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트럼프 대통령, 좋은 동네 아저씨같은 푸근한 이미지...우리 고통을 헤아려줘 감사”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탈북민 8명을 백악관 집무실로 초청해 45분간 환담을 나눴다(백악관 유튜브 영상 캡쳐).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탈북민 9명을 백악관 집무실로 초청해 45분간 환담을 나눴다(백악관 유튜브 영상 캡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탈북민 9명을 백악관에 초청해 환담을 나눴다. 탈북민들은 개개인의 탈북 사연을 소개하며 중국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트럼트 대통령은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수치”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참혹한 인권상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탈북민들을 백악관 집무실에 초청해 각 개인의 사연을 들으며 45분간 환담을 나눴다.

트럼트 대통령은 탈북민을 뜻하는 ‘defector’보다 더 강한 의미인 ‘escapee’ 즉 ‘탈출자’란 단어를 사용했다. 또 탈북민들의 이야기에 “아주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살기 어려워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곳, 아주 위험한 곳”이며 “그 때문에 사람들이 북한을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에 초대받은 탈북민은 모두 8명이다. 지난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소개했던 탈북민 장애인 지성호 씨 외에 북한 대학에서 주체사상을 가르쳤던 현인애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15호 요덕관리소 출신 정광일 씨, 김영순 씨가 참석했다. 워싱턴 대북 라디어 방송 기자로 활동하는 정영 씨, 탈북 수기를 책으로 펴낸 뒤 외국에서 활발한 인권운동을 하는 이현서 씨, 싱가포르에서 북한 금융 관련 업무를 하다 탈북한 김광진 씨는 영어로 직접 자신들을 소개했다. 탈북민 두 명은 북한 가족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을 우려해 20여 분간 진행된 공개 환담이 끝난 후 합류했다.

현인애 위원은 “남편이 정치범으로 몰려 가족들이 전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될 위험에 놓여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현 위원은 “탈북할 때는 체제를 배신한다는 생각 때문에 매우 불안했지만 남한에 와서 하고 싶은 공부도 실컷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멋진 이야기”라고 했다.

북한에서 3년 동안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던 정광일 씨는 “한국에 와서 ‘노체인’이란 단체를 만들어 북한 정치범 수용소 해체와 북한 정보유입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국회 연설에 크게 감동을 받아 한국어로 번역한 영상을 북한에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을 본 많은 북한 주민들이 감동을 받고 힘을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뻐하며 “고맙다”며 “도움이 됐길 바란다”고 했다.

김영순 씨는 “70년대 김정일 부인 성혜림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는 죄로 요덕수용소 9년 동안 수감됐다”고 밝혔다. 김 씨는 “식구 7명이 모두 요덕 수용소에 수용됐는데 다 죽고 장애인이 된 아들과 나만 살아남았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에 나를 받아준 것에 감사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한 이야기”라고 했다.

이현서 씨는 자신의 영문 자서전인 ‘7개 이름을 가진 소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하며 중국 시진핑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씨는 “탈북한 후 19살의 나이에 중국인 남자의 신부로 사창가로 팔려갔다”며 “이후 중국 공안에게 붙잡히지 않으려 7번이나 이름을 바꿔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탈북민들은 강제북송을 당하면 북한에서 고문과 처형을 당할 것이 두려워 독약을 가지고 다닌다”며 “제발 중국정부의 강제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는 “이야기를 들려줘 감사하다”며 “감동적인 제목의 책”이라고 했다.

트럼트 대통령은 이날 환담에서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놀랍다” “고맙다”는 말을 거듭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탈북민들에게 일정에 없던 백악관 관광을 시켜줄 것을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탈북민들의 요청에 따라 일일이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환담을 마친 탈북민들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에 관해 “언론에서 봤던 강한 이미지가 아니라 마음씨 따뜻한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했다”고 말했다.

지성호 씨는 “탈북자들에게 탈북과정은 책 한 권이 될만큼 아프고 숨기고 싶고 때로는 두고 온 것에 대한 지금까지 이어지는 아픔들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고통을 따뜻한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광일 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절대로 과격한 이미지가 없었다. 아주 동네 좋은 아저씨 같은 이미지였다”고 했다.

이번 환담은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이 주선했다. 스칼라튜 총장은 미국의소리 방송에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인권 개선 문제를 매우 중시한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밝혔다. 또 “이런 행사들은 한국정부가 계속 탈북민들을 보호하는 한편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진실의 소리가 북한주민들과 국제사회에 계속 퍼져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도 이날 행사 뒤에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인권 상황에 열중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한국 국회연설과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북한인권상황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며 북한의 인권상황은 아마도 이 시대에 가장 큰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23분 길이의 이날 영상을 백악관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올렸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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