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불평등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인 '지니계수', '소득 5분위 배율' 모두 상대적으로 양호
통계청 자료, 국세청 자료 등 표본 각각 다르지만 모두 2010년부터 꾸준히 개선
그동안 전문가들의 '문 대통령 경제적 인식 잘못됐다'는 비판에도 결국 달라진 것 없어

"어느덧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의 불평등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극심하지 않다. 나아가 최근 10년 간의 통계는 소득 불평등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부가 소수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을 올바르게 진단하지 못했고, 방법 또한 잘못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많은 비판이 있었다.

먼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진단이다. 소득을 기준으로 부의 양극화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이다. 

지니계수는 인구분포와 소득분포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수치로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

소득 5분위 배율은 5분위계층(최상위 20%)의 평균소득을 1분위계층(최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값이 클수록 소득분배의 불균등 정도는 커지게 된다. 

지니계수는 모든 계층의 소득을 고려, 소득 5분위 배율은 소득 5분위와 1분위의 소득의 차이로 소득 불평등 정도를 측정한다.

먼저 OECD 국가들의 2014~2016년 중 지니계수 최신 수치를 비교한 순위에서 한국은 36개 국가 중 16위(0.295, 2015년 수치)로 독일(0.293)과 프랑스(0.291), 스위스(0.296)와 비슷했고, 캐나다(0.307), 이태리(0.328), 일본(0.339), 스페인(0.341), 영국(0.351), 미국(0.391)엔 앞섰다.

OECD 자료

OECD 소득분배지표는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작성된다.

시장소득이란 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사적이전소득을 말하며, 가처분소득은 시장소득에 공적이전소득(국민연금·기초연금·각종 사회수혜금)을 더하고 세금과 각종 사회보장비(공적연금기여금·사회보험료)로 지출되는 금액을 뺀 소득을 말한다. 그러나 보통 간편하게 시장소득은 세금과 이전소득을 매기기 전 소득으로, 가처분소득은 세금과 이전소득을 매긴 후 소득이라 말한다.

2000년대 후반 한국의 시장소득 격차는 아일랜드 다음으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44로 3위인 아이슬란드(0.382), 4위 스위스(0.409), 5위 노르웨이(0.410), 6위 덴마크(0.416) 보다 낮다. 

2000년대 후반 한국의 가처분소득 격차는 34개국 중 21위다. 이 기준으로 한국의 지니계수는 0.315이며 1위 슬로베니아(0.236), 2위 덴마크(0.248), 3위 노르웨이(0.250) 등과 비교하면 높지만, 22위 스페인(0.317), 23위 캐나다(0.324), 24위 일본(0.329), 25위 뉴질랜드(0.330), 26위 호주(0.336), 27위 이탈리아(0.337), 28위 영국(0.345) 등과 비교하면 낮다.

OECD 자료

추세적인 측면에서 보아도 한국의 소득 격차는 최근 10년간 개선되어왔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해 1월 발표한 '한국의 소득집중도 추계의 업데이트'에 따르면 2010년부터 소득집중도는 완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분자는 국세청, 분모는 한국은행 자료를 활용했지만, 이번 연구에선 분모와 분자 모두를 국세청 자료로 통일해 정확도를 키웠다. 표본조사로 수집된 데이터가 아닌, 전수조사인 국세청 자료를 이용한 것이다.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는 2010년부터 하락한 반면 하위 50%에 속하는 소득집중도는 상승했다. 하위 50% 근로자 소득 비중은 2010년 16.1%에서 2016년 19.0%로 2.9%p 높아졌고, 상위 10% 근로자 소득 비중은 2010년 33.9%에서 32.0%로 1.9%p 낮아졌다.

근로소득 집중도는 전체 근로자의 소득을 상위 10%, 하위 50% 등으로 나누고 이들 근로자의 소득이 전체 근로자의 소득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소득분배가 개선된 것 외에도 근로자들의 평균 소득도 2009년부터 꾸준히 상승했다. 평균 근로자 소득은 2009년 2천4백만원에서 2016년 3천3백만원으로 증가했다.

지니계수 또한 2010년 0.499에서 2016년 0.459로 감소했다.

김낙년 교수 논문 캡처

통계청이 발표한 소득 5분위 배율을 보아도 추세는 크게 다르지 않다. 2인 이상 가구 기준으로 작성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악화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그 이후부터 2016년까지 개선되는 추세다.

통계청은 가구원 수에 따라 가구의 소득이 크게 변동될 수 있기 때문에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란 개념을 쓴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란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을 가구원 수에 따라 조정한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 가구의 소득이 1000만원이고 가구원 수가 2명이라면 약 700만원으로, 4명이라면 500만원으로 계산된다.

1분기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소득 5분위 배율은 2003년 5.28에서 2009년 5.93으로 높아져 불평등해졌다. 2·3·4분기도 유사한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이후로는 꾸준히 낮아져 개선되어 2015년엔 4.86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16년(5.02), 2017년(5.35), 2018년(5.95)로 다시 높아졌다. 특히 2018년 1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은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5.93) 이후 가장 높았다.

통계청 자료

통계청 자료를 다룰 때 있어 한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은 2016년부터 표본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2016년 이전까지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를 기반으로 공식 소득분배지표를 작성했지만, 2016년부터는 OECD의 권고에 따라 '가계금융복지조사'에 기반해 작성됐다. 둘은 표본규모도 다르며 조사방법도 다르다. 따라서 무엇을 기준으로 했느냐에 따라 소득분배지표로 나타나는 수치도 다르다. 예를 들어 가계동향조사에 따른 지니계수는 2015년 0.295로 나타나지만,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지니계수는 0.352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불평등해졌는가 아닌가를 따질 때 기존의 '가계동향조사'에 기반한 공식소득분배지표는 2016년까지 밖에 제공되지 않는다.

기존 공식소득분배지표에 기반한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정부별 추세는 노무현 정부 때 소득분배가 악화됐고, 그 뒤를 이어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 시기였던 2015년까진 개선되는 추세를 나타낸다.

지니계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0.306에서 2008년 0.314로 높아졌다가 2013년 0.302로 낮아졌다. 2015년까지 낮아지던 지니계수는 탄핵 정국이 시작된 2016년 급격히 상승했다. 소득 5분위 배율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정규재뉴스 ‘장하성의 계속되는 거짓 선동'-이병태 교수 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세계가 기적처럼 여기는 놀라운 국가경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삶이 고단한 국민들이 여전히 많다", "우리가 함께 이룬 경제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상위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되었고, 모든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 "GDP 대비 기업소득의 비중은 경제성장률보다 계속해서 높아졌지만, 가계소득의 비중은 계속해서 낮아졌다"고도 언급했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에게만 집중되었으며, 그 근거로 소득이 불평등해졌다는 것과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차이를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을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업의 수출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해 이익을 창출하면 국내로 들어오는 본사 이익은 늘어나지만, 임금은 당연히 현지에서 나가게 된다. 따라서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비중을 비교해 부의 편중이 대기업에게 집중됐다고 하는 것은 수출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사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경제 인식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어왔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정규재뉴스 ‘장하성의 계속되는 거짓 선동'-이병태 교수 편>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잘못된 경제 인식을 심어주었다며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맹렬히 비판한 바 있다.

"가계소득 비중이 작아졌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은 장 전 실장의 '기업의 임금소득배분율이 감소했다'는 주장에 따른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은 꾸준히 상승해 왔다"고 지적하면서 "가계소득 비중이 작아졌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은 대기업만 잘라 보니까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소득 분배율은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로, 노동의 가격이 자본의 가격보다 높거나 노동집약적인 산업일수록 노동소득분배율은 커지게 된다.

이같은 이유로 이 교수는 덧붙여 "기업이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산업이 고도화 될수록 임금소득배분율은 줄어들기 때문에 G20 같은 국가들의 임금소득배분율은 당연히 모두 낮게 나온다"고 말한다.

실제로 2015년 기준으로 G20에 속하는 국가들의 임금소득배분율은 러시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이 높게 나오고 미국, 독일, 일본 등은 낮은 편에 속한다. 여기에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다시 말해 불평등해질수록 선진국형 모델에 가까워진다. 임금소득배분율이 낮고 지니계수마저 낮은 나라는 멕시코다. 경제가 성장하거나, 인구가 많으면 지니계수는 필연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이처럼 분류되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상대적 불평등 지수만으로 경제 상황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단면적인 접근이라며 경계한다.

나아가 부의 불평등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은 오히려 삶의 질을 절대적으로 개선하는 데에 있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과적 평등'을 실현하려는 정책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세금이며, 개인의 사적재산권을 정부가 결국 수탈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자주 쓰는 '포용적 성장'이란 개념을 처음 꺼내들었던 대런 애쓰모글루(Daron Acemoglu) MIT 경제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왜 국가는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를 통해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란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각자의 사유재산을 철저히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세금으로 집단의 소득과 부를 뺏어서 다른 집단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경제제도는 수탈적, 또는 착취적(extractive)인 경제제도로서 '포용적 성장'과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이미 설명한 바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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