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야제·열병식 논란 확산

북한이 올림픽에 참석하는 형태가 아니라 올림픽을 주도하는 모양새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 집착하다 보니 오히려 북한에 밀려 평창 주민과 선수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막 전야제(남북 합동 문화 행사)를 금강산에서 진행키로 남북이 합의한 것과 관련해 반발이 거세다. 전야제는 당연히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에서 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평창 주민들은 "20년간 올림픽 유치 애썼는데 금강산 전야제가 웬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평창군 주민은 “평창군민을 외면한 '쇼'에 불과하다"고 분노했다. 최종봉(65) 강릉시 번영회장은 "남북이 합동으로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좋지만, 굳이 금강산에서 하겠다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올림픽을 준비하고, 개최하는 의미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체육계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한 관계자는 "선수들이 정치 뉴스에 이렇게 신경을 곤두세우며 민감해하는 건 처음 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본질인 스포츠와 선수는 사라지고 '남북'이란 단어만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북한은 또 현재까지 3차례 남북 공동보도문을 공개하면서 ‘남북 공동입장’ ‘아이스하키 단일팀’ 등 중요 합의 내용이나 ‘평창’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차례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 ‘금강산 합동 문화행사’ 등 북한에서 열리는 행사만 공동보도문에 담으며 북한은 이러한 기회를 체제 선전에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이다. 남북 회담 진행 과정에는 직전까지 대표단 인사의 직책을 우리 측에 알리지 않는 비상식적인 태도도 논란이 됐다.

더구나 북한은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인 2월 8일, 평양에서 대규모 군사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올해 인민군 창설 70주년의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정규군 창설일에 열병식을 개최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그동안 4월 25일을 군 창성일로 기념해왔다. ‘난데 없는 열병식’을 하는 이유는 북한이 주도권을 잡고 평창올림픽을 ‘선전장’으로 만들려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한·미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고려해 연합군사훈련을 4월로 전격 연기한 것과 대조되는 행보이다. 이달 18일에는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하려던 미 잠수함이 북한 자극을 우려한 정부 반응에 그냥 돌아간 것으로도 알려졌다.
 

북한이 작년 4월 16일 김일성 105번째 생일을 맞아 연 열병식 모습(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작년 4월 16일 김일성 105번째 생일을 맞아 연 열병식 모습(사진=연합뉴스)

한편, 북한은 대외 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을 통해 마치 '평양올림픽'이 열리는 듯한 영상물을 유튜브에 올리는 등 이번 올림픽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또한 캐나다의 한 대북 교류 단체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 인민군 창설 70주년 및 밀리터리 투어'라는 이름으로 2월 5일부터 9일까지 4박5일의 관광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러한 상황을 "김정은이 올림픽을 마치 챔피언처럼 갖고 논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초점을 맞추느라 져주기로 일관하는 현재의 협상 전략이 평창 이후 남북관계에서까지 북한에 주도권을 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조차 나온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며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은 “(북한) 사람이 먼저다”,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 됐다"는 지적이 우습게만은 들리지 않는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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