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촛불시위'...진짜 촛불은 거의 없고 LED 등불이 대부분
가짜 촛불에는 북한식 일사불란함은 있어도 절실함과 간절함 없어
가짜 촛불을 보고도 가짜라고 말하지 못한 저명인사들과 언론
최소한 거짓과 사실 구별할 줄 아는 분별력 있는 국민 돼야
거짓 선동 대중영합 정치는 반드시 재앙을 가져온다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개정 헌법 전문에 ‘촛불 시위’를 명문화하겠다는 보도를 보고,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펜을 들었다. 이른바 '광화문 촛불 시위'에 정작 진짜 촛불은 거의 없었다. 필자가 몇 번 현장에 나가 확인해 본 바로는 촛불처럼 보인 것은 촛불의 겉모양을 흉내 낸 ‘LED 등불’이었다. 광화문에 모인 시위 군중은 거의 대부분이 800원 또는 1000원짜리 중국제 LED등불을 들고 있었다. 자기 돈 주고 산 사람도 있었지만 시위 주체 측에서 공짜로 나누어 준 걸 받은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신문과 TV에 등장하는 사회 저명인사나 논객들도 모두 ‘촛불 시위’라고 한다. ‘LED 등불 시위’라고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현장에 나가본 사람이나, 촛불을 직접 들어본 사람이면 뻔히 알 수 있는데도 가짜 촛불을 보고 가짜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언론도 마찬가지다. 촛불처럼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LED 등불이라고 지적한 언론을 아직까지 못 봤다. 왜 그랬을까?

촛불은 절실한 소망과 간절한 기도를 은유한다. 촛불을 모조한 LED 등불에는 바로 그런 절실한 소망과 간절한 기도가 없었다. 스위치로 켰다 껐다 하는 가짜 촛불에는 북한의 '매스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일사불란함은 있었어도 절실함과 간절함이 없었다. 바로 '촛불의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군중은 시위 주체 측이 나누어 준 피켓을 들고, 시위 주체 측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치고, 시위 주체 측이 이끄는 대로 청와대 부근까지 행진했다. 문재인 정권은 이른바 '촛불 민심'이 탄생시킨 ‘촛불 정권’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진짜 촛불이 아니고 촛불을 모조한 LED 등불이었다. 사실에 근거하여 말하면 ‘LED 등불 정권’ 또는 ‘가짜 촛불 정권’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2016년 11월 26일 오후 8시. 광화문 시위 주체측이 이끌었던 '1분 소등 퍼포먼스'는 바로 스위치로 껐다 켰다 하는 LED등불이 아니었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입으로 불어 촛불을 끄고 성냥이나 라이터로 다시 촛불을 붙이는 진짜 촛불이었다면 ‘1분 소등 퍼포먼스’처럼 일사불란하게 한꺼번에 촛불이 꺼지고 켜지는 장관을 연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1980년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있었던 존 위컴 대장은 한국인은 누군가 앞장서서 감성을 자극하는 말로 부추기면 들쥐(lemming)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어 민주주의를 하기에는 부족한 민족이라는 발언을 하여 당시 한국민의 분노를 크게 자극한 일이 있었다. 지금 만약 위컴 사령관이 살아있어 '가짜 촛불의 1분 소등 매스게임'을 보았다면 무엇이라 논평했을지 매우 궁금하다.

역시 국민이 똑똑해야 한다. 국민이... 가짜 뉴스와 거짓 선전 선동에 현혹되지 않는 이성적 국민이 되어야 한다. 최소한 거짓과 사실을 구분할 줄 아는 분별력을 갖춘 국민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역량이 저절로 갖추어지기 힘들다는 데 있다.

우리가 선진국을 방문할 때마다 역시 사람들이 훈련이 잘 되어 있구나 하고 느끼지 않는가. 왜 그럴까? 유혈 혁명이든 명예혁명이든 민주 공화제를 쟁취한 선진국들은 모두 예외 없이 초기에 공교육제도를 도입하여 자치에 꼭 필요한 지식 교육과 시민 교육을 함께 실시했다.

민주주의의 3대 요체는 자치(自治), 법치(法治), 협치(協治)로 정리할 수 있다. 그만큼 민주주의는 운영하기가 어려운 제도다. 국민이 똑똑하지 않으면, 국민이 교육받아 계몽되지 않으면, 국민이 실천 훈련을 받아 교육 내용을 생활화 하지 않으면, 누가 민주주의를 공짜로 손에 쥐어주어도 제대로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힘들다.

문자 해득 능력(literacy)은 물론이고, 정보 내용의 진위와 시비를 분별하고(media literacy), 자기 의견을 형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결정력을 갖춘 자율적 인간이 되도록 하고(individuality), 다른 사람, 특히 의견이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필요할 때 협력하는 시민으로서의 규범(civility)을 갖추는 교육과 실천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권이 과거 정권에서 통용되던 관행까지 들추어 이른바 ‘적폐 청산’이란 걸 무슨 캠페인을 벌이듯 떠들고 난리굿을 치는 모양을 보면 이 사람들도 고종명(考終命)하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직 대통령이든 국정원장이든 범죄 사실이 있는 자를 처벌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조용히 그리고 엄정하게 수사를 하여 범죄 증거가 확인 되면 기소를 하면 된다. 더 중요한 건 잘못된 관행을 막는 법률적 제도를 도입하는 일이다.

거짓 선동 대중영합 정치는 반드시 크고 작은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이른바 왜곡 또는 날조된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을 가지고 진실을 억압하고 '문자(댓글) 폭탄 부대‘, '다수의 폭정(tyranny) 부대’, '스토킹(stalking) 부대'를 동원하여 반대 세력을 겁박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 술 더 떠서 어디서 돈이 났는지 지하철에서도, 멀리 미국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 광고판에서도 '광고 영상 시위'까지 벌이며 문재인을 우상화했다.

진실을 바탕으로 국민을 설득해서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는 민주적 방식이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 언론은 그런 위협적이고 비민주적인 시위 행태를 단순히 소개하는 보도에 그치고 있다. 과연 국민 수준 이상의 정치를, 국민 수준 이상의 언론을 가질 수 없는 것인가.

중국 진시황 사후(死後)에 황제를 능가하는 권력을 장악한 조고(趙高)라는 환관 우두머리가 사슴을 한 마리를 2세 황제에게 바치면서 말(馬)이라고 거짓말했다. 황제는 왜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조고는 조신(朝臣)들을 돌아보며 저게 사슴이냐 말이냐고 물었다. 그는 있는 그대로 사슴이라고 대답한 조신들을 눈여겨보아 두었다가 밤중에 군대를 동원하여 몰살했다. 그 이후 趙高가 무슨 말을 해도 조신들은 벌벌 떨면서 그저 수긍하기에 급급했다는 일화가 있다. 유명한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다. 이 대명천지에 가짜 촛불을 보고 가짜라고 말 못하게 하는 21세기의 간교한 趙高는 누구인가? 또 겁을 먹고 뻔한 사실마저 외면하고 침묵하는 과똑똑이는 누구인가?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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