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혈통’의 핵공격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긴박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박정희가 비스마르크였다면 문재인은 아Q를 연상시킨다. 나와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능력을 결여한 날구라 지도자는 국민이 거부하거나 내쫓을 권리가 있다. 그것이 숨길 수 없는 역사의 진리다.

북조선 세습왕조의 3대 왕 김정은, 백두혈통의 적통께서 느닷없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 소식을 전하며 “세상이 놀라고 우리 혁명이 한 걸음 전진될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봉화를 띄웠다. 조만간 핵실험 재개나 ICBM 발사 등등 뭔가 경천동지할 사건이 폭발할 것 같은 긴박한  분위기 조성에 바쁘다.

김정은의 ‘백마 타고 백두산 오르기’는 할아버지 김일성이 행한 ‘항일 무장투쟁’의 기를 받기 위해서인 것 같다. 상징조작 치고는 꽤나 공을 들인 작품성이  엿보인다.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백두산을 ‘민족의 영산(靈山)’ 내지 '혁명의 성산(聖山)'으로 떠받드는 신화 조작의 결과물이다.

 

저들의 백두산 신화는 김정일을 ‘친지김동(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으로 포장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파생상품이다. 연도로 따지면 1987년무렵이다.

이러한 신화 조작을 통해 김일성은 만주에서 빨치산 마적질을 한 것이 아니라, 백두산을 근거로 항일 무장투쟁을 벌인 것으로 날조되었다.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모래알로 쌀을 만들었으며, 가랑잎 한 장으로 압록강을 건넌 위대한 신화창조가 이루어졌다. 

뒤를 이어 하바로프스크가 출생지인 김정일을 백두산 밀영에서 탄생한 것으로 둔갑시켰다. 그가 탄생할 때 백두산 천지에서 광명성이 솟았다고 증언하는 구호목(口號木)이 백두산은 물론 북한 전역에서 8만 5,000그루나 발견되었다고 선전을 해댔다. 예수 탄생 때 신성한 별이 동방박사 세 사람을 예루살렘으로 인도한 내용을 극적으로 차용한 것이다. 

모든 것이 거짓인 백두산 신화의 탄생

물론, 모든 것이 가짜다. 오늘날 양강도 삼지연군에 있는 백두산 밀영은 후에 조작한 것이다. 북한 곳곳에서 발견됐다는 구호목도 실상은 공장에서 화공약품으로 글씨를 써서 생산하여 몰래 세워놓은 것이었다. 밀영 뒤편의 봉우리는 ‘정일봉’으로 명명되었는데, 이와 관련한 황장엽의 증언을 소개한다.

느닷없이 백마 타고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 1987년부터 날조가 시작된 백두산 신화는 북한이 주체교에 의해 지배되는 신정(神政)국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사진 연합뉴스)
느닷없이 백마 타고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 1987년부터 날조가 시작된 백두산 신화는 북한이 주체교에 의해 지배되는 신정(神政)국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사진 연합뉴스)

‘어느 날 김일성은 빨치산 참가자들을 불러 “김정일이 탄생한 백두산 밀영 자리를 찾아내라”고 과업을 주었다. 그러나 그들이 없는 것을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에 이리저리 찾느라고 하다가 찾지 못하였다. 그러자 김일성은 자기가 직접 나가 찾아보겠다고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경치가 좋은 곳을 찾아내어 “여기가 밀영지였다”고 지적하고 그 뒷산은 “정일봉”이라고 이름 지어 주었다. 중앙당 당 역사연구소에서는 거대한 화강석 바위를 구해다가 거기에 엄청나게 큰 글자로 “정일봉”이라고 새기고 그것을 산봉우리에 올려다 붙이는 큰 공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백두산 밀영 고향집”이라는 것을 건설하여 놓고 이 집에서 김일성과 김정숙이 살면서 사령부를 표시하는 붉은 깃발을 띄워 놓고 빨치산 투쟁을 지도하였으며 여기서 김정일도 낳았다고 선전하게 되었다.’(황장엽, 『북한의 진실과 허위』, 통일정책연구소, 1998, 36쪽)

북한만 백두산 뻥을 친 것이 아니다. 한동안 '남조선 언론'에 의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줄기차게 거론되던 인물이 '미 투(Me Too)'의 원조 고은이다. 북한에서 구호목이 발견되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1987년, 고은은 장편 서사시 ‘백두산’을 발표했다. 대충의 줄거리는 이렇다.

양반 감사댁 아씨와 꼴머슴 김돌만이 눈이 맞아 도주한다. 그들은 신분을 초월한 사랑의 결실로 철영 바위 동굴에서 아기장수 바우를 출산한다. 추노에 의해 쫓긴 세 식구는 백두산 밀림으로 탈출한다. 천신만고 끝에 돌만은 백두산에 올라 바우를 천지에 세 번 담그며 “이제 바우의 나라가 백두산에서 열릴 것”이라고 선포한다.

돌만의 아들 김바우가 이끄는 독립투쟁과 혁명의 드라마가 장편 서사시 '백두산'의 뼈대다. 그 주인공 김바우가 바로 김일성의 상징 대역이란 사실쯤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은 다 안다. 2018년 9월 20일, ‘혁명의 성산’에 올라 ‘백두혈통’ 김정은과 손을 맞잡은 사람이 문재인이다.

작년 9월 평양 정상회담 후 백두산에 올라 손을 맞잡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관영매체는 느닷없이 김정은이 백마 타고 백두산에 오르는 사진을 실었다. 조만간 경천동지할 남북 간 대사변이 발생하거나, 기이한 평화 쇼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사진 연합뉴스)
작년 9월 평양 정상회담 후 백두산에 올라 손을 맞잡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관영매체는 느닷없이 김정은이 백마 타고 백두산에 오르는 사진을 실었다. 조만간 경천동지할 남북 간 대사변이 발생하거나, 기이한 평화 쇼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사진 연합뉴스)

그 위대하신 ‘백두혈통’의 3대 세습 군주께서 요즘 매우 분주하시다. 미제 놈들에게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 그런데도 비핵화 요구는 여전하다. 대북제재는 숨통을 더 조여 온다. 국제 감시체제를 피해 중국이 은밀히 도와주고는 있다. 허나, 숨이 꼴딱 넘어가지 않을 정도의 감질 나는 정도다.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친지김동의 사상적 제자 문재인 정부로부터 석탄 밀거래 등을 통한 도둑 지원이 있었지만, 통 큰 ‘백두혈통’ 지도자 동지 보시기에 성에 차지 않는 쩨쩨한 수준이다.

경제는 붕괴된 지 이미 오래고, 사회주의 배급도 폐지했다. 탈북자들은 북한이 노동당과 장마당으로 이루어진 양당제라고 주장한다. 최근 들어 노당과 장마당의 권력투쟁에서 장마당이 완벽하게 승리했다고 말한다. 해주는 것도 없이 간섭만 하는 노동당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서해 5도가 위험하다

이쯤 되면 북한 주민이나, 북한 체제를 이끌어 가는 충성계층의 이반현상이 날로 심각해진다. 김정은의 고사포 처형정치는 충성계층의 이반현상을 공포통치로 막아보겠다는 광기의 발로다. 하지만 처형정치는 극단적인 저항을 낳게 마련이다.

국내 정치상황이 복잡하게 꼬일 때, 혹은 국내에 자신의 권좌를 위협하는 세력이 건재할 때 이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분산하기 위해 대외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지도자들의 고전적 수법에 해당한다. 미사일 발사, 핵실험, 잠수함에서 쏴댄 SLBM, 영변 핵시설 폭파 쇼…. ‘백두혈통’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주었다. 

마지막 남은 카드는 남침전쟁밖에 없는데, 이것은 자칫 잘못하면 제 명을 단축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히든 카드는 ‘남조선의 특정 지역을 겨냥한 국지적 침공’이다. 이른바 제한전을 벌여 남한 내 일부 지역을 초토화하거나 점령하는 방안이다. 군사전략가들은 오래 전부터 남북 군사 대치상황에서 우리가 가장 방어하기 힘든, 위험지역으로 서해 5도, 이른바 NLL 일대를 꼽았다. 이 일대가 전술전략상 김정은의 침공 대상으로 꼽히는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공격-방어 지형 상 북한이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둘째, 전면전으로의 확산을 피할 수 있는 고립지역이어서 국지전에 유효적절하다.

셋째, 인민군 포병 화력이 해안을 따라 포진한 데다가 중국이 코앞이어서 주한미군의 적극 대처가 난감하다.

넷째, 이명박 정권 당시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국군 수뇌부의 대응자세와 정치 지도자들의 결연한 의지가 완전 실종되었음을 간파 당했다.

‘백두혈통’ 김정은의 노림수는 NLL을 무력화하고 연평도나 백령도 등 남한 영토를 점령하는 초강수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함박도를 요새화하여 남한을 자극해온 것은 이 지역을 분쟁지역화 하기 위한 의도된 행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북한 편들기 바쁜 국방부장관이란 작자가 “함박도는 북한 영토니 우리가 시비할 이유가 없다”고 꼬리 내리지 않았는가.

어느 날 캄캄한 밤, 방사포와 미사일로 백령도, 혹은 연평도에 융단포격을 가한 뒤, 공기부양정으로 인민군 특수부대가 노도처럼 밀려와 상륙 점령한다. 이 경우 주사파 문재인 정권은 어떻게 대응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단호히 대응하되 남북 평화 공조체제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라”는 애매모호한 메시지를 날릴 것이다. 군의 대응은 뻔하다. “대응하려 했으나 전투기 기체에 이상이 생겨서…”라거나 “자주포가 고장 나서” "첨단무기가 없어서" 등등 변명에 급급할 것이다.

문재인 호위세력들은 길길이 날뛰며 “그것 봐라. 대북 지원을 끊으니 저들이 사생결단으로 나오지 않는가. 빨리 대북지원을 재개하여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라며 정부 압박에 나설 것이다.

박정희는 8·18 도끼만행 사건이 발생하자 “미친 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전쟁을 각오하고 문제의 미루나무를 절단했다. 만약 북이 무력 대응하면, 한미 연합군이 북한을 공격하여 개성과 연백평야 일대를 점령하는 시나리오였다.

아Q의 길, 비스마르크의 길

1974년 6월 28일, 현대조선소 건설과 동시에 한국 최초로 건조한 26만 톤짜리 초대형 유조선(VLCC) 애틀란틱 배런 호 진수식이 거행되었다. 한국 조선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기념비적인 날, 하필이면 동해상에서 소형 경찰 경비정이 북한군에 의해 북쪽으로 끌려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울산 진수식 현장에서 보고를 받은 박정희 대통령은 국방부장관에게 “강릉에 있는 전투기를 출격시켜 무조건 폭격한 뒤 우리 배를 끌고 오시오”라고 지시했다. 전화기를 들고 있는 박 대통령의 손이 분함을 참지 못해 덜덜 떨렸다.

박정희는 전화를 끊고는 비서진에게 “더 이상 전화 받지 마! 지시를 여러 번 하면 혼선이 생겨”라고 했다. 공군 전투기들이 출격했으나 짙은 안개 때문에 목표물을 찾지 못했다. 북한의 우리 경비정 납치는 성공하지 못하고 북으로 쫓겨 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 이처럼 단호한 의지가 국가 지도자에게 있을 때 국가의 안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이를 지키지 못하는 정권은 나라를 이끌거나 대표할 자격이 없다.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전쟁을 윈치 않는다 해도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간주하면 적에게 시간과 기회의 선택을 맡기고 적에게 가장 편리한 순간을 기다릴 만큼 어리석은 정부는 없다”고 말했다.

적장에게 평화를 구걸하는 문재인 정부를 보면서 중국 작가 루신(魯迅)의 『아Q정전(正傳)』이 기억난다. 루신의 소설 주인공 이름은 ‘아Q’다. 날품팔이 룸펜 노총각 '아Q'는 어느 날 동네 깡패들에게 폭행을 당한다. 그에게는 복수를 할 힘도, 능력도, 의지도 없다.

어떻게 하면 이 치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Q는 재빨리 머리를 회전시킨다. 갑자기 무릎을 탁 친다. “나에게 폭행을 한 동네 깡패들을 ‘아들놈’이라고 생각하고, 아들놈에게 한 대 얻어맞은 셈 치자” 이렇게 마음먹은 순간, 아Q는 얻어맞은 자기보다, 때린 아들놈을 불쌍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비록 현실에서는 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승리했다는 착각과 자위에 빠진 것이다.

너무나 기분이 좋아진 아Q는 자기가 고안해 낸 정신분열증적 폭망 증세를 ‘정신 승리법’이라고 명명했다. ‘백두혈통’의 핵공격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긴박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박정희가 비스마르크였다면 문재인은 아Q를 연상시킨다. 나와 내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능력을 결여한 날구라 지도자는 국민이 거부하거나 내쫓을 권리가 있다. 그것이 숨길 수 없는 역사의 진리다.

김용삼 대기자 dragon033@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