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를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오래 전에 개봉되었던 멜 깁슨 감독·주연의 영화 가 기억난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위한 윌리엄 월리스의 장엄한 투쟁을 그린 이 작품은 영화사에 남을 걸작으로 평가받는 전쟁영화다. 필자가 기억나는 것은 월리스가 지휘하는 스코틀랜드군과 잉글랜드군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 신이 아니라, 월리스가 전투 직전 외치는 “자유를 위하여”라는 사자후였다.영화의 핵심은 자유에 대한 열망과, 이것을 지키기 위해 인간이 어떤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강인한 탐구력이다. 멜 깁슨이 역을 맡은 월리
는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상속세를 2005년의 스웨덴처럼 아예 폐지하거나, 아니면 상속받은 주식을 매각하는 시점에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이득세 제도로 전환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담고 있는 책이다. 그만큼 도발적이지만 시장경제 이념의 본질에 그 철학적 뿌리를 확고하게 내리고 있다.경제학자 피케티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상속세는 갈수록 심화되는 부(富)의 불공평을 시정하는 정의로운 세금이기 때문에 세율을 더 높이고, 과표 기준은 내려서 더 많은 상속세를 걷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상속세는 전체 납세자의 불과
#. 올들어 동해시에서만 52번째 지진 발생스승의 날이었던 지난 5월 15일 오전 6시 27분, 강원도 동해시 북북동쪽 52km 해역(진앙 북위 37.87도, 동경 129.52도) 31㎞ 깊이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삼척의 경우 “쾅” 소리와 함께 아파트가 3~4초간 흔들렸고, 실내의 침대가 흔들릴 정도로 진동이 컸다. 동해시의 경우 아파트가 휘청거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위력이 셌다. 진앙에서 멀리 떨어진 충북 단양에서도 땅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했다. 두 시간여 후인 오전 8시 6분, 비슷한 지역에서 규모 1.8의 지
#. 흥남질소비료공장을 아십니까?자료 검색을 하다가 96년 전인 1927년 5월 2일이 ‘흥남질소비료’로 알려진 조선질소비료주식회사 설립일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회사는 일본의 기업가 노구치 시타가우(野口遵)가 설립한 일본질소비료가 자본금 1,000만 엔을 출자하여 함경남도 흥남에 설립한 회사다.노구치는 일본제국이 배출한 신흥재벌 중의 하나로 ‘전기·화학공업의 아버지’, ‘조선의 사업왕’으로 불렸다. 일본의 구 재벌은 대부분 상업 자본으로 출발하여 금융업·상업·무역에서 탄탄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때문에 투자 규모가 방대하고
#. 김정은, 고체연료 ICBM 발사의 후폭풍북한이 지난 4월 13일 평양 인근에서 첫 시험 발사한 ‘화성-18형’ 로켓이 화제다. 이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주목받는 이유는 북한 최초로 고체연료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은 미사일을 발사대에 세우고 연료 주입에 30분 이상 시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감시망에 포착될 가능성이 있다.이에 비해 고체연료 ICBM은 사전 연료 주입 없이 기습 발사가 가능해 유사시 한미 ‘킬 체인’(Kill Chain)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
#. 왜 하필 1948년 4월 3일 제주였을까?4월 3일이다. 제주가 비극의 땅으로 변했던 날이다.이 땅에선 봄이 올 때마다 정치적 격변이 유난히 많았다. 1960년의 4·19가 그랬고, 1980년 서울의 봄과 5·18 광주가 그랬다. 미국 태생의 영국 시인은 그래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예언했던 것일까.하지만 그 잔인한 달에도 죽은 땅은 라일락을 피워 올리고, 기억과 욕망으로 뒤섞여 잠든 뿌리는 봄비에 뒤척인다(T. S 엘리엇, ‘황무지’ 중에서). 1948년 4월 3일 발생했다는 제주 4·3사건은 무엇이고, 대체 그 무렵 제주
#. 1998년 2월의 참혹한 추억필자는 IMF 외환위기 쓰나미가 한국을 덮치고 있던 1998년 2월, 독일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인천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가는 루프트한자 항공기에 오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졌다. 최대 500명 이상이 탈 수 있는 B747 점보 여객기 기내에 승무원 제외하고 탑승객이 20명도 채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달러당 800원 정도 하던 환율이 2,000원을 넘어섰으니 누가 감히 해외 나갈 엄두가 나겠는가.덕분에 텅 비다시피 한 기내에 벌러덩 누워 편안하게 여행했지만, 그 시각 한국 사회
#. 58년 개띠들의 기구한 팔자필자는 한국에서 가장 재수 없는 시대에 태어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58년 개띠생이다. 젖먹이 시절 누가 더 몸무게 많이 나가는지 경쟁하는 우량아 선발 대회라는 것이 있었다. 오죽 먹는 것이 부실했으면 이런 대회까지 전국 차원에서 열었겠는가. 열심히 다이어트 해야 건강한 사람 축에 드는 현 세태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충격과 경악의 시대’였다.지금은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뀐 국민학교 시절엔 교실이 모자라 3학년까지 3부제 수업을 했다. 콩나물 교실, 석탄 난로, 미국 잉여농산물로 만든 급식 빵의 추억도
일주일여 후면 104주년을 맞는 3·1절이다. 이날을 맞아 일부 국수주의 학자들과 언론, 사이비 정치인과 지식인의 선동으로 일게 될 반일 광풍을 우려하며 이 글을 쓴다.#. 이토 히로부미 통감, 궁금령(宮禁令) 발동의 비하인드 스토리1906년 2월 1일 통감부가 문을 열었다. 그 전해 11월 17일 체결된 을사보호조약에 따라 대한제국의 외교 업무를 감리·지휘하기 위해 일본 정계의 거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초대 통감으로 부임했다.대한제국을 보호국화 하기 위해 할 일이 태산같이 쌓여 있던 이토 통감은 1906년 7월 2일, 고종
#. 도덕 국가 대한민국오구라 기조(小倉紀蔵) 교토대 교수는 8년간 한국에서 유학을 하며 우리 사회의 내면을 깊이 관찰하고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한국인의 행동 원리』라는 저작을 발간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인의 기질을 “끝없는 도덕성의 추구”라고 진단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정치권의 권력투쟁은 도덕 쟁탈전, 즉 누가 더 도덕적이냐를 확인하는 싸움이라는 것이다.오구라 교수는 사생결단식으로 벌이는 도덕성 싸움의 근원이 주자성리학이라고 밝혀냈다. 주자성리학은 김상헌의 척화론, 송시열의 소중화론을 거쳐 도덕(理)과 물질(氣)을
[편집자 주] 이 글은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전 서울대 교수)이 2022년 3월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낸 '역사분쟁의 청산'을 주제로한 서한이다. 이 서한에서 이영훈 교장은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위안부·징용공 문제는 한국 측의 억지 논리에서 발단된 것이니 더 이상 문제 삼지 말고 폐기할 것을 주문했다. 즉, 위안부 문제와 징용공 분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선언하여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앞장서 달라는 고언을 전한 것이다. 이 서한을 보낸 지 1년이 가까워져 오지만 아직도 두 가지 문제는 답보 상태
[편집자 주] 이 글은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전 서울대 교수)이 일본 『문예춘추』 2023년 2월호, “눈을 뜨시오 일본! 101의 제언”이라는 기획 시리즈에 기고한 원고입니다. 이 글에서 이영훈 교장은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외교 관계 개선을 위해 징용공·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 관해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되며, 원칙을 지켜 한국인 스스로가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한국과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공저 『반일종족주의』의 간행과 보급을 통해 우리는 허식에 가득 찬 자국의 역사관을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여
#. 세계사와 포개 읽는 한국 100년 역사한국 근대사를 세계사의 시각에서 집중 조명하고 있는 김용삼 펜앤드마이크 대기자의 ‘세계사와 포개 읽는 한국 100년 동안의 역사’ 시리즈의 일곱 번째 역작 『조선 왕비 시해되다』가 발매되었다.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기는 청일전쟁의 와중에 시동이 걸린 제2차 갑오개혁(1894년 10월)부터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주하는 아관파천(1896년 2월)까지다. 불과 1년 4개월에 불과한 기간이었지만 우리 근대사 흥망의 변곡점, 즉 망국으로 기우는 결정적 시기였음은 다음과 같은 역사적 사실로 정리
#. 고종과 그 일족을 위한 궁중 잔치, 임인진연(壬寅進宴)1902년 12월 7일 덕수궁 관명전에서는 고종 즉위 40주년과 나이 60을 바라보는 망륙(望六)인 51세를 기념하기 위해 '임인진연(壬寅進宴)’이란 황실 잔치가 거창하게 열렸다. 진연이란 궁중에서 베푸는 잔치란 뜻이다. 1902년은 임인년이므로 이 행사에 ‘임인진연’이란 타이틀이 붙은 것이다.기록에 의하면 이 행사에는 진행요원만 333명이 참여한 것을 비롯하여 악공 113명, 무용수 277명이 동원되었다. 각종 악기 30종과 수백 곡의 궁중음악이 연주되고, 춤도 2
#. 언론사인가, 범법 집단인가?야당 국회의원과 유튜브 매체의 폭로를 통해 한동안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대통령, 법무부 장관의 심야 술자리 파동 진위 공방이 경찰 수사를 통해 확실하게 밝혀졌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유명 법무법인 변호사 30여 명과 심야에 여성 첼리스트가 연주하는 청담동 고급 술집(Bar)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야당 의원과 시민언론 더탐사의 문제 제기는 가짜였다는 것이다.게다가 이 유튜브 시민언론은 법무부 장관의 자택(아파트) 앞에서 10여 분 생중계를 하면서 한 장관의 자택 호수를 의도적으로 노출했고, 문을 열
#. ‘나’는 없다. 오로지 ‘우리’만 있을 뿐부모를 잃으면 청산(靑山)에 묻고, 자녀를 잃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으면 참혹한 근심을 얻는다는 뜻에서 참척(慘慽)이라 한다. 공자의 제자인 자하(子夏)는 자식을 잃고 극도의 슬픔으로 인해 시력을 잃었고, 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그 고사를 통해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슬픔은 빛을 잃어 천지가 캄캄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에서 상명지통(喪明之痛)이란 사자성어가 등장했다.미국 작가 트로브리지(John Townsend Trowbridge)는 “자기 갈 길
#. 정부가 걷어찬 국군의 날과 유엔의 날정부가 지정한 국경일은 3·1절(3월 1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 5개다. 국경일은 제헌절을 제외한 4일이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 그다음으로 기리는 것은 일반 국가기념일로, 정부가 지정한 5개의 법정 국경일에서 제헌절을 제외하고 7개를 추가하여 11개다. 일반 국가기념일은 다음과 같다.신정(1월 1일), 설날(음력 1월 1일), 3·1절(3월 1일), 부처님 오신 날(음력 4월 8일), 어린이날(5월 5일), 현충일(6
한국인의 반일 정서를 추적한 한국 전문가일반적 한국인들은 “우리는 올바른 역사관을 갖고 있는데, 일본은 기회가 날 때마다 역사를 왜곡하는 나라”로 이해한다. 그러한 상식에 정면으로 도전한 화제작이 등장했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일본 언론인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의 『누가 역사를 왜곡하는가』라는 책이다.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담고 있는 주제가 의미심장할뿐더러, 전 국민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1978년 교도통신 서울지국장으로 부임한 이래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으로, 현재는 산케이신문 서울 주재 객원
유영구 이사장 체제로 정비를 마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우선 8월 25일 오후 3시부터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박정희 정부의 대북 통일정책을 재조명하는 세미나가 열린다. ‘당당한 평화, 박정희에게 다시 길을 묻다’라는 주제의 세미나다.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은 지난 8·15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담대한 구상’이라는 윤곽이 제시되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하면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겠다는 것이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북한에 대한 대규
#. 정조대왕 함의 탄생지난 7월 27일, 우리 해군은 네 번째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DDG-995)을 진수했다. 1902년 고종 시절, 지어진 지 22년이 넘은 고물 석탄 운반선 갑판에 소구경 함포 몇 문 달아놓은 것을 순양함이라고 속아서 구입한 지 120년 만의 쾌거다. 고종이 ‘양무호(揚武號)’라 명명한 이 배를 도입한 이유는 자기의 즉위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기념식 때 외국 사절을 위한 예포 발사용이었다고 한다. 이번에 진수된 이지스함은 양무호와는 차원이 완연히 다르다. 가격이 척당 무려 1조 3,000억 원으로 길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