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공재 객원 칼럼니시트
최공재 객원 칼럼니시트

참 씁쓸한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2019년 1년내내 문화를 통한 역사왜곡 현장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를 했지만, 여전히 우파는 문화에 아무런 관심이 없이 무방비상태다.

어떤 어르신은 지금 나라가 이 지경인데 한가하게 영화 이야기냐며 역정을 내시기도 한다. 영화 하나가 탈원전을 시행하는 원동력이 되고 김원봉을 국가유공자로 만들며, 오늘 이후에도 그것들보다 더 무섭게 역사를 왜곡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변형시키려는 것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무엇이 더 한가한지 필자는 답답할 따름이다.

과연 문화를 논한다는 것이 그렇게 한가한 일일까? 필자가 보기엔 지금 정치를 논하는게 더 한가해 보이는데, 욕 먹을 각오로 그 이유를 적어본다.

문화전쟁은 역사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이념전쟁이다!

문화는 그 자체로서 아무런 형체가 없는 것이다. 그 안에 인류가 만든 역사와 교육이 붙어야만 비로소 형태가 갖춰지는데, 그 형태는 그 나라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나타내주는 척도가 된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1970년대 초반에도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들이 먹고살기만 하면 개 돼지의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 문화인식을 높이기 위해 ‘문예중흥 5개년 계획’을 시행할 정도로 문화는 그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는 문화를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과 국민통합이라는 틀을 만들기 위해 ‘민족’이라는 단어를 활용했고, ‘역사’를 통한 문화인식 개선을 시행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과연 저 어르신의 말씀처럼 너무도 ‘한.가.해.서.’ 먹고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문화정책들을 만들어 갔을까?

필자의 생각으로 박정희 대통령은 이미 알고 있었다. 문화를 통해서 한 나라의 역사와 교육은 발전되고 계승되면서 그 나라의 근본이 된다는 것을…

그래서 ‘문화전쟁’은 곧 ‘역사문화전쟁’이며, 지금 대한민국의 뒤늦은 이념전쟁은 바로 문화를 기반으로 한 ‘역사문화전쟁’이 된다. 왜 좌파들이 영화와 연극, 각종 공연등을 통해 역사를 왜곡하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려 하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역사문화전쟁에 과연 보수우파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좌파가 진행하고 있는 역사문화전쟁의 현장에 가보면 좌파들의 선동이라고 비난만 할 뿐, 역사에 대해 아무런 것도 하지 않은 올드보수들의 민낯만을 발견할 뿐이다. 아니, 오히려 그걸 넘어 저들의 활동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보일 때면 어처구니 없는 허탈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를 정도다.

앞으로 우파진영은 러시아동포 강제이주 만행이 강제이주가 아닌 러시아의 하해와 같은 보살핌으로 인한 이주였다는 것과 자유시참변이 공산주의자들의 만행에 의한 것이 아닌 ‘우리 민족끼리’ 서로를 무참히 죽인 슬픈 과거라는 왜곡된 역사가 우리의 후손들에게 전해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그것보다도 더 무서운 역사왜곡의 현장을 보게 될 것이다.

아니,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 이미 그 현장은 보여지고 있다.

얼마 전 들렀던 파로호 안보전시관에선 문화해설사가 파로호는 슬픈 과거라는 말을 하고 있고, 그것은 역사와 관련된 모든 곳에서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보수진영에선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한가하게 문화얘기나 하냐는 한심한 변명에 묻혀 외면당하고 있을 뿐…….

그런 분들께 되묻고싶다. 지금 말씀하시는 때가 도대체 어느 때인데요?

문화를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는 걸 왜 모를까요?

1년 전, 부역자들1편이 독일교포들 사이에서도 알려지면서 어느 독일교포분께서 연락을 해오셨다. 기존 한국언론들과 유튜브 방송을 보면서도 믿지도 못하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들이 부역자들1편을 통해 이해가 되면서 감사한 마음에 연락처를 알아 소식을 전한다고 했다.

연신 감사함을 표하면서도 마치 백년동안 묵혀놨던 질문들을 해소하기라도 할 양으로 쉴새없는 질문세례가 이어진다. 계속 답변을 드리다가 그 분의 충격적인 한 마디에 질문공세가 바뀌어 필자가 계속 질문을 던졌다.

바로 독일 국민들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서 문화를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독일이 동서로 나뉘었어도 일반 국민들은 공통된 문화의식을 통해 하루 빨리 단합이 될 수 있었고, 급작스러운 통일에도 빠르게 안정화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통일 이후 자발적으로 독일의 국민들은 이웃 단위로 조그마한 문화모임을 만들어 독서나 음악, 그림과 영화 등을 이야기하고 직접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추구했던 문화정책이 독일에선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분 역시 취미로 그림을 배우다가 지금은 유럽에서 개인전까지 열 정도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필자는 지금까지 한국인 어느 누구와도 얘기한 적이 없는 다양한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한국에 오면 필자를 꼭 만나고싶다는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약속을 지키러 왔고, 첫 만남에서 그분은 매우 놀란(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할 만큼)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다. 꼭 그분만도 아니고 미국에서도 응원하러 오신 두 분도 놀라긴 매 한가지였다.

그분들은 왜 필자를 보고 놀라운 충격을 받았을까?

당시 필자는 부역자들2,3편 제작을 위해 사무실을 콘테이너박스 사무실로 옮긴 상태였다. 부족한 제작비를 최대한 아끼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그게 놀라웠던 모양이다.부역자들1의 성공 이후, 나름 필자가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줄로 생각한 듯 하다.

문화쪽에 후원이 많이 들어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답했다.

대한민국의 보수진영은 문화에 대해 관심도 없고, 아직도 딴따라라 부르며 오히려 천박하게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 부역자들2,3편의 크라우드 펀딩 1억 성공과 1,200명의 참여자 등록은 그 자체로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그 말에 놀라는 그분들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한국의 문화인식을 매우 답답해 한 미국교포 한분의 도움으로 지금의 스튜디오 사무실로 옮기게 됐지만 보수진영에선 필자가 어른들 호주머니를 털어 좋은 사무실을 냈다는 허탈한 소문을 듣게 됐고, 독일교포분께서 주신 개인전에서 팔린 그림임에도 팔지 않고 선물로 가져오신 그림은 팔고 싶어도(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으로 후원하는 문화가 있다) 그 작품을 살만한 문화적 인식을 갖춘 보수진영 사람을 아직까지 만나지 못한 관계로 사무실 벽에 걸려 있다.

한국을 떠나면서도 그들은 내게 당부했다. 힘들겠지만 계속 싸워달라고, 문화를 잃으면 나라를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싸울 시간이 남아 있어서.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함정일 뿐! 남정욱 작가의 자조섞인 말이 들려온다. “지금 자유진영 문화인들이 문화계에 몇 % 남았냐고 묻지 말고, 몇 명 남았냐고 물어 달라”

(역사)문화전쟁의 끝은 그렇게 종착지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보수진영은 아직도 ‘한.가.하.게.’ 정치에만 함몰되어 있다.

정치는 현실의 반영일 뿐, 우선되는 것이 아니다!

보수우파는 과연 정치에만 함몰되어도 대한민국을 구할 능력이 있는가? 흔히들 그 대상으로서의 좌파를 욕하고 좌파를 이해하지만 글쎄다.

본의 아니게(?) 가족적으로든 직업적으로든 좌파들과 자주 만나 그들의 과거를 알고 있는 한 사람으로 보건데 보수우파는 좌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그들은 우리가 말하는대로 무식하고 그저 잔술수에만 능한 놈들일까?

그렇다면 그런 자들에게 권력과 역사와 교육과 문화를 다 빼앗기고, 이제는 경제와 안보마저 빼앗기고 있는 보수우파는 뭐가 되는가?

아주 죄송한 말씀이지만 눈에 보이는 현실은 보수우파가 좌파보다 멍청하다는 진실이다. 아주 치욕스러울 정도로 화가 나는 얘기지만 원래 진실은 그런 거 아닌가.

정치에만 관심을 두니 정치적인 이야기를 해야하는 필자의 글도 그래서 참 답답해진다.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그래도 한번 풀어보면 이렇다.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를,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적 풍요를 던져 주었고, 대한민국 국민은 자유를 위해 피를 흘리거나 경제적 풍요(사유재산의 권리)를 위해 맨 땅을 일군 개척정신이 없었다. 그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열심히 일한 그 바탕에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담은 이념이 아닌 ‘먹고사니즘’만이 존재했다.

물론 그것이 절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을 이렇게까지 잘 살게 해준 어른들의 역사는 분명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먹고사니즘이 해결되고나서의 방향성에 대해 보수진영은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동안 좌파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철저하게 이념을 바탕으로 준비를 했고, 모든 행위들을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고 교육하고 사람을 키워내는 작업을 지난 40년 가까이 한 결과물이 바로 ‘문재인’이다. 모든 행위 하나 하나가 그래서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 좌파들에 비해, 보수우파는 어떤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 가서야 “왜 이러지?”라는 질문이 들면서 이제 갓 정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을 뿐이다. 이 시작점에서 먹고사니즘은 아무런 영향력이 없음에도 보수우파는 그걸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경제를 제외하고, 역사와 교육, 문화는 이념의 문제이지 먹고사니즘의 문제가 아닌데 말이다. 정치적 인식수준으로 보면 좌파가 헤비급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면 보수우파는 이제 갓 연습장에 들어간 라이트급 훈련생 정도의 체급이다.

과연 정치판이라는 링 위에서 지금 현재 게임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내년 총선에서 정치인들 잘 뽑으면 된다고? 그 안일한 생각의 결과물이 지금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의 쇄망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

물론 정치는 매우 중요하다. 한 나라의 근간을 다루는 것이고 그것은 그 모든 것의 종합예술 같은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나라의 정치가 성숙하기 위해선 역사와 교육, 문화 등 모든 것들이 먼저 성숙해져야만 한다. 정치는 그 모든 현실의 반영이지 그 모든 것들의 우선은 아니다.

우리에게 쓰레기 같은 정치인들만 있다는 것은 유권자인 우리가 쓰레기 같은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현실의 반증일 뿐이다. 이제 저들이 경제와 안보까지 가져가는 마당에 보수우파는 무엇으로 정치를 할 것인가?

경제와 안보, 역사와 문화 전부를 다 뺏겼다는 것은 이미 나라를 잃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레짐체인지는 완성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내년 총선을 반드시 이기자라는 말은 얼마나 허황되고 한가한 말인가.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기엔 보수우파에게 남겨진 시간이 이젠 없다.

생각하기 싫은 끔찍한 결말을 상상해 보다!

이제 헤비급 타이틀을 거머쥔 저 좌파를 무너뜨리기 위해 보수우파도 헤비급으로 체급을 올리기 위한 엄청난 시련과 고통의 훈련이 시작되어야 하고,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파는 먹고사니즘을 넘어 이념으로의 트레이닝을 해야 하고, 그것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끔찍한 결말에 도달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제일 먼저 상대해야 할 대상은 분명 (역사)문화전쟁이 될 것이다.

그게 기본이고 이 기본을 다지는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정치인 몇 명 갈아본다 한들 변하는 건 없을 것이다. 뿌리(역사와 문화)라는 기본도 없는데 한 여름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줄 나무(정치)는 없다.

정말 생각하기 싫지만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한반도가 북한으로의 통일이 된다면? 이 끔찍한 상상도 황당했지만, 이 질문에 대한 필자 스스로의 답은 더 황당했다.

‘차라리 그게 더 나을 수도 있겠네!’

남한으로의 통일이 된다면 방어적 상태에서 계속 이러고 안일하게 있다가 어차피 사회주의로 갈테고, 가만히 있어도 그렇게 가고 있다. 그런 상태니 차라리 북한이 통일한다면 자유를 찾기 위해 매주 광화문과 서울역에 울려퍼지는 노래 가사가 아닌 진짜 목숨을 건 공격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꾼들인 좌파들과 게임도 안되는 정치판 룰을 가지고 괜한 시간낭비도 안될 테고 말이다.

좌파가 레짐체인지를 이뤘다면 우파 역시 리셋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기본부터 다시 다져나가면서 맷집을 키워야 한다.

나라의 뼈대(이념)를 만드는 역사와 문화는 그래서 중요하고, 그 역사는 문화를 통해 대중과 국민들에게 전달된다. TV드라마를 통해, 영화를 통해 역사를 배운다고 비웃지 말라. 대부분의 국민들(특히, 우파)은 실제로 그렇게 역사를 배운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저들이 밀정과 암살을 보고 김원봉을 추대하듯 우파 역시 과거 대하 역사드라마를 통해 역사를 배웠고, 드라마를 통해 성공한 기업가의 일대기를 알게 되었다. 그게 아주 일반적인 사람들의 행동이고, 그렇기에 문화를 장악한 자들만이 자신들의 역사를 대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와 정치인은 그것이 다 이루어지고난 이후의 문제다.

우리는 지금 역사와 문화를 모두 잃었다. 독일교포분의 말씀대로라면 우파는 지금 나라를 잃은 상태와 같다. 그 상태에서 외치는 정치인 정신차리라는 말은 얼마나 그래서 공허하고 한가한 말인가? 정작 정신차려야 할 대상은 정치인들이 아닌 한 개인 개인들이어야 한다.

글을 쓰는 내내 영화 ‘곡성’의 대사 하나가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시방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최공재 객원 칼럼니스트(영화감독 / (주)작당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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