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8일 열병식, 北 오랜동안 준비한걸 미처 파악 못한…"
"금강산 경유반입, '대북제재 품목' 지적 北 불편했을듯"
北 2.8 열병식 날짜에 "개인적으론 옮겨졌으면 좋겠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일 북한이 자칭 '건군절' 행사를 기존 4월25일에서 2월8일로 변경, 대규모 열병식을 추진하는 것이 평창 동계올림픽 직전 무력시위를 노린 것이라는 시각을 "오해"라고 말했다.

도종환 장관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 건군절 변경 관련 "(IOC위원장이 2월 남북 문화공연 행사를) '개막식 날 다른 문화행사 같은 것을 하는 건 정말 곤란하다. 개막식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 9일은 곤란하다'고 해서 8일로 옮겼는데, 그게 또 마침 (북한이) 건군절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거(건군절 열병식)는 저쪽이 오랜동안 준비해 왔던 걸 저희들이 미처 파악 못 했는데, 강릉아트센터에서 하는 공연도 그날에 맞추자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북쪽에서 하는 그 행사도 올림픽 전날 일부러 무력시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도 장관을 포함한 정부 인사들이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에 참석한 것은 지난달 20일이었는데, 이틀 뒤(22일)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결정서로 발표할 건군절 변경 사실을 도 장관은 북측과의 회의 과정에서 미리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화 무드 조성'을 명분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까지 연기된 가운데 북한이 올림픽 개막식 바로 전날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에 일말의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감싼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저자세와 북한의 열병식 강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주일 여 고조된 뒤에야, 도 장관은 이날 "개인적으로는 (열병식 날짜가) 좀 옮겨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올림픽을 치르는 저희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도 장관은 북한의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 행사 일방 취소에 대해서도 "경유를 가지고 올라가야 하는데 '이게 대북제재 품목'이라며 문제제기가 계속 되는 것에 (북측에서) 불편함이 있었던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북측이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겠다'는 진행자 질문에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오히려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진행자가 '평창 올림픽이냐 평화 올림픽이냐'는 세간의 비판을 화두로 올렸을 때는 "꼭 평화올림픽으로 실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화 공존, 평화 교류가 이뤄지는 계기를 스포츠, 올림픽이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실제로 올림픽이 열리면 전 세계 사람들이 평창을 결국은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뚜렷한 논거 없이 여권발 '평화 올림픽' 레토릭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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