다. 즉, 한국미래연합은 기억하는 사람조차 거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거의 없었던 정당이었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록 탄핵을 당해 대통령 자리에서 비극적으로 물러났지만 한때 ‘선거의 여
5.18은 올해로 43주년을 맞았다. 1987년 6공화국 성립 이후 역대 정권이 모두 5.18을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했지만, 여전히 5.18은 뜨거운 이슈이다. 좌우 양 진영에서 5.18을 바라보는 시각은 말 그대로 극과 극을 달린다. 국민적 합의라는 점에서 보자면 5.18은 여전히 미완성 상태이다.그런 점에서 보면 1980년 5월 광주에서 전개됐던 치열한 투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5.18의 가장 절실한 과제가 광주와 호남만의 5.18이 아닌 전국민의 5.18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자면 5.18은 여전
이판능(李判能)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일제시대인 1920년대에 일본 도쿄로 건너가 전차 기사로 일하던 하층 노동자였다. 결혼도 했고 자식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일본에는 홀몸으로 건너갔다. 일본인 집에서 하숙을 한 것으로 봐서 그렇게 짐작한다.그의 나이 27세이던 1921년 6월에 그는 아끼던 수건 3장을 도둑맞았다. 지금 시대에 수건은 흔해빠진 소모품이지만 당시에는 귀한 물건이었다. 당시 일본도 근대화되었다고 하지만 옷 한 벌 맞춰 입는 것이 지금으로 치자면 자가용 승용차 한 대 장만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행사이던 시절
우리는 여전히 근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근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삶의 전제 조건을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근대화의 서사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이다. 이 글은 한반도 근대화의 서사 구조를 만들어보려는 시도이다. 전체 서사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허술한 구석도 있을 수 있다. 이 글을 포함해 3회 정도로 나누어 얘기하려고 한다. 근대는 산업혁명의 결과이다.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을 계기로 등장한 대규모 공장의 기계적 생산으로 촉발된, 생산력의 드라마틱한 발전의 결과였다. 하지만, 산업혁명은 단순한
지난 2월 27일로 이재명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 앞으로 남은 것은 이재명을 정치적 폐기물 처리하는 실무 절차일 뿐이다. 한국 정치의 변수는 더욱 늘어나고 정치적 파고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국민의힘은 지금보다 훨씬 막강한 적을 상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불체포특권이 발동됨에 따라 이재명은 구속 수사를 피하게 됐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이탈표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이재명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