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해 하반기 한국의 불법사채 이용자수는 36만~43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1인당 평균 5,600만원 정도의 불법사채를 연평균 111%의 살인적 고금리로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평균 5,600만원 정도라면 대개 영세자영업을 하기 위한 자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살인적 고금리로는 죽지 못해 하는 자영업이지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한 번 쓴 초고금리 불법사채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빈곤의 질곡으로 추락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설상가상 온갖 불법추심이 난무하는 등 큰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급증하는 금융소외계층, 살인적 불법사채 고금리로 빈곤으로 추락

여기에 그치지 않고 2월부터는 법정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낮아진다. 신용이 낮은 경우 부실비율도 높아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심사를 더욱 깐깐하게 할 수 밖에 없어 종래 제도권금융을 이용하던 사람들도 상당수가 제도권금융을 이용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번의 최고금리 인하로 추가로 24만 명 정도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힘들어져 불법사채시장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고 배제되는 상태를 금융소외라고 한다. 한국에서 제도권금융이란 은행 비은행 대부업까지를 포괄하고 있다. 흔히 가계부채라고 하는 가계신용은 은행 비은행 대부업의 대출과 여신금융회사의 판매신용(외상)을 말한다. 반면 제도권금융을 이용하는 경우를 금융포용이라고 한다. 금융소외가 일어나는 이유는 금융소비자가 소득이 불충분하거나 높은 신용위험으로 제도권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경우,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 금융상품의 가격이 너무 높거나 공급량이 부족해 금융소비자가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등이다.

금융소외계층은 급할 경우 살인적 불법사채를 이용할 수 밖에 없어 경제생활을 제대로 영위하기 힘들게 되고 이들에게 경제활동의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함으로써 전체적인 경제발전도 저해하게 된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전세계 70억 인구 중 약 25억 명 정도가 은행계정도 가지고 있지 않을 정도로 수 많은 사람들이 금융소외로 경제적 핍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포용 확대를 위한 국제적인 논의들 줄이어

이에 따라 근년에 들어 여성, 빈곤층, 중소기업 등 금융소외계층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금융비용이 낮은 금융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인 금융포용에 관한 논의가 국제적인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G20에서는 2009년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부터 의제로 다뤄져 오고 있다. 2010년 토론토 정상회의는 혁신적 금융포용을 위한 G20 원칙을 채택하고 2010년 서울 정상회의는 금융포용을 개발의제에 포함시키고 구체적 이행을 위해 금융포용 글로벌 파트너십을 출범시켰다. 세계은행은 글로벌금융포용성지수, IMF는 금융접근성서베이 등금융포용지표를 개발해 금융포용정책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APEC에서도 2010년 이후 매년 아시아 태평양 금융 포용 포럼을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등 금융 포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 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은행, 상호금융, 여전회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제도권 금융 외에도 새희망홀씨대출, 미소금융, 햇살론 등의 서민정책금융, 신용회복위원회와 신용회복기금 및 국민행복기금에서 제공되는 금융지원프로그램과 신용회복제도를 통해 금융포용을 확대하고 있다. 2016년 9월에는 서민금융에 대한 원스톱 종합서비스제공을 위한 서민금융진흥원을 설립하는 등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포용 확대를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금융포용과 금융발전 조화 이루어야 지속가능한 금융포용 가능

그러나 금융포용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금융포용과 금융발전의 관계다. 지금까지 금융포용은 대부분 경제정책이나 금융정책의 관점보다는 사회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 반면 금융발전은 금융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하나의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 금융포용이 강조된 나머지 금융의 산업적 측면을 과도하게 침해는 경우에는 금융발전 자체에 문제가 발생해 궁극적으로 금융포용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우려도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의 새희망홀씨대출, 미소금융, 햇살론 등의 서민정책금융은 대부분 금융회사들의 휴면예금이나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한계가 있다. 은행권이 출자해서 운영하고 있는 청년창업펀드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금융포용이라는 경제사회적 이슈와 금융발전이라는 시장의 논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가 중요하고 조화를 이루는 해결방안이 모색되어야 ‘지속가능한 금융포용’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금융이 금융포용과 금융발전 동시 달성의 길

이 중요한 문제가 근년에 들어서 눈부신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디지털혁신이 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디지털혁신을 기반으로 한 금융혁신이 금융발전도 이룩하고 동시에 금융포용도 확대해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전문은행 크라우드펀딩 P2P금융 등 디지털금융이 확산되고 신용분석도 인공지능기반 빅데이터 신용분석이 가능해 짐으로써 종래에는 금융접근이 어려웠던 저신용계층이나 신용등급이 나오지 않았던 사회초년생들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신용등급 산출로 중금리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금융포용이 획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종래 20%가 넘는 고금리를 부담해 오던 신용등급 5~6등급에 속하는 약 1200만 명의 신용등급보유자들에게 9% 내외의 중금리대출이 가능해 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디지털금융의 혁신적인 모델은 경이로울 정도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2014년 12월에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텐센트그룹의 위뱅크가 실립된 이후 알리바바그룹의 마이뱅트 등 4개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고 최근 추가로 하나 더 설립되고 있다. P2P금융도 디안롱 등 초대형 금융기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혁신에 힘입어 지난 3년 간 종래 은행근처에도 가보지 못하던 1억 8천만 명의 농촌인구가 금융을 이용하고 1억 5천만 명의 농촌인구가 보험에 온라인가입하고 있다. 중소영세기업대출도 1조 위안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당국은 이와 같은 디지털금융의 금융포용적 기능을 일찍이 간파하고 금산분리가 아닌 금산융합을 추진하면서 규제도 사전허가 사후규제 방식으로 먼저 시행해 보고 문제가 있으면 고친다는 식의 획기적인 규제철폐를 도입해 이러한 경이적인 금융포용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완전히 금융후진국에서 디지털금융대국으로 굴기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금산분리와 빅데이터규제로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과는 완전히 딴 판이다.

여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암호화폐의 출현은 새로운 금융포용이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계정도 없어 제도권 금융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25억 인류들도 대부분 모바일폰은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단순히 모바일폰으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전송해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금융포용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한 아트그룹은 금융계정이 없는 아프카니스탄 여성들에게 모바일폰으로 비트코인을 송금해 그들의 교육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아프카니스탄에는 비트코인을 사용할 금융인프라도 없으므로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제휴해 아마존이 비트코인을 받고 필요한 상품을 배송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처럼 암호화폐는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되었지만 모바일폰은 가지고 있는 전세계 수십억의 인류를 디지털화되고 탈중앙화된 첨단 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이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모시키는 새로운 사회조직시스템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이와 같이 금융에서 소외되었지만 모바일폰은 가지고 있는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공간을 초월한 보편적 인류애에 기초한 금융포용 확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코넥스 코스닥 등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의 자금조달 자본시장이 발달하고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인수합병시장도 성장하는 등 모험자본시장이 육성되면서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의 자금조달 기회가 확충되고 있다. 지난 해 부터는 암화화폐공개(ICO)를 통해서도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의 글로벌 자금조달이 활성화되기 시작해 우수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자금 조달이 한결 쉬워지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금융포용이 비약적인 전기를 맞고 있다.

이 밖에도 중요한 문제가 이러한 금융자체를 완전히 모르고 있는 금융문맹 문제의 해소다. 특히 디지털혁신 시대를 맞아서 디지털디바이드 등 금융소외계층의 금융이해도와 금융지식 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금융문맹 해소, 디지털금융을 포함한 다양한 금융포용 교육프로그램 운용 등 궁극적으로는 금융소외계층이 금융포용을 통해 빈곤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금융포용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디지털 금융시대 금융포용도 확대하고 금융발전도 달성하는 길이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금융IT학과 특임교수·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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