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사고와 외교참사, 외교관들 능력부족 아닌 청와대 주사파 정책 혼란 탓..외교관들 “길 잃은 꿀벌 신세”
강경화 장관, 국회의장 통역관 출신...김대중 정부 시절 외교부에 특채
강경화 장관, 유엔에서 고위직을 거친 非고시 출신 첫 여성 외교장관...임명 순간부터 자격 논란에 휩싸여
정통 엘리트 외교관들 중심으로 강 장관에 대한 반발 기류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 강 장관과 청와대를 향한 소리 없는 저항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강경화 외교부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

외교부의 단순 ‘의전사고’를 넘어 한국의 ‘외교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외교부 장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29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달 9일부터 16일까지 6박8일 일정으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3개국을 국빈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 외교가 '폭망했다'는 한탄이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이 최고급 의전을 받는 국빈방문으로 해외순방길에 나서는 것이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또 해외여행이냐는 비아냥이 터져나온다.

이에 앞서 외교부는 28일 주(駐)몽골 대사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국 비자 발급을 위한 브로커와의 유착설, 대사관 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이 감사 사유다.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김영란법' 위반 의혹), 도경환 주말레이시아 대사(직원 갑질 의혹)에 대한 징계 절차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사건이 사건을 덮는 상황으로, 단순한 기강 해이 수준을 넘어섰다"고 입을 모은다.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한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은 현재 귀국하여 조사를 받고 있으며, 외교부는 해당 직원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국가기밀유출로 형사고발까지 했다. 실무를 맡은 엘리트 직업외교관들에게 커리어 관리 측면에서 치명타를 입힌 '사형선고'를 한 것이다.

그러나 강경화 장관과 조윤제 주미 대사에 대한 책임 추궁은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실무자들만 처벌하는 이른바 '꼬리 자르기'가 진행 중이라고 보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

최근 스페인과의 전략대화 공식행사장에 구겨진 태극기가 내걸렸고, 지난 11월 대통령 체코 방문 시에는 외교부 트위터에 체코를 지구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명인 ‘체코슬로바키아’로 표기해 망신을 샀다. 그 뿐만 아니라 외교부는 앞서 3월 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국빈방문 당시 인도네시아어로 인사말을 하게 했다.

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와 같은 ‘외교참사’가 이어지는 이유는 “집중력 부족으로 인한 실수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석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장은 본지 칼럼(2019.4.13.)에서 반복되는 의전사고와 외교참사가 외교관들의 능력부족에서 기인하지 않고 청와대 주사파 정책에 나타나는 혼란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주적개념을 없애려는 상부의 눈치를 보느라 일선 군인들이 혼란을 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북관계를 비롯한 외교영역도 청와대가 독주하여” 외교부 본연의 역할이 사라져 외교관들이 “길 잃은 꿀벌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한국 외교 질서를 무시하는 청와대의 ‘외교 독재’와 외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외교참사 속에 강경화 장관이 있다.

강 장관은 국회의장 통역관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 외교부에 특채되어 유엔에서 고위직을 거친 非고시 출신 첫 여성 외교장관이다. 강 장관은 임명 순간부터 자격 논란에 휩싸였으며, 정통 엘리트 외교관들 중심으로 강 장관에 대한 반발 기류마저 외교부 내에 감지되어 왔다.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도 강경화 장관과 청와대를 향한 소리 없는 저항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전직 외교관 수십 명이 "문재인 정권의 외교와 국가안보에 대한 위험한 행위가 나라의 근본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 서명한 전직 외교관들은 선언문에서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당장 폐기하고, “한미동맹을 흔드는 행위를 중단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강화하라”고 외치면서 강경화 장관과 문재인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차광명 기자 ckm181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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