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식의 시대착오적 마인드로 국가운영
대한민국을 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망치고 국가 정체성도 작심하고 망가트려
내생(內生) 외생(外生) 충격이 가해지고 파국으로 달려가는 것을 느껴야 사람들은 인식
혼돈과 파국은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강규형 객원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는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예측 가능한 정권이다. 집권하고 나서 이러저러한 사고를 낼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단지 그 정도와 스피드가 놀라울 뿐이다.

북한 비핵화는 이미 물 건너간 얘기가 됐으며, 외교도 전반적으로 엉망진창 수습 불가능한 상태로 보인다. 경제정책은 애초부터 성공이 불가능한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며, 자신하던 일자리 창출은 점점 더 악화일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쓴 22조 원 같으면 연봉 2,200만 원짜리 일자리 백만 개를 만들 수 있는 돈이다. 그 많은 돈을 강바닥에 쏟아부은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훨씬 많은 54조를 소위 일자리 창출에 쏟아붓고도 일자리는 거의 늘어나지 않는 대참사를 연출했다. 그야말로 허공에 날린 셈이다.

허울만 좋은 소득주도성장은 통계 수치를 마사지해서 좋게 포장하는 “통계주도 경제성장”으로 변하고 있다. 대책 없이 행한 탈원전으로 인한 부담은 점점 현실화돼 경제를 더 짓누를 것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은 작심하고 망가트리고 있으니 한국의 미래는 어둡기 짝이 없다. 필자는 여러 번 이런 정책들이 한국을 베네수엘라나 그리스와 같은 길로 이끌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었다. 그리스는 엄청난 관광수입이 있고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가지고 있으니 나라가 지금처럼 파산이 돼도 버틸 최후의 수단이라도 있지만, 우리는 그런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다. 그런데도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장악하고 운영하는 KBS와 MBC 등 공영방송들과 일부 민영방송은 이런 문제들에는 눈감고 정권의 선전선동기관으로 전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여러 공약 중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만드는 것”만은 실천 중인지는 몰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문 정권의 비판자들은 이 시대를 “문산군 3년차”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필자는 역설적으로 이 시대는 한국현대사에서 한번은 경험해야 할 필연적인 시대로 평가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된다.

사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뿌리는 매우 깊고 오랫동안 진행돼 오던 과정의 일환이었다. 6.25 전쟁 이후 잠복해 있던 반(反)대한민국 정서 혹은 ‘1948년 체제’에 대한 반감은 시간이 흐르면서 되살아났다. 그러다가 1980년대 대학가와 재야를 중심으로 터져 나오면서 소위 586세대가 형성됐다. 민주화운동으로 시작된 80년대 학생운동은 빠른 속도로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에서 이탈해 공산전체주의로의 길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런 조류에서 승리를 거둔 민족해방혁명계열(NL파)들은 특히 친북·종북적 성향을 보였고 급기야는 남한에서의 주체사상파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다. 패배한 정통 맑스레닌주의자들인 민중민주주의(PD파)도 공산전체주의라는 면에서는 다름이 없다. 현 정권의 상당수가 이런 사상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고 공식적으로 전향을 안 한 사람들이니 이들의 정책이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는 예측 가능한 것아닌가.

소위 1987년 체제는 민주화 시대이기도 했지만, 사회적 욕구가 터져 나오면서 정치권에서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populism)의 확산을 가져올 토양이 되기도 했고, 1948년 대한민국 체제에 대한 부정과 거의 퇴행적 종족주의에 가까운 극단적 민족주의가 유행하는 장을 마련했다. 교육정책의 대실패로 무작정 대학 신설이 난무했고, 대학 입학률은 세계최고수준에 다다랐다. 그에 따른 엄청난 기대수준 상승과 욕구불만 그리고 노동시장에서의 수요공급의 미스매치를 가져왔다. 사회적 불만은 점점 커져 갔고, 사회는 악성적인 선전선동에 극히 취약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미선·효순 사건 때의 반미시위와 그 이후 소위 여러 촛불시위는 자주 악성 유언비어에 현혹되는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으로 사태로 변해 갔다. 천안함 폭침, 미국산 쇠고기 파동,  세월호 사건, 그리고 탄핵사태  때 한국을 휩쓸었던 무시무시한 괴담들은 거의 모두 허위로 밝혀졌지만 이런 선동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사과 한마디조차 없다. 여기에 온갖 미디어들과 연예인들이 경쟁적으로 이런 괴담들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 결과는 거짓과 허위가 판을 치는 미성숙한 저질 사회의 탄생이었다.

세월호 사건 때 특히 “피해자 입장에서” 주로 보도를 하겠다고 아예 공언하고 괴담을 주도했던 이는 손석희 JTBC 앵커였다. 허위로 밝혀진 다이빙벨 유용론 등을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면서 오히려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칭송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사회병리 현상이라고 까지 얘기할 수 있는 경우였다. 그렇게 세월호 팔이를 주도했던 그가 세월호 3주기 바로 그날 으슥한 과천 교회 공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보도를 들었을 때, 필자는 처음에는 그가 세월호 3주기 추도 기도를 드렸다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개신교 신자도 아니고, 처음엔 노모(老母)를 모시고 갔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급한 “배설”을 위해 들렸다는 등 과거 “태블릿 PC건” 만큼이나 현란한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무슨 ‘배설’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사실들만 해도 그의 위선과 허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아직도 그 자신이 “이놈의 회사”이자 “하꼬방(판잣집의 일본어 표현)같은 가족회사”라 묘사한 JTBC의 대표이사이자 메인 앵커로 근무하고 있다.

사실 현 정권은 자기들이 잘한 것은 거의 없이 탄핵 사태를 거쳐 권력을 거저 얻는 행운을 잡았다. 잘한 게 없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고, 더더군다나 처절한 자기반성 없이 상대방의 실수를 기회로 정권을 가져왔으니 수많은 문제가 터져 나오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원래 잘못된 이념과 정책 방향을 가진 집단이 자기혁신 없이 공짜로 권력을 가져와서 전투적이고 친북좌파적인 민주노총과의 연합정권으로서 기능하니 정책의 오리엔테이션이 제대로 잡힐 리가 없었다. 586식의 시대착오적 마인드로 국가운영을 하려니, 성장동력은 점점 약해지는데 새로운 진짜 일자리 창출에는 소홀히 하고 오히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무상복지 시리즈는 계속 확대해 나갔다. 그것을 메꾸는 데에는 전 정부들이 벌어놓은 돈에 더해 새로 세금을 더 걷어서 “조자룡 헌 칼 쓰듯이” 써 재끼는 방식밖에는 아는 게 없다. 대중영합적 정책의 남발, 공적 섹터를 늘려 국민 세금으로 해결하려는 방식 같은 이미 세계적으로 실패한 정책으로 근근이 연명하니 언젠가는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게 돼 있다.

반대의견이나 반대파에 대해서는 모택동의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을 이용한 극좌적 대중선동과 극우 파시즘적인 공포 정치를 결합시킨 묘한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파시즘적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그들의 이데올로기가 바로 종족주의적인 극단적 민족주의에 바탕하고 있는 것이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그동안 숙성해 온 리영희·신영복·박현채식의 민족해방과 민중민주주의가 그 절정을 맞고 있다.

반미친중은 물론 굴종적 친북한체제 성향은 요번 2월 12일 한국 국회대표단의 미국 하원의장 예방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국회의장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에게 조선의 중국에의 예속과 충성을 표현했던 만절필동(萬折必東)이란 족자를 선물했다. 그 뜻을 이제는 미국 정치권도 다 알아차렸을 것이다. 면담에서 북한체제 옹호에 필사적인 여당과 일부 야당 대표들(정동영 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에게 펠로시가 “북한 정권을 믿을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진정한 의도는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을 무장 해제(demilitarization)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따끔한 질책을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펠로시가 야당인 민주당 소속이고 집권 공화당보다는 좌 성향이니 자신들의 말을 잘 들어줄 것으로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김정은이 “남한 인민들에게 주는 메시지”라는 페이크 연설장면을 보면서 폭소를 참지 못했다. 실제 영상에 겹쳐진 김정은 성대모사로 김정은이 주는 메시지를 가상으로 연출한 것이었다. 가상 김정은은 이렇게 말한다. “상식적으로 내가 생각해 봐도 남조선 인민들은 도라이 정신병자로 보인다. 어떻게 형 면상에 독가스를 처바르고 고모부를 떡갈비로 만들어 죽인 나를 귀엽다고나 신뢰가 간다거나 할 수 있는 것인가? 심지어 고모부를 죽인 것은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나를 옹호해주는 개 미친 사이코패스를 보면 남조선 좌파는 적화통일 후 가장 먼저 말소시켜야 할 무식하고 병신같은 집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김정은 위원장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정권이 “자유민주주의”를 교과서에서 지우고 대신에 인민민주주의(민중민주주의)를 포괄할 수 있는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집어넣는다던가, 대한민국이 “UN 승인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있다. 역사 인식의 왜곡으로 인해 2019년을 “건국 100주년”으로 하려는 시도가 너무 무리였다고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3.1 운동과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북한의 눈치를 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년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으로 수정했다. 결국은 이러한 사상과 행태들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이 지금 문재인 정권 시기라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재밌게도 가장 먼저 이런 질책을 받고 변해야 할 곳은 국사학계를 비롯한 역사학계이다.

한국의 현 상황이 이러하니, 오죽하면 이병태 KAIST 교수가 “이런 환경에서 나라를 잘 이끌 수 있다는 분들의 용기를 매우 높이 평가한다(퇴임 후 폐인이 되거나 감옥 가거나 할 것이다. 문재인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라는 냉철한 언급을 했겠는가. 사실 위에 언급한 여러 병리 현상은 오래 축적돼 있어서 단시간에 치유가 불가능하다. 겉멋 좌파와 패션좌파들이 사회에 난무하고 있다. 그들의 인기영합적이지만 허위와 위선에 가득 찬 발언들이 환호를 받는 상황이 꽤 오래 지속됐다. 정치사회문화지형이 수십 년간 변화했던 것이다. 사회심리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변화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은 이러한 왜곡된 사상과 정책 그리고 문화가 틀린 것이며 도저히 지속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국민들 다수가 깨닫게 되는 길밖에 없고, 현 정부는 이러한 것을 일깨우는 작업을 ‘착실히 이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장악하에 있는 방송들은 홍보기관처럼 이 ‘과업’을 착착 보조수행하고 있다.

내생(內生) 충격과 외생(外生) 충격이 가해지고 파국으로 달려가는 것을 느껴야 사람들은 알아차린다. 물론 그 와중에도 남 탓, 미국이나 일본 탓하며 자기기만(自己欺瞞 self-deceiving)적 정신승리에 빠져 허우적댈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위선과 허구는 그 극한에 달해야 꺾어지는 법이다. 한국사회는 그 자각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겠지만, 필연적인 과정이라면 겪을 수밖에 없을 일이다. 다만 회복 불가능 상태로 빠지지만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혼란과 혼돈의 시대(Time of Troubles) 또는 파국의 시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혼돈과 파국은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새로운 질서는 1948년 대한민국체제를 인정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상대적 우수함을 제대로 평가하며, 개인의 가치와 자발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질서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그것은 불가역적(不可逆的) 과정일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은 한국현대사의 필연적인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역설이 성립하며,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강규형 객원 칼럼니스트 (명지대 교수,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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