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메달권도 아닌데…"vs 이병태 "총리도 국무위원에서 빼자"
머레이 여자 아이스하키팀 감독-현정화 감독 "정부 뜻에 따른 '강압적 단일팀'은 안돼"

북한과의 억지스러운 평화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하면서 각계에서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23명)에 북한 선수를 포함시켜 남북단일팀을 구성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현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총 23명이다. 북한 선수들이 대한민국 대표팀에 포함되면 경기를 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우리 선수가 늘어난다. 심지어 일부 선수들은 23명 엔트리(예비선수 1명 포함)에서도 아예 빠질 수 있다. 이런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선수단 내부에서부터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

아이스하키는 주전 선수로 이름을 올린 22명이 반복적으로 교체하면서 뛰는 경기다. 공격수 3명, 수비수 2명, 골피퍼 1명 등 총 6명만 동시에 뛴다.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사라 머레이(30) 감독부터 반발하고 나섰다.

머레이 감독은 16일 "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져 매우 충격"이라며 "우리 전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북한 선수를 올림픽 20여일을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엔트리에 포함시키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또 머레이 감독은 "현재 북한 선수 중 우리 선수들을 압도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며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림픽만 보며 4년을 준비한 엘리트 선수의 입장을 이해하는 체육계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무리한 단일팀 구성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았다.

28년 전 단일팀을 구성해 탁구세계선수권에 출전했던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팀 감독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뜻에 따라 강압적으로 '이렇게 하라'는 식의 단일팀 추진을 곤란하다"며 "단일팀을 추진하더라도 선수들과 충분한 대화를 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현 감독은 '빙판 위의 작은 통일'도 좋지만 남북단일팀이 '정치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현 감독은 "28년 전 탁구단일팀을 구성할 때도 우리 선수 중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가 생길 것을 우려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며 "당시 국제탁구연맹이 원래 5명 엔트리를 10명으로 확대해주면서 단일팀이 성사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선수들이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들어온다고 해서 기존 선수들이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설득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23명이 29명, 30명이 된다고 해도 경기에 22명의 주전 선수들이 교체하며 동시에 6명이 뛴다는 아이스하키의 경기규칙까지 변동시킬 수는 없고 손발도 맞지 않고 우리 선수들보다 기량도 우수하지 않는 북한 선수들을 굳이 엔트리에 넣어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6일 총리실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여자 아이스하키는 우리가 세계 랭킹 22위, 북한이 25위로 메달권에 있지 않다"고 말하며 대표팀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우리 선수들도 전력 강화의 좋은 기회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들었다"며 선수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외면했다.

이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 종목아니어서 무시해도 되면 대통령제에서 국무총리야말로 맹장만도 못한 자리니 국무위원에서 빼자"는 글을 올리며 이 총리의 발언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 총리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16일 국무회의에서 이 총리와 비슷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도 장관은 "우리나라의 세계 랭킹이 22위이고, 북한이 25위로 경기력이 비슷해 오히려 북한의 우수한 선수를 참가시키면 전력이 보강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도 장관과 이 총리는 모두 체육계에서 나오고 있는 불만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만 하고 있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은 "올림픽의 주인공은 선수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안다"며 "최소한 선수단과 소통은 먼저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우영 SBS스포츠 캐스터도 "보여주기 위한 단일팀 구성은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단일팀 구성은 한국 대표 선수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아이스하키 팬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는 일도 일어났다. 아이스하키 팬이라고 밝힌 A씨는 "한국 대표선수 23명의 행복추구권과 직업행사의 자유 등 인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단일팀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훈련장을 직접 방문해 아직 남북단일팀에 대한 것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이 총리와 도 장관의 발언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남북단일팀 추진에 대한 반응이 예상과 달리 흘러가자 17일 직접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참가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공동입장이 될지 일부종목 단일팀까지 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또 문 대통령은 "단일팀을 만든다고 전력이 높아지리라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팀워크를 맞추는 데 노력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머레이 감독이 지적한 문제 역시 공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실현될지는 모르지만 북한이 올림픽 참가를 하면서 아이스하키 단일팀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북한 선수가 합류하면 국민 관심을 확대되고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며 남북단일팀에 대한 미련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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