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로 마키아벨리 (Niccolò Machiavelli; 1469 - 1527)는 16세기 초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활동했던 외교관이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마키아벨리는 강대국 이탈리아를 꿈꾸던 선각자로 미화되기도 하고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인간으로 비난을 받기도 한다.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가능하게 했던 메디치 가문 (House of Medici)이 1494년 프랑스군에 의하여 피렌체에서 추방당한 후 수도사 지롤라모 사보나롤라 (Girolamo Savonarola)는 기독교 정신에 기반한 급진적 개혁운동을 주도하다가 1498년 피렌체의 군중들에 의하여 화형에 처해진다.

사보나롤라가 워낙 많은 고위직 인사들을 숙청했었기 때문에 피렌체의 젊은 인재 마키아벨리는 외교, 국방 분야의 고위직에서 활동할 기회를 얻는다.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조국 피렌체를 위하여 주변 열강들과 교섭하던 중 프랑스인들에게 여러 차례 멸시를 당하면서 강력한 통일국가 이탈리아의 필요성을 체감하였고 이 당시 느낀 점들을 정리하여 집필한 책이 [군주론]이다.

마키아벨리의 명저 [군주론]은 국가 안보가 아닌 정권 안보에 대하여 다루고 있고 철저히 군주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은 수세에 몰린 김정은이 어떻게 자신의 정권을 성공적으로 유지하여 왔는지 그리고 종합적 국력에서 우위를 점한 대한민국이 왜 한반도의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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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군주국의 종류: 신생군주국, 세습군주국, 복합군주국, 시민군주국

마키아벨리는 군주국의 유형을 군주 자신의 힘으로 왕국을 획득한 신생군주국,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세습군주국, 한 왕국의 세습군주가 다른 왕국을 정복하여 동시에 두 왕국을 모두 다스리게 된 복합군주국, 귀족들이나 백성들에 의하여 선출된 군주가 다스리는 시민군주국으로 분류하였다.

김일성 시대의 북한은 신생군주국, 김정일과 김정은 치하의 북한은 세습군주국으로 볼 수 있다. 만약 김정은이 대한민국의 적화통일을 통하여 한반도 전체를 자신의 통치 하에 두게 된다면 그는 복합군주국의 군주가 되는 것이다.

신생군주국은 군주의 재능과 운이 모두 뒷받침되어야 성립되므로 건국 단계에서 큰 어려움이 있으나 군주 자신의 능력이 검증된 상태이고 그가 군사력을 장악하고 있다면 정권 유지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세습군주국은 현행 체제를 유지시키기만 하면 되므로 군주가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권력유지에 큰 어려움이 없다.

복합군주국의 경우 군주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마키아벨리는 새로 획득한 영토가 기존의 영토와 다른 언어, 관습, 제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 옛 군주의 가문을 절멸시키는 한편 기존 법률 제도와 조세에는 변화를 주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공화국 또는 시민군주국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군주론]에 의하면 선출된 군주는 귀족들의 지지를 받는 것보다 백성들의 지지를 받는 경우 통치에 어려움을 적게 겪는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귀족들과 백성들이 대립하는 경우 군주는 백성들의 편에 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귀족들은 백성들을 억압할 수 있을 때 만족하는 반면, 백성들은 귀족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받으면 만족하므로 보다 쉽게 지지 계층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 국가의 유형: 정복하기 어려운 국가, 통치하기 어려운 국가

마키아벨리는 정복하기는 어려우나 일단 점령한 이후에는 쉽게 통치할 수 있는 국가의 사례로 절대 권력 하에 있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언급하였고 쉽게 정복할 수 있으나 점령 후 통치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국가의 사례로 프랑스 왕국을 들고 있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경우 모든 권력이 술탄에게 집중되어 있어 일단 군사력을 동원하여 정복하면 피지배 신민들이 즉시 복종할 것이다. 반면 프랑스 왕국의 경우 독자적인 권한을 가진 지방 영주들 중 일부와의 협력을 통하여 군주 직속의 군대를 쉽게 격파할 수 있으나 그 이후 각 지역의 영주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

김정은이 지배하는 북한은 군사적으로 정복하기 어려우나 일단 군사력으로 점령한 후에는 쉽게 통치할 수 있는 반면 대한민국은 내부 분열을 이용하여 쉽게 정복할 수 있으나 외부인이 통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국가에 해당된다.

3. 피정복 국가를 지배하는 방법: 수도 이전, 파괴 및 추방, 괴뢰정부 수립

이 주제에 대하여 마키아벨리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과 같이 정복하기 어려우나 통치하기는 쉬운 나라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고 프랑스 왕국과 같이 쉽게 정복할 수 있으나 통치하기 어려운 나라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

피정복 국가의 통치는 새로운 지배자가 이주하여 직접 통치하는 방안이 최선이며 도저히 직접 통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차선책으로 해당 국가의 주요 도시들을 파괴하고 주민들을 추방, 학살한 후에 기존 지배영역의 백성들을 이주시켜야 한다. 이마저도 불가능한 경우에는 피정복 국가의 주민들 중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인사들로 하여금 새로운 정부를 수립하도록 하여 간접적으로 지배해야 한다.

베트남은 적화통일 이후 마키아벨리가 언급한 차선의 방안을 사용하였고 중국은 홍콩, 마카오를 흡수한 후 마지막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김정은의 경우 연방제 통일방안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을 점령한 이후에 마지막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4. 군대의 종류: 국민군, 용병, 외국군, 다국적군

마키아벨리는 군대를 자국민으로 이루어진 국민군, 외국인을 고용하는 용병, 다른 나라 군주에게 요청하여 지원받는 외국군, 국민군과 외국군을 통합한 다국적군으로 분류하고 이 중 국민군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평가하였다.

약소국의 경우 불가피하게 강대국과 연합하는 다국적군의 형태를 갖추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주변 국가를 공격할 시에는 철저히 국민군을 활용하여야 한다. 외국군의 지원을 받아 해당 국가를 정복하더라도 피정복지는 강대국의 지배 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의 견해에 의하면 미국 군대가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하여 폭격을 감행하여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킨 후 대한민국이 국군의 희생 없이 북한을 접수한다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하겠다.

5. 외교 정책: 동맹 체제 가입 vs. 중립 정책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자국이 지역 내 강대국이 아니라면 동맹 체제에 속해 있는 것이 중립을 선언하는 것보다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비록 전쟁에 패배하더라도 패전국들은 자신들과 함께 투쟁해 온 국가들을 보호하려 할 것이며 그 결과 전후 협상에서 승전국들이 특정 중립국을 병합하더라도 패전국들은 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밀약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보다는 대한민국이 보다 현명한 외교정책을 유지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민족자주 원칙을 내세우는 김정은 정권은 동맹국이 단 하나도 없는 반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65년간 동맹을 유지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마키아벨리는 전쟁이 다가오면 우호국들은 무기를 들고 함께 싸워줄 것을 요구하는 반면 적대국들은 향후 분쟁에 있어서 지역 내의 평화를 위하여 중립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는 법이라고 언급하였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사이의 분쟁에 있어서 대한민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지속하기보다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이 승전국의 전리품이 되는 길로 국민들을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6. 국내 정책: 귀족들의 이익 vs. 백성들의 이익 - 사법부의 중요성, 인재 우대, 재산권 보호

마키아벨리는 정책 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군주가 귀족들보다는 백성들의 편에 서는 것이 정권 유지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만 개별적 분쟁은 사법부를 통하여 공정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군주가 구체적 사안에 직접 개입할 경우 국내에 반대 세력이 형성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국 내의 우수한 인재들에게 성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을 기회를 부여하고 백성들이 이미 획득한 재산과 사회적 지위를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였다.

대한민국의 시장경제 체제는 인재 우대와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김정은의 사회주의 체제를 압도하고 있다. 다만, 대한민국 사법부가 법관의 양심에 따라 공정한 판결을 내리고 있는지에 대하여는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7. 군주의 최우선 과제: 전쟁 준비 vs. 경제 발전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하여 군주의 최우선 과제는 국가 안보에 있다고 하면서 평화 시에도 항상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현재 김정은 정권은 마키아벨리의 가르침에 충실하게 장기간에 걸쳐 전쟁 준비를 하고 있으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통령의 주된 업무는 외교 안보 분야보다는 경제 성장 및 복지 확대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8. 군주의 처세술: 관대함 vs. 인색함, 인자함 vs. 잔혹함, 생명 vs. 재산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다른 나라의 재산을 사용할 때에는 마음껏 선심을 베풀며 자신의 관대함을 과시해야 하지만 자신 또는 자국민의 재산을 사용할 때에는 인색하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마지막 동전 하나까지 절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백성들에게 징수한 세금으로 귀족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나아가 한 국가의 통치자는 자비로 인한 혼란보다는 잔혹함에 의한 질서를 선택해야 하고 누군가를 처벌해야 할 경우 생명을 빼앗는 것이 재산을 빼앗는 것이 낫다고 언급하였다. 인간은 아버지의 죽음은 순순히 받아들여도 아버지에게 받은 재산을 박탈한 자는 절대 용서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및 국제기구들이 지원해 준 자금으로 자신의 측근들에게 호의를 베풀고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포로 처형하는 등 무자비한 처벌을 통하여 정권을 유지하는 김정은의 통치방식은 [군주론]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9. 군주들이 나라를 잃게 되는 원인: 군사적 재능의 결여, 백성들의 원성, 귀족들의 반란

[군주론]에 의하면 군주는 전쟁의 패배 또는 내정의 실패에 의하여 자신의 왕국을 잃게 된다. 즉, 군주에게 군사적 재능이 없으면 주변 국가와의 전쟁에서 패배하여 자신의 영토를 잃게 될 것이고 군주가 백성들의 원망을 듣게 되면 이에 편승한 귀족들의 반란에 의하여 폐위될 것이다.

비록 군주가 백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귀족들의 반란에 즉시 대응하지 못 하면 왕국을 잃게 된다. 귀족들과 달리 백성들은 조직화되어 있지 않아서 그들을 동원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였고 상당수의 인민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지만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므로 일단 정권 안보의 측면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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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입각하여 평가하면 세습군주국에 해당하는 김정은 정권이 군사 정책에서 우세하고 일종의 시민군주국인 대한민국은 외교 및 국내 정책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만약 마키아벨리가 김정은의 비서라면 대한민국 내 일부 세력과의 연대를 통하여 혼란을 유발한 후 이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서울을 점령할 것을 권유할 것이고 그가 대한민국의 외무부 장관이라면 김정은을 서울로 초청하여 억류해 놓은 상태에서 국군을 북진시켜 북한 지역을 수복해야 한다고 조언할 것이다.

한편, 한반도 통일 이후의 정세는 -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내용이 현 시대에도 타당하다면 - 다음과 같은 예측이 가능하다.

김정은 정권이 대한민국을 접수할 경우 상당 기간 직접 통치보다는 괴뢰정부를 통한 간접 통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대한민국은 과거 프랑스 왕국의 귀족들과 같은 각종 이익집단들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다원주의 사회로 변모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쉽게 통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한민국이 김정은 정권을 전복시키고 북한 지역을 흡수한다면 권력자에게 복종하는 것이 체질화된 북한 주민들은 큰 저항 없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적응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개척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유태선 시민기자 (개인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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