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지가 멀지 않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 땅에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국민혁명의 길에 나서야 할 때다"

언론인 박상후
언론인 박상후

10월 25일과 26일 새벽에 걸쳐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승만 광장'과 청와대 앞에서 벌어진 사상 최초의 철야 시위로 역사의 물줄기는 이미 바뀌었다.

"강단에서 그저 복음만 전하고 싶은 목사지만 법이 바뀌고 공산 사회주의 체제가 돼도 그것이 가능할까. 빼앗긴 것은 찾아오면 되지만 포기한 것은 찾아 올 수가 없다. 그동안 나는 비겁한 목사였다. 신사참배 거부를 통제하기 위한 일제의 정교분리와도 같은 교계 일각의 분위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광장에 용기를 내 나왔다는 어느 교회 목사의 피 끓는 절규가 필자의 귓전을 때렸다.

광장에 울려 퍼진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외침에는 개신교뿐만 아니라 천주교 불교계 등 범 종교계가 동참했다. 또 학자, 정치인, 전직군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모두가 불의한 정권을 종식시키자고 외쳤다.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늦게까지 자리를 지킨채 구호를 외치며 광장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청와대 앞길을 가득 메운 시민들도 새벽 다섯 시까지 이 땅의 자유회복을 외쳤다. 사상 초유의 밤샘시위는 누가 시키고 권유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사라져 가는 자유와 대한민국이 공산화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에 모두가 나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주말 밤샘시위는 국민혁명이었으며 그 주인공은 거대한 물결에 한 점 물방울로 가세한 국민들이었다. 국민들의 여망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이 땅에 깊이 뿌리를 내린 사회주의 세력을 제거하고 나라의 근본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열망이다.

'천하흥망 필부유책 天下興亡 匹夫有責(천하의 흥망에는 필부도 책임이 있다)'란 말이 있다. 명말 청초의 유학자 고염무(顧炎武)의 저서 일지록(日知录)이 출전이다. 고염무는 여기서 천하(天下)와 나라(国)가 망하는 것을 구분하고 있다.

나라가 망하는 것과 천하가 망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 왕조가 바뀌는 역성혁명을 망국이라 한다. 인의가 통하지 않고 정부가 혹정으로 백성을 괴롭히는 것이다. (하지만) 천하가 망하는 것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다. 고로 천하를 지켜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나라를 지키는 것은 그 군주와 신하가 민생을 위해 일을 도모하면 되지만 천하를 지키는 것은 지체가 낮은 필부로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고염무의 표현에서 나라(왕조)에 해당하는, 정권이 단순히 무너지는 수준을 대한민국은 넘어섰다. '소득주도성장'이란 해괴한 경제정책과 탈 원전, 기업적대시 등 민생파탄이 망국(亡国)이라면 당장 닥친 공산화와 대한민국해체 위험은 망천하(亡天下)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던 국민이 물결처럼 광장에 나와 차가운 바닥에 앉아 정권타도를 외친 이유다. "빼앗긴 것은 찾아오면 되지만 포기한 것은 찾아 올 수가 없다"는 절규에서 찾아올 수 있는 빼앗긴 것은 고염무의 가르침에 빗대어 보면 나라(國)지만 포기할 경우 되찾을 수 없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국체에 해당하는 천하(天下)가 아닐까 한다.

이제 국민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광우병 거짓선동시위, 민노총의 폭력시위 등으로 얼룩졌던 광장을 수복한 국민들은 이를 건국의 아버지를 기리는 '이승만 광장'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차제에 나라의 근본을 다시 세우자는 모두의 마음으로 자연스레 정명(正名)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정명과 대한민국 국체가 멸망하는 망천하(亡天下)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역사의 거대한 물결은 바다와도 같다. 해납백천海納百川(청말 흠차대신 임칙서의 휘호 海纳百川, 有容乃大에서 유래), 즉 큰 바다는 수많은 강물을 포용한다는 말도 있듯이 이미 대세는 결정됐다. 필자는 ‘이승만 광장’의 넘실거리는 인해(人海)에서 희망을 보았다.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의 물방울로 인해를 이룬 그 물결은 반드시 이 나라를 다시 바로 세우리라 믿는다.

흔히 이 나라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백척간두에는 다른 의미도 있다. 학문이나 수행이 거의 경지에 다다랐으니 조금만 더 힘내서 완벽을 추구하자는 의미로 '백척간두 갱진일보(百尺竿頭 更進一步)'라고 한다. 이제 고지가 멀지 않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 땅에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국민혁명의 길에 나서야 할 때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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