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 광화문에서 성황리에 열려...저자 사인회로 시작부터 장사진
이영훈 前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지금 우리가 겪는 문제는 '개인', '자유'의 의미 온전히 알지 못했기 때문"..."그 후과 치르는 한국사회"
"이승만 전 대통령이 청년시절 옥중에서 쓴 『독립정신』만 읽어봐도 ‘배타적 민족주의’ 따위에 휩쓸릴 일 없을 것"
안병직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문재인 정부는 '인민민주주의'하겠다는 것"..."고려연방공화국의 인민민주주의 해보겠다니 기가 찬다"
주대환 전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 "민족주의는 마실 땐 맛있지만 나중에는 죽게 되는 독약과 같은 것"

이영훈 前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여러 저자들이 공저한 『반일 종족주의』(미래사, 2019) 출간 기념 북 콘서트가 17일 저녁 광화문에서 열렸다. 이날 북 콘서트는 펜앤드마이크가 공동주최한 행사다.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작됐다. 이 전 교수에게 저자 사인을 받고자 하는 인파들로 행사장은 일찍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주필 겸 대표는 행사장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직접 맞이했다.

식전행사로 사인회를 한 시간 넘도록 진행해도 대기인원이 줄지 않자 주최 측은 모든 행사가 끝난 이후에 미처 사인 받지 못한 분들을 위해 사인회를 속개하겠다고 말했다. 줄을 선 사람들을 둘러보니 꼭 장년층들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3040세대들도 적잖게 보여 책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 책은 현재 교보문고 정치/사회 주간베스트 1위 및 국내도서 주간베스트 3위로 약진 중이다.

이날 행사는 대략 오후 7시부터 본 행사로 진행됐다. 이 전 교수(이승만학당 교장)는 대표저자로서 인사말을 대신 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는 우리가 ‘자유’의 의미를 온전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그 후과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쓴 책인 『독립정신』을 나이 들어 읽은 게 너무나 후회스러울 정도다. 이 책 안에 개인과 정치체제에 대한 근대 이후 서구정치사상사의 요체, 즉 ‘자유론’이 들어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독립협회의 청년지도자로서 입헌군주제를 주장하다가 반역죄로 사형선고를 받아 투옥된 당시 저술한 『독립정신』만 읽어봐도 ‘배타적 민족주의’ 따위에 휩쓸릴 일은 없을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어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주필 겸 대표는 인사말에서 “한국의 반일(反日)감정은 기실 반일 종족주의”라면서 “일제 때 기회를 찾아 일본으로 건너가서 임금노동자가 된 우리 부모님들까지 사실상 노예였다며 비하하고 자학하는 수준”이라고 개탄했다. 지금도 불필요하게 왜곡된 피해의식으로 다른 나라를 배척하는 감성적 선동이 주효한다는 사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정 주필은 “이 책이 백만 권 팔릴 수 있도록 모두가 나서자. 저부터 회사와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축사는 안병직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맡았다. 그는 신진학자였던 시절 ‘모택동주의’에 따라 한국사회를 외세에 수탈 받는 식민지반봉건 사회로 정의한 바 있다(‘식민지반봉건론’, 줄여서 ‘식반론’). 그러나 그는 한국경제가 1970년대 이후로도 눈부시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한국사회에 전파시킨 이론이 틀렸음을 깨닫게 된다. 그는 한국경제사 중에서도 건국 이후의 경제발전사를 국제적 관점에서 조망하기 시작했다. 서울대에서 이영훈 전 교수를 포함한 제자들을 양성하며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안 명예교수의 제자로 낙성대경제연구소에서 연구한 김낙년 동국대 교수, 주익종 박사 등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팔순을 넘긴 고령에도 안 명예교수는 정정했다. 그리고 현 정권의 핵심부가 이미 파산한 이념에 사로잡혀 모든 분야의 정책을 이념지향적으로 처리하는 것에 분노했다. 그는 “요즘 문재인 정부에서 뭐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볼 땐 기어이 ‘인민민주주의’하려는 것 같아요”라며 축사를 시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일론을 비롯해 분단사학, 분단체제론 등이 있지만 모든 이론의 기초는 ‘고려연방공화국’의 인민민주주의에서 유래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에 따라 그는 현 정권의 실세들이 ‘한반도의 혁명기지는 민족적 정통성이 있는 북한이고 남한은 어디까지나 미국제국주의의 식민지, 즉 포로일 뿐이란 관념’을 공유하고 있으리라 진단했다.

그는 평생을 이론과 현실의 정합성에 진력한 경제사학자답게 “고려연방공화국의 인민민주주의를 하겠다니 기가 찬다. 단 하나라도 제대로 된 이론, 그리고 이것으로 실제 결과 만들어낸 것 있나”라며 혀를 끌끌 찼다.

안 명예교수가 “지금 우리는 관제민족주의, 그러니까 인민민주주의에 친화성 있는 민족주의 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기 민족 사랑하는 걸 뭐라 하는 사람 어디 있겠느냐”라고 말하며 연단을 내려오자 그 다음 축사를 맡기로 한 주대환 전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이 “민족주의와 평생 싸울 줄은 몰랐다”라는 일성으로 연단에 올라왔다. 서울대 운동권 출신의 주 전 위원장은 “좌파, 우파 떠나 모두가 민족주의와 씨름한 셈이다. 그렇지만 특히 이론 내세워 혁명을 위한 투쟁을 일삼던 좌파서클들은 민족주의 제대로 못 다루면 망가졌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민족주의는 마실 땐 맛있지만 나중에는 죽게 되는 독약과 같은 것”이라는 폐부를 찌르는 발언도 했다.

축사 이후에는 심재철 의원과 정종섭 의원, 그리고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위시로 한 여러 연구자들이 차례대로 『반일 종족주의』를 논평하고 저자들이 답변하는 시간이 있었다. 참석자 전원에게 질문지를 나눠준 뒤 이를 저자들이 골라 바로 답변해주는 순서도 있었다. 이날 행사는 밤 9시를 넘기고서 ‘반일 종족주의 타파’ 성명서를 다함께 낭독한 뒤 폐회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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