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로서 文대통령의 거짓말 두고 볼 수 없어...국민들에게 사실 알린다
"한국이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하다"는 文의 발언은 거짓말
구글 검색창에 'income distribution OECD'치면 누구나 사실관계 확인 가능
한국 지니계수-소득5분위 배율 모두 OECD 평균보다 더 평등한 것으로 나와
노무현도 비정규직 비중이 58%라고 생 거짓말...권력유지 수단으로 불평등 이용

남성일 객원 칼럼니스트
남성일 객원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현재 한국의 상황에 대해 “우리는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했다. 나는 이 언론보도를 읽으면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라고? 우리나라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라고? 서둘러 기자회견 발표문을 찾아 읽어보았다. 분명히 그렇게 쓰여져 있다. 이건 이념이나 주장이 아닌 사실관계의 문제이다.

거두절미하고 사실관계부터 파악해보자. 경제적 불평등 또는 소득 불평등에 관한 국제비교 자료를 보는 것은 요즘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먼저 구글 검색창에 “income distribution OECD”라고 쳐보자. 그러면 거의 맨 위에 네모상자가 나오고 그 안에 OECD Income Distribution Database (IDD): Gini, poverty, income ...이라는 제목과 해당 웹사이트 주소가 나온다. 이 웹사이트는 각국의 소득분배에 관한 가장 방대하고 최신의 정보를 담고 있는 OECD의 데이터베이스이다. 이 제목를 클릭하면 바로 웹페이지가 열리고 여러 데이터의 제목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위에서 네 번째 쯤에 Key indicators라는 제목이 있다. 그걸 클릭하면 엑셀파일을 열도록 되어 있고 이를 열면 위에서부터 알파벳 순서로 각국의 이름이 나오고 해당국가의 소득분포를 나타내는 여러 핵심 지표들이 나온다. 

자 이제 Korea의 지표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자. 소득분포 또는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는 지니계수(Gini coefficient)인데 모든 사람의 소득이 완전 평등하면 0 이고 반면에 오직 한 사람이 모든 소득을 갖고 나머지는 소득이 한 푼도 없다면 1이 된다. 따라서 숫자가 낮을수록 소득분배가 더 평등하다는 뜻이다. 2016년 또는 그 이후 가능한 최신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지니계수가 우리나라는 0.295로 나와있다. 바로 위에 일본은 0.339로 나온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조금 더 평등하다는 걸 의미한다. 여러 나라들의 숫자가 있지만 밑으로 가면 OECD국가들의 평균값이 0.316으로 나온다. 이건 무얼 뜻하는가? 잘 산다는 나라들의 집합체인 OECD에서도 한국이 평균보다 더 평등한 소득분배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길래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불평등이 가장 극심한 나라”라고 할 수 있는가?

하나 더 살펴보자. 표를 보면 지니계수 오른쪽에 S80/S20 income share ratio 라는 지수가 있다. 우리 말로 소득5분위배율이라고도 하는데 이건 소득상위 20%의 평균소득을 소득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수치이다. 분자가 상위 20%의 소득이므로 이것도 숫자가 작을수록 상대적으로 평등한 분포를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수치가 5.1이고 이는 OECD국가 평균치인 5.4보다 낮다. 따라서 지니계수와 마찬가지로 OECD국가들 평균보다 더 평등하게 분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5배나 많이 번다는 것은 불평등한 것 아닌가 하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 수치가 가장 평등한 나라를 표에서 찾아보자. 체코공화국으로 3.6이다. 지구 상에서 가장 평등한 분배의 나라도 상위 20%가 하위 20%보다 3.6배 많이 번다. 반면에 불평등한 나라를 찾아보자. 브라질은 12.5배 차이가 나고 남아프리카는 무려 41.1배 차이가 난다. 이런 나라들을 놔두고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불평등의 나라라고 그 나라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니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와 비슷한 일이 과거에도 있었다. 2002년 12월 대통령선거의 개표가 끝나고 대통령 당선자가 첫 기자회견을 하던 때이다. 유세 때와 달리 낮은 자세로 조용조용하게 일문일답을 하던 노무현 당선자에게 누군가가 ‘비정규직 이슈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묻자 갑자기 톤이 높아지면서 첫 마디가 “지금 대한민국의 비정규직 비중이 58%입니다.” 하는 것 아닌가? 당시 전세계에서 임시직 비중이 가장 높다는 국가들의 비중이 35% 근처였고 우리 정부는 20% 초반으로 보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대통령 당선자는 58%라고 자신있게 숫자까지 밝히는 것이다. 그 방송을 들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대통령이 될 사람의 무지이다. 아무리 현실을 몰라도 그렇지 어떻게 한 나라 근로자의 60% 가까이가 비정규직일 수 있다는 말인가? 또 한가지 생각은 이제부터 비정규직 숫자가 막 올라가겠구나 라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해부터 비정규직에 대한 엉터리 정의를 만들어서 비정규직 비율이 갑자기 30%대로 치솟았다. (공무원들도 그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40%로 만들지는 않았다.)

이번 대통령 회견문을 보면서 이제 좀 있으면 각급 학교에서 전교조를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한국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라고 가르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미력하지만 적어도 사실관계만큼은 국민들이 제대로 알도록 하는 것이 경제학자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칼럼을 쓰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실과 크게 다른 허위 정보를 거리낌없이 발설하는 것을 보면 그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도대체 왜 저러는 것일까? 정말 가난한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저럴까? 그런 것 같지 않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보면 연민과 함께 학자로서 가난의 구조에 대해 열심히 관찰한다. 그리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이나 현 정권의 행태를 보면 문제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합리적 해법을 구하려는 진지함이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회를 한껏 이쪽과 저쪽으로 갈라놓고 한쪽으로 밀어붙이는 데만 익숙하다.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불평등을 이용해 먹는 것 같다. 그러나 비록 대한민국의 지성의 두께가 참 얇기는 하지만 거짓말이 혹세무민하도록 놔둘 정도는 아니다.

남성일 객원 칼럼니스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