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대외경제장관회의 열어 "日 조치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배치, 철회 촉구"
홍남기·김상조, 7일 4대그룹 총수 만나 "일단 정부 믿어라"...10일에는 文이 청와대에 30대그룹 총수 긴급소집
재계에선 "총수 30명이나 불러 놓고 무슨 얘기를 듣겠다는 건지, 결국 총수들 들러리 세우는 것"
국가간 문제, 개별 기업 역할은 제한적...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 만나 문제 풀어야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피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실제로 피해를 본다면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발표 이후 문 대통령이 직접적인 발언으로 대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문 대통령은 "무역은 공동번영의 도구여야 한다는 국제사회 믿음과, 일본이 늘 주창해온 자유무역 원칙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고 조치 철회를 거듭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산업구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제조업은 후발국가로서 초고속성장을 해왔기에 외형적 성장에도 제조업 근간인 핵심 부품·소재·장비를 상당 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고 대외요인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는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부총리는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는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배치되는 것으로 우리 기업은 물론 일본기업, 글로벌 경제 전체에 대해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우리 업계 및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소통, 공조 등을 통해 다각적이고도 적극적인 대응을 지속해 나갈 것이고 우리 기업의 피해 최소화와 대응 지원에도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7일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 총수 일부와 비공개로 만났지만 기업들에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일단 정부를 믿고 따르라"는 수준의 당부만 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받고 있다. 홍 부총리와 김 실장이 주재한 간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개 기업 총수만 참석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청와대 간담회 대신 해외 출장을 간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당장 기업 피해가 눈앞에 닥쳤는데 뒤늦게 정부가 나서는 것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5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 "양국 기업 간이나, 산업 간에 충돌이 생기면 정부가 기업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게 맞겠지만 지금 사태는 정부 간 외교적 갈등이 기업·산업 쪽으로 번진 건데 기업인 모아 놓고 무슨 대책을 세우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30대 그룹 총수를 불러 놓고 열겠다고 밝힌 긴급대책회의에 대해서도 재계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 30명이나 불러 놓고 무슨 얘기를 듣겠다는 건지, 결국 총수들 들러리 세워 보여주기식 대책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일 일본에 도착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정부가 거래 규제 대상에 올린 반도체 첨단소재 거래선을 뚫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대만·싱가포르 등 일본이 아닌 곳에서 반도체 첨단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를 조달받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고위급 인사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고순도 불화수소 등 일본의 반도체 생산용 첨단소재 공급 중단이 장기화되면 반도체 공장이 멈춰서는 것도 문제지만 연구개발이 중단돼 세계 1위 반도체 기술력이 경쟁국에 따라잡힐 여지를 주게 된다"고 밝혔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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