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禹, 妻家 부동산 특혜성 매매계약' 보도...1심 판결 "사실과 다르다"
의혹-정황들을 기정사실화하며 부풀리기...사퇴 종용한 조선의 집요한 보도
'대대적 보도 이면에 숨겨진 '보복성 보도 의혹'...독자들 외면에 타격 입은 조선일보
최근 文정권 폭주-실정에 대한 견제는 바람직하나 '우병우 보도' 문제점 사과해야

최근 조선일보는 '문비어천가'가 난무하는 기존의 '제도권 언론' 중 그나마 문재인 정권의 폭주와 실정(失政)을 제대로 지적하는 거의 유일한 언론사로 꼽힌다. 세 번의 좌파정권 중 1기인 김대중, 2기인 노무현 정권 당시 조선일보와 함께 권력에 저항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데 기여했던 언론계의 양대 축 동아일보가 좌파 3기인 문재인 정권 들어 무기력한 논조로 전통적인 우파 성향 독자층의 외면을 받고 있는 속에서 조선일보는 미흡하나마 버티면서 어느 정도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정상적 지면제작이라고 보기 힘든 치명적 오보(誤報)와 이에 이은 대대적 '표적 보도'로 박근혜 정권을 무력화시키고 결과적으로 '탄핵 정변'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큰 잘못을 저질렀다. JTBC의 태블릿 PC 보도가 나오기 석 달 전인 2016년 7월 중순부터 시작해 한 달 보름여 동안 쏟아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겨냥한 소나기식 표적보도가 바로 그것이었다. 조선일보의 침소봉대형 보도 배경을 둘러싸고 각종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의 부정청탁 의혹이 불거지자, 조선일보가 공적인 목적보다는 회사나 특정 개인들의 사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비상식적인 표적보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조선일보는 흡사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재판관을 자처하듯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보도를 기정사실화하며 '우병우 죽이기' 여론을 주도했다. 조선일보는 권력비리가 의심된다며 ‘禹, 처가땅 거래 성사에 따른 진경준 전 검사장 인사 검증 특혜’, ‘의경인 장남의 운전병 보직 특혜’, ‘우 수석 처가의 차명 부동산’, ‘가족회사인 ㈜정강의 회삿돈 유용 및 세금 축소’ 등 우 전 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쏟아냈다.
 

(왼쪽) 조선일보 건물 (오른쪽)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그러나 추정과 의혹, 정황들을 기정사실화하고 ‘권력형 비리’로 단정지으며 박근혜 정권의 도덕성에 흠이 되는 사건으로 몰아간 보도행태는 상식 밖의 의혹 부풀리기 보도행태였다. 이에 따라 정권 흔들기와 길들이기가 목적이라는 세간의 의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우 수석을 겨냥한 조선일보 의혹 보도 중 최초 보도이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처가땅 특혜성 매매계약’ 1면 머릿기사 보도는 결국 '가짜뉴스'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우 전 수석이 조선일보 등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조선일보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72시간 내에 조선일보 1‧2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이 일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면이 있어 정정보도 청구는 인용했다"면서도 "소속 기자들인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재판결과와 달리, 당시 조선일보가 작심하고 내보낸 대대적인 보도는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 국내 최대 일간지인 조선일보가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을 기정사실로 몰아가자 한겨레 경향신문 등 좌파 매체들은 물론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거의 모든 매체가 조선일보 보도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스트레이트 기사와 해설 기사,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 '우병우 죽이기'에 가세했다. 각종 종편에 출연한 패널들도 온종일 박 대통령과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당시 조선일보의 보도행태는 보수우파층 여론을 분열‧격화시키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생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으며, 향후 탄핵 정변의 여론을 조성하는 하나의 도화선이 됐다.

● 추정과 의혹-정황들을 기정사실화하며 한달간 쏟아낸 朝鮮의 집요한 보도

조선일보는 지난 2016년 7월 18일부터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처가땅 특혜성 매매계약’을 축으로 해서 우 전 수석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의혹보도 첫날인 7월 18일 '우병우 민정수석의 처가(妻家) 부동산…넥슨, 5년전 1326억원에 사줬다’, '진경준은 우병우-넥슨 (부동산) 거래 다리 놔주고, 우병우는 진경준의 넥슨 주식 눈감아줬나', ‘진경준 검사장 승진때 ’넥슨 주식 88억‘ 신고...禹 민정수석, 문제 안삼아’ 등의 기사를 게재하며 대대적으로 ‘특혜성 부동산 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문제의 1면 톱 첫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이명진 최재훈 기자로 돼 있다. 하지만 이후 폭포처럼 쏟아진 수많은 후속보도에 이름을 올린 기자는 수없이 많아 조선일보의 '우병우 보도'는 특정 기자를 넘어 회사 차원의 계획된 보도라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당시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2011년 당시 상속세로 고민하던 우 전 수석 일가에서 처가 부동산을 매물로 내놨지만 매입자가 안 나와 세금 부담이 가중되던 상황에서 김정주 NXC(넥슨 지주 회사) 대표와 대학 동기인 진경준 전 검사장이 우병우-넥슨코리아 사이에 다리를 놔줬고, 넥슨코리아가 손해를 봐가면서까지 우 전 수석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줬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우병우 전 수석이 진경준 전 검사장의 청와대 인사검증 당시 ‘넥슨 주식 대박 의혹’을 덮어줬다는 요지의 보도였다. ‘넥슨 주식 대박’은 진경준 전 검사장이 2005년 서울대 86학번 동기인 김정주 넥슨NXC(넥슨 지주 회사) 대표로부터 넥슨 비상장 주식 1만주를 사실상 무상으로 받고 이듬해 넥슨 재팬 주식 8537주로 교환해 120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올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안이다.

조선일보는 첫 의혹 보도 이후 일주일 내내 우병우 관련 의혹을 1면에 쏟아냈으며, 8월까지 우병우 비판 사설만 15개가량 실었다. 공직자의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는 언론의 당연한 책무지만 당시 조선일보 보도는 별 다를 것 없는 내용의 의혹들을 확대 부풀리기해서 사퇴를 앞장서 종용하는 식이어서 언론권력을 활용한 몰아가기에 더 가까웠다.
 

2016년 7월 18일~7월 23일 1면 보도양상

넥슨, 대출까지 받아 산 ‘禹강남땅’ 9개월만에 30억 손해보고 팔았다(19일)
禹수석 “공인중개사 통한 정상 거래”라고 했는데...넥슨, 계약 때 중개사 도장 못찍게 했다(20일)
넥슨측 중개인 증언 “우병우 수석, 1326억 매매계약하던 방에 동석”(21일)
우병우 “물러날 생각 없다”(21일)
20명 소송걸린 禹강남땅...그걸 산 넥슨(22일)
넥슨, 禹처가에 ‘특혜 계약서’(23일)

2016년 7월 18일 이후 사설면 中

靑 실세 처가와 넥슨 수상한 땅거래, 어떻게든 眞相 밝혀야(7월 19일)
靑 실세가 ‘결백’ 큰소리치는데 檢 수사 제대로 하겠나(7월 21일)
부패·특권·오만 檢察 감시할 기구 이참에 만들어야(7월 22일)
흠결투성이 민정수석에게 어떻게 공직자 검증 맡기나(7월 27일)
檢, 이번에도 ‘반짝 개혁 쇼’로 위기 넘기려 하나(7월 30일)
“禹 수석 정상 업무 하고 있다”는 靑 비정상이다(8월 2일)
우병우 수석 그대로 두고 改閣하면 누가 납득하겠나(8월 15일)
검찰은 ‘우병우 비리 의혹’ 왜 수사하지 않는가(8월 17일)
대통령 최측근 우병우 수사 의뢰, ‘正權 도덕성’에 치명적 상처(8월 19일)
그래도 우 수석 감싸는 靑과 친박들 지금 제정신인가(8월 19일)
靑, 우병우 개인 비리 의혹을 정권 차원 문제로 키우나(8월 20일)
대통령 직속 민정수석과 특별감찰관 동시 수사하는 희극(喜劇)(8월 24일)
큰 위기 오는데 나라 전반이 엉망이다(8월 26일)
기자 압수 수색은 禹 수석 처가 땅 보도에 대한 보복인가(8월 30일)
언론인 개인 일탈과 권력 비리 보도를 연관짓지말라(8월 31일)

조선일보는 이외에도 각종 의혹을 앞장서서 제기하는 한편, 사퇴를 요구하는 국회 목소리 등을 집중 조명하며 사퇴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선일보 보도 갈무리
조선일보 보도 갈무리

조선일보의 보도 이후 대다수 매체에서도 당시 우 수석과 관련된 의혹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경향신문은 19일 '禹, 정운호 몰래 변론’ 의혹을 제기했고, 한겨레신문은 20일 '우병우 수석 아들, 의경 꽃보직 특혜 논란'을 내보냈다. 다음날인 21일 조선일보는 한겨레신문의 '아들 보직 특혜' 의혹을 키우면서 '禹 민정비서관 시절...妻家 4자매, 화성 農地 사들여' 등의 보도를 이어갔다. 또한 조선일보는 20일 <“모른다” “아니다”...禹, 책상 치며 1시간 반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우병우 전 수석이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때론 한숨을 쉬고, 목소리를 높였다며, 우 전 수석의 해명을 전달하기보다는 권위적인 모습만 노출시켰다. 우 전 수석이 모른다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이라고 몰아가면서 행실에 대해서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는 또 우 전 수석에 대해 '흠결투성이'라 규정지으며 "지금 시중에는 장관 열 사람 바꾸는 것보다 우 수석 한 사람 바꾸는게 낫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을 박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2016년 8월 중순, 박근혜 정부 개각 당시 우병우 수석에 대한 거취 문제가 사퇴로 이어지지 않자 조선일보는 집중적으로 비판 사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우 수석 처가 관련 의혹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며 사실과 의혹은 뒤섞여 구분되지 않았고, 진경준 전 검사장의 비위 행태가 우병우 전 수석에게 전이되는 모습을 띄기도 했다. 특정인 한 명을 타깃으로 한 언론보도에 제동을 거는 반박보도나 기사 내용의 검증에 대한 필요성조차 제기되지 않고 휩쓸려가는 분위기였다. 당시 언론에선 연일 우 수석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조명했고, 우 수석의 사퇴 여론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그러나 '특혜성 매매계약'이라면 넥슨이 우 전 수석으로부터 받은 편의나 혜택은 무엇인지, 과연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받기 4년 전에 있었던 일을 '진경준 검사장 승진 인사검증'과 연관짓는 것은 무리한 의혹보도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왔다. 처갓집 땅 매매는 민정수석비서관이 되기 전의 일임에도 박근혜 정권의 권력형 문제인양 확대 부풀리기는 언론의 힘을 남용한다는 지적도 면키 어렵다. 또한 불법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가족 문제에 대해 우 수석과 관련짓는 의혹 보도행태와 관련해, 의혹만 가지고 현미경식으로 훑는다면 현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 등 중에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 대대적 보도 이면에 숨겨진 인사청탁 비리? 도덕성 타격입은 조선일보

당시 조선일보의 우 전 수석에 대한 대대적인 의혹 보도는 정상적 언론제작 관행과 거리가 멀었다. 도대체 왜 조선일보는 그런 보도를 내보냈을까?

정확한 진실은 당사자인 조선일보 측만 알겠지만 당시에도 언론계 일각에서는 조선일보가 우 전 수석을 통해 인사 청탁 등 회사 차원의 민원을 '박근혜 청와대'에 했지만 박 대통령과 우 전 수석이 거절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가 '한번 맛을 보여준다'는 식으로 설익은 취재를 통해 확보한 우 전 수석 처가 땅 매매 관련 의혹을 내보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일보가 연일 '우병우 죽이기'에 나서는 과정에서 당시 조선일보의 핵심 실세였던 송희영 주필의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송희영 주필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초호화 유럽 여행을 제공 받고 그 대가로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호의적인 기사를 썼다는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김진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8월26일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의 로비 의혹(박수환 게이트)에 유력 언론인이 포함돼 있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은 사흘 뒤 8월29일 기자회견에서 “유력 언론인은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이라고 실명을 밝히며 “송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막대한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 관계자는 2016년 8월 30일 "송 전 주필이 지난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대우조선해양 고위층의 연임을 부탁하는 로비를 해왔다"며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결국 송 주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송 전 주필의 오래된 유착관계가 드러났다"며 "그것을 보면 조선일보가 왜 그렇게 집요하게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를 요구했는지 이제 납득이 가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선일보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조선일보와의 유착관계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이를 저지하려 했던 것 아닌가"라며 "결국 조선일보의 우 수석 사퇴 요구 배경에 유착이나 비리를 덮으려 했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논란이 불거지자 송희영 전 주필은 조선일보에서 곧바로 보직해임, 사표수리 절차를 거쳐 사직했다. 조선일보는 8월 31일, 1면에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에서 "30일 송희영 전 주필 겸 편집인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고 전했다. 이어 "송 전 주필은 2011년 대우조선해양 초청 해외 출장 과정에서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또한 "조선일보를 대표하는 언론인의 일탈 행위로 인해 독자 여러분께 실망감을 안겨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짧게 적었다.

그러나 같은날 사설에서는 다른 논조의 주장을 펼쳤다. 조선일보는 '언론인 개인 일탈과 권력 비리 보도를 연관짓지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30일 익명의 청와대 관계자가 연합뉴스를 통해 '조선일보 간부가 대우조선 사장 연임 로비를 하다가 안 되고 유착 관계가 드러날까 봐 우병우 처가 땅 기사를 쓰게 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본지 송희영 전 주필의 도덕적 일탈에 대해선 당사자는 물론이고 그가 속했던 언론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송 전 주필이 자신의 흠을 덮기 위해 조선일보 지면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다고 하는 사실과 다른 음모론에 대해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2016년 8월 31일 (왼쪽) 1면 하단 (오른쪽) 사설면
2016년 8월 31일 (왼쪽) 1면 하단 (오른쪽) 사설면

이어 "2015년 진경준씨가 검사장으로 승진할 때 우 수석의 민정수석실이 인사 검증을 하면서 재산 공개 자료에 버젓이 나와 있는 '88억 넥슨 주식 보유'를 눈감아 줬다. 왜 그랬는지가 큰 의문이었다”며 “결국 진 검사장은 126억 뇌물 주식 대박 혐의로 구속됐다. 그런데 진경준에게 뇌물을 줬던 그 넥슨이 2011년 급매물로 나온 우 수석 처가 땅을 급매가보다 153억원이나 많이 주고 샀다는 사실을 본지 기자들이 취재로 확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실을 알고도 우병우-진경준-넥슨의 권력형 비리 의혹을 보도하지 않는다면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며 "현장 취재 기자들이 권력 비리의 의문을 갖고 발로 뛰어 파헤친 기사를 그 언론에 있는 다른 특정인의 도덕적 일탈과 연결지어 음모론 공격을 펴는 것은 적어도 청와대가 할 일은 아니다”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1면에서는 조선일보를 대표하는 언론인의 일탈에 사죄드린다고 밝히면서도, 사설을 통해서는 송 전 주필의 사건에 대해 개인 일탈로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나 당시 해당 사설과 관련해서는 ‘우병우 의혹보도는 집요하게 달라붙으면서 왜 송희영의 비리에는 보도조차 않느냐’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조선일보의 보도 공정성과 도덕성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는 당시 '송희영 일탈‧우병우 죽이기..조선일보의 두 얼굴'이라는 칼럼을 통해 “많은 국민으로부터 조선일보 우병우 기사들이 어떤 의도에서 나온 의혹 부풀리기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며 “석연치 않은 취재 과정도 그렇고 첫 보도 이후 물증도 없으면서 의혹을 반복 재생산하고 아들 처갓집 별건 보도로 끊임없이 곁가지를 쳐갔던 것은 어떤 면에서도 언론의 상식적인 권력 견제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일보 고위 간부들이 청와대에 로비가 안 통하니 우병우 죽이기를 했던 것이란 세간의 의심은 청와대가 음모론을 펴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조선일보의 비상식적인 일련의 보도 과정과 태도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사건은 조선일보에 대해 정론으로서 여론을 선도하고 있다고 믿던 독자층이 이탈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 독자는 "신문사의 주필은 일개 기자와는 달리 한 언론사를 대표하는 인물인데, 이런 자가 언론의 힘을 이용해 엄청난 개인 비리를 저질렀는데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주어도 시원찮을 판에 이게 무슨 짓인가”라고 실망감을 드러냈으며, 또 다른 독자는 “몸에 난 상처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아물어 흔적이 사라지지만, 어떤 상처는 평생을 가는 흉터로 남기도 한다”며 “대한민국을 만들고 일구어온 사람들의 가슴에 조선일보가 남긴 상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조선일보의 '송희영 전 주필의 개인 일탈'로 선긋기하는 식의 사설과 관련해서 "과연 다른 신문사에서 유사한 경우가 발생했을 때도 지금과 같은 사설을 올릴 수 있겠는가?"라거나 "우병우가 권력비리면 송희영이 어찌 개인일탈이냐? 언론권력비리지"라는 반응이 독자들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문제의 '우병우 보도'에 대해 끝내 정정도, 사과도 하지 않았고 결국 우 전 수석은 법원에 조선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 2년 지나서야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 정정보도문 게재하라” 법원 판결

우 전 수석은 당시 조선일보의 '처가땅 특혜성 매매계약' 보도와 관련해 "부동산은 처가에서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해 정상적으로 매매했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한편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조선일보와 소속 기자를 고소했다. 우 전 수석은 "기본적인 취재 과정도 생략한 채 막연한 의혹을 제기해 악의적인 보도를 했다"며 조선일보에 정정 보도를,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에게는 3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2년이 넘게 지난 2018년 9월 21일,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조선일보에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해당 의혹을 보도한 기자와 편집국 데스크에 대해서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이날 우 전 수석이 조선일보 등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조선일보는 판결 확정일로부터 72시간 내에 조선일보 1‧2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 완료일까지 매일 50만원을 우 전 수석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이 일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면이 있어 정정보도 청구는 인용했다"면서도 "소속 기자들인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은 우 전 수석의 처가 가족들과 넥슨 측의 이익이 합치돼 체결된 것이었고, 매매대금도 처가 가족들 측과 넥슨 측 의견을 절충하는 협상 과정을 거쳐 결정된 적정한 가격이었다"고 판단했다. 넥슨이 우 전 수석 처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무리하게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진 전 검사장의 검사장 임명 당시 인사검증을 했으나 넥슨 주식 수수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 전 수석이 부동산 매각을 주선한 대가로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수수 사실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해당 보도 내용은 검찰 고위 공직자 후보에 대한 인사 검증의 적절성과 우 전 수석의 청렴성에 대한 의혹으로 공익성이 매우 크다”며 우 전 수석이 편집국장과 소속기자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의 사회적 평가를 다소 저하한다고 볼 수 있으나 그 표현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우 전 수석의 주장대로 수석 자리에서 사임시킬 의도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을 정확히 모르는 외부인들로서는 인사검증 과정에 대해 의혹을 품을 만한 정황이 어느 정도 있었다”며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감시ㆍ비판ㆍ견제가 무조건 봉쇄돼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되더라도 우 전 수석은 이를 수인할 공적 의무 역시 부담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1심에서 정정보도 판결을 내리면서 우 전 수석 처가의 ‘강남 땅 사건’은 민사 사건과 형사 사건 결말이 달리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우 전 수석이 2016년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때늦었다는 냉소어린 지적도 나온다. 이미 조선일보 등 언론이 우 전 수석에 대한 '마녀 심판'을 마무리 했다는 것이다.

한편 조선일보의 각종 의혹들을 과장하는 보도행태는, 언론을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국가권력을 감시하거나 공적인 역할을 하기보다는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했다는 지탄어린 목소리가 쏟아졌다. 비대해진 언론의 권력기관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는 요구마저 거세졌다. '우병우 보도'와 '송희영 사건'에 이어 '탄핵 정변'을 거치면서 수많은 독자들이 조선일보 구독을 중단했다. 조선일보는 언론의 정도(正道)를 벗어났던 '우병우 보도'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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