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 분위기 그대로 살리는 등 큰 기대 걸고 개점...오픈 이후 7년 연속 적자 기록
중국 정부의 변덕스러운 법 적용과 관제 민족주의 불매 운동 등으로 고통 받아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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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의 부촌인 구베이(古北) 지역에 자리 잡은 일본 백화점 다카시마야(高島屋)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오는 25일 폐점일을 앞두고 ‘떨이 세일’을 하고 있다.

매체는 1∼2층의 일부 여성 의류 브랜드는 최대 80% 할인을 뜻하는 '얼저(2折)'라는 안내판을 붙였고, 4층 완구 코너에서는 좀처럼 할인을 하지 않는 장난감 레고도 30% 할인, 인터넷 최저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카시마야는 폐점 이후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한국의 이마트와 롯데마트, 프랑스 까르푸, 미국 아마존 등에 이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외국 유통 기업이 또 하나 추가된 것이다.

다카시마야 상하이점은 정문 앞에 붙인 공고문에서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소비 구조의 변화 직면, 업계 경쟁 가중, 점포 매출 약화 등으로 점포를 계속 운영해나가기가 극도로 곤란하게 되었다"며 폐업 이유를 밝혔다.

다카시마야는 1931년 일본 교토에서 설립됐다. 2012년 12월 상하이점을 열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7년만에 철수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상하이점은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와 더불어 다카시마야가 운영하는 4개의 해외 백화점 중 하나였다.

그러나 해외 점포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은 다카시마야 상하이점은 개점과 더불어 줄곧 적자를 봐 왔다.

니혼게이자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재무연도(2018년 3월∼2019년 2월) 다카시마야 상하이점의 매출은 32억엔으로 전년보다 0.7% 증가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9억엔을 기록하면서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다카시마야의 실패 원인은 중국의 전반적인 소비 둔화 기류와 유통 구조 대변화에 그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양대 라이벌인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주도하는 전자 상거래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백화점과 할인마트 같은 전통적인 유통 업체들이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의 경기 둔화 추세 속에서도 올 2분기, 작년 동기보다 42% 증가한 1,149억2,000만 위안(약 19조7,37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일각에선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속에서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백화점 중심의 고급 유통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도 철수 원인 중 하나로 제기됐다.

다카시마야 상하이점은 패션·잡화 코너에서부터 식품 매장에 이르기까지 마치 일본에 있는 착각을 줄 정도로 일본 현지 백화점처럼 꾸며 놓았지만, 이러한 고급화 전략을 소비할 만큼 중국 경제가 튼튼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카시마야의 철수는 외국계 유통업계가 중국 정부의 변덕스러운 법 적용과 관제 민족주의 불매 운동 등으로 중국 현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한국의 이마트는 2017년 현지 업체에 영업권을 모두 매각하고 중국 시장에서 발을 뺐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로 중국의 불매 운동 '표적'이 됐던 롯데는 마트 사업 부문을 완전히 매각했고 현재는 청두(成都) 등지에서 일부 백화점만 유지 중이다.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 7월 온라인 사업을 중단했다.

또 1995년 서양 유통업체 중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 중국에서 200여개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던 까르푸도 지난 5월 중국 가전 유통 업체 쑤닝에 중국 사업 지분 80%를 6억2천만 유로(약 8,200억원)의 가격에 매각하며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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