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가 겉으로 내세우는 사회적 문제 제기의 목적이 정당하면 그 절차나 방법에서 잘못이 있고 문제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그 단체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특히 그러한 문제 제기가 막연한 추측이나 의심만으로 자의적으로 이뤄졌다면 그로 인해 인격 및 명예가 침해된 관련 당사자의 피해는 어떻게 회복돼야 하나?

최근 체육계에서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초부터 체육계 시민단체인 스포츠문화연구소는 2015년 대한수영연맹(이하 수영연맹)의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파견 국가대표 선발에서 부정과 비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와 관련해 국가대표 선발에서 부당하게 탈락했다고 주장하는 여자 선수가 수영연맹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최근 법원의 판결로 일단락됐는데, 법원 판결 내용과 그간에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스포츠문화연구소와 소송 원고가 주장한 국가대표 선발의 부정·비리는 없었다. 그런데 논란 속에서 부정·비리 선발로 국가대표가 됐다고 지목된 선수는 그 동안 오명을 뒤집어쓰고 여기저기서 쏟아진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먼저 논란의 대상이 된 국가대표 선발과 소송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2015. 2. 10. 수영연맹,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2015. 7. 3. ~ 7. 14.) 수영국가대표 선발기준 공지 ▶ 2015. 4. 16. ~ 20. 수영연맹, 울산문수실내수영장에서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수영국가대표 선발을 겸한 제87회 동아수영대회 개최 ▶ 2015. 5. 18. 수영연맹, 이사회 결의를 거쳐 남자와 여자 각 10명 선수로 구성된 국가대표 선발명단 발표 ▶ 2015. 5. 19. 임모 선수, 부당하게 국가대표 선발에서 제외됐다며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4대악 신고센터에 민원 제기 ▶ 2015. 7. 16. 문화체육관광부, 민원에 대한 조사 결과를 임모 선수에게 통보(선발과 관련한 부정·비리는 없다는 내용) ▶ 2017. 1. 4. 임모 선수,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수영연맹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 제기(국가대표 부정·비리 선발로 입은 정신적 피해 주장) ▶ 2017. 12. 14. 법원, 임모 선수(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 선고

 

스포츠문화연구소 측은 임모 선수의 소송 제기 전후에 걸쳐 여러 차례의 언론 인터뷰와 언론 기고를 통해 ‘임모 선수가 대회에서 자유형 100미터 결선 1위를 했음에도 대표에서 탈락하고 결선 꼴찌(8위)한 선수가 대표에 선발되는 말도 안 되는 부정·비리가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많은 방송과 신문 보도는 팩트 체크 없이 이 단체 측의 주장을 그대로 내보냈고 인터넷과 SNS 공간에서는 보도와 관련하여 부정· 비리가 사실인양 연맹을 맹비난하는 글이 넘쳐났다. 수영계에선 ‘결선 꼴찌’한 선수가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어 사실관계를 오해하고 전후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 선수는 부정·비리로 국가대표 선발된 자로 낙인 찍혔다. 특히 스포츠문화연구소가 지난해 11월 30일 국회의원회관 정론관에서 노웅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마포갑)과 함께 대표선발 부정·비리 주장을 되풀이한 기자회견의 관련 보도자료엔 ‘꼴찌 선수’의 성명이 적혀있고, 그 보도자료는 지금까지도 시민단체 SNS 계정 게시판에서 공개되고 있다.

해당 시민단체 측의 언론 활동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점은 국가대표 선발 부정·비리를 객관적으로 입증한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고 대표선발에 관한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은 주장을 하였다는 것이다. 시민단체가 1등이 떨어지고 꼴찌가 선발되었다는 자극적인 문장으로 국가대표 선발 부정·비리를 주장하면서 대표선발 기준의 ‘참각자격 선수 중 각 개인종목별 1위’에서 1위는 결선 1위를 의미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수영연맹의 해명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 결과는 결선 1위가 아닌 예선 결선 기록 중 1위를 의미한다고 한다. 다만 예선 결선 기록 중 1위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잘못이 지적됐다. 수영연맹의 해명이 나름 인정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적는다), 실상은 국가대표 선발에서 탈락한 자유형 100미터 결선 1위 선수(위에서 언급한 소송에서의 원고다)는 그 기준에 의해서 탈락한 것이 아니라 그 다음 기준인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대표선수 인원 초과에 따른 조정에서 제외된 것이었다.

스포츠문화연구소가 꼴찌로서 1위를 제치고 대표에 선발됐다고 지목한 선수는 자유형 100미터 종목 1위로 선발된 것이 아니라, 자유형 50미터 종목에서 예선 결선 기록 1위의 성적으로 자유형 50미터 종목 1위 선수가 됐고 대표선수 인원 초과에 따른 조정에서 기준이 정한 순위 안에 들어 국가대표에 선발되었던 것이다. 자유형 100미터 결선에서 2위, 5위한 다른 선수도 다른 종목 1위로 국가대표에 선발되었다. 이러한 국가대표 선발의 사실관계를 보면 시민단체의 주장은 처음부터 제기되기 어려운 것이었고 해당 단체가 주장하는 개인종목별 1위의 해석 문제가 관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시민단체가 국가대표 선발 사실관계를 오도했다고 충분히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대표선발 기준의 하나인 ‘개인종목 1위’는 종목별 예선 결선 포함한 기록 1위를 의미한다고 한 수영연맹의 해명도 그 합리성이 인정된다. 대표선발전이 동아수영대회를 겸해 열리기 때문에 일반부에는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출전 자격이 되는 선수와 안 되는 선수가 함께 출전하게 된다. 만약 ‘개인종목별 1위’를 결선 1위로 해석하면 출전 자격이 안 되는 선수가 1위가 되는 경우에는 종목 대표선수를 선발할 수 없는 사정이 생긴다. 그러한 점을 고려하면 연맹이 내세우는 예선 결선 기록 중 1위라는 해석도 일리가 있다.

시민단체가 국가대표 선발 부정·비리가 있었다며 내세운 근거는 ‘꼴찌 선수’가 속한 수영클럽의 지도자가 금품 비리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품 비리 혐의는 논란이 된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 없는 것이고 지난 해 수영연맹의 부정·비리 의혹 관련 수영연맹의 임직원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에서도 이번 논란이 된 국가대표 선발 관련한 금품 비리 혐의는 나오지 않았다. 국가대표 선발에서의 부정·비리라는 사안의 중대성과 수영연맹 및 관련자들의 명예가 걸린 사건으로서 그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추측 내지 의심만으로 국가대표 선발 부정·비리를 단정하는 ‘폭로’를 하였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관련 소송의 판결 선고를 앞둔 시점인 지난해 11월 30일 국회에서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정황의 제시없이 ‘수영연맹과 사법부가 기득권의 논리로 약자를 억합하고 부정비리를 억합하고 있다’며 수영연맹과 재판부를 싸잡아 비난한 행위는 패소가 예상돼 다분히 정치적 의도에서 여론 재판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이와 관련해 본 시민기자가 해당 의원실에 기자회견을 주관한 경위, 재판 판결 선고를 앞둔 시점이라는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 시민단체와 함께 수영연맹과 사법부를 비난하였는데 근거는 무엇인지 등에 대하여 질의했으나 의원실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 특히 ‘꼴찌 선수’의 성명이 적힌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해당 선수의 인권 존중이라는 가치 측면에서 매우 잘못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시민단체가 사회적 부정·비리 문제를 공론화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적극 권장할 만하다. 그러나 그러한 공론화 과정에서도 지켜야 할 절차와 의무가 있다. 사실의 왜곡과 과장이 발생하지 않고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실관계를 철저한 파악하고 관련자들의 인격과 명예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수영연맹 국가대표 선발 논란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시민단체가 부정·비리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고 주장했던 바로 그 ‘꼴찌 선수’다.

장달영 시민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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