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는 미중 문명 충돌의 과정...中공산당은 美문명-서구의 가치관 용납하지 않아
투자한 사업 대다수가 수익 못내...일대일로는 참가국들은 뿐만 아니라 중국 자신도 빚의 수렁에 빠뜨릴 것
1970년대 소련의 시베리아 자원 개발과 흡사...정부의 강제적인 투자 강행이 결국 경제위기 부른다

김정호 칼럼니스트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일대일로란 무엇인가

일대일로(一帶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 정책의 1차적 의미는 중국이 주변 국가들을 철도, 도로, 가스관, 송유관, 인터넷망 같은 인프라 시설로 연결하는 프로젝트이다. 필요한 자금은 중국이 참가국에게 대출로 제공하고 공사는 대부
분 중국 기업들이 담당한다.

2013년 시작했으며 참가의향서에 서명한 국가는 130여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려져 있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중국이 이 사업과 관련된 공식적 정보들을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중국 관련 정보가 그렇듯이 일대일로 관련 정보도 추정에 근거하고 있다.

현재까지 사업이 이뤄진 나라는 60여개인 것으로 추정된다. 월드뱅크의 추정에 따르면 사업금액은 57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690조원에 달한다. 앞으로의 사업규모에 대해서 실크로드어소시에이트와 법무법인 베이커 맥켄지(Silk Road Associates and law firm Baker McKenzie)는 2030년까지 1조 3천억달러, 우리 돈으로는 1500조원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참고로 2018년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1780조원이다.

규모가 엄청난 만큼 파급효과도 엄청날 수 있다. 잘되면 세계 번영의 촉진자가 될 수 있지만 잘못 될 경우 중국과 더불어 참가국들의 동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후자의 가능성이 작지 않음을 말하려 한다.

일대일로는 미중 문명 충돌의 과정

일대일로는 중국이 미국과 운명을 건 대결을 벌이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대결을 문명의 갈등으로 보는 것 같다. 미국무부 정책기획국장 카이론 스키너의 4월 29일 발언이 그 증거다. 그는 중국과의 갈등이 문명 충돌의 성격이 있으며 非코커서스 인종과는 첫 번째 다툼이라고 말했다. 코커서스 인종이란 대개 백인을 가리킨다.

“중국과의 경쟁은 완전히 다른 문명 및 이데올로기와의 싸움이다. ...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코커서스 인종이 아닌 거대한 경쟁자와 마주하고 있다.”

2주 후에 시진핑은 이 발언에 대한 반박 성격이 짙은 발언을 했다.

“자신의 인종과 문명을 다른 문명보다 더 우월하다고 여겨 다른 문명을 개조하거나 대체하려한다면 어리석을 뿐 아니라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중국의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이 국무부 국장의 발언에 대해 반박했을 리는 없을 것 같다. 아마도 시진핑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을 이끌어가는 엘리트들에게 들으라고 한 소리일 것이다. 스키너 국장의 발언이 미국 지도부의 공통된 정서를 반영한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가지의 기록이나 정황을 보면 실제로 미국에는 반중 분위기가 상당히 고조되어 있는 듯하다. 바야흐로 미국이 대변하는 서구 문명과 중국이 대변하는 비서구의 문명 사이의 거대한 충돌이 시작되었다.

미국과 서구 문명이 담고 있는 가치는 개인의 자유, 자유민주주의, 사유재산과 시장경제 이런 것들이다. 반면 시진핑의 중국이 지키려고 하는 가치는 개인을 압도하는 국가, 사회주의 통제 경제, 인민민주주의 또는 전체주의... 이런 것들이다.

이 두 문명 또는 생활방식이 서로 공존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식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노르웨이 노벨상 위원회는 그 해 중국의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를 결정했다. 류샤오보는 중국의 토착 민주화운동가다. 그는 중국인의 애국주의와 편협한 민족주의를 비판하면서 중국 사회가 서구 문화를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벨상 위원회가 그런 류샤오보에게 평화상 수상을 결정했다. 하지만 수상식장에서 류샤오보를 위한 의자는 끝까지 비어 있었다. 중국의 감옥에서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서구의 문명을 용납할 수 없고, 그것을 전파하려는 류샤오보 또한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노르웨이 정부를 향해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의 문명, 서구의 가치관을 용납할 수 없다.

일대일로는 미국의 봉쇄에 대한 중국의 맞대응 전략

오랜 기간 동안 미국은 낭만적 시각으로 중국을 대해왔다. 미국 및 선진국들과 무역을 하고 소득이 늘면 중국도 일본이나 독일처럼 자본주의 진영의 일원이 될 거라고 봤다. 그래서 기술과 자본이 중국에 투자되는 것을 허용했고 그렇게 생산된 중국 상품에 시장을 열어줬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던 중국은 경제강국이 되었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기대는 좌절되었다. 경제가 발전하는데도, 무역이 늘어나는 데도 중국은 공산주의와 전체주의를 버리지 않았다.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의 반서구적, 전체주의적 성향은 더욱 확고해졌다. 미국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본격적 중국 봉쇄에 나섰다. 2012년 오바마의 피봇투아시아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인도태평양전략도 중국 봉쇄에 상당한 무게가 실려 있다.

중국도 물러설 수 없었다. 국내적으로는 중국인들이 미국식 자유에 ‘오염’되는 것을 막아내야 했다. 류샤오보로 인해 국제적 망신을 당한 뒤라 더욱 사상의 고삐를 조일 필요를 느꼈다. 국제적으로도 미국의 봉쇄와 견제에 맞서야 했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에 맞서서 중국의 세계, 비서구적 문명의 연합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세력 확장에 나섰다. 그것이 일대일로다. 그동안 넘치게 벌어놓은 달러를 풀어서 주변의 돈이 궁한 나라들을 세력권에 포섭하는 정책이다.

일대일로의 경제적 비효율성

일대일로는 중국 주도의 세상을 넓히는 효과는 있지만 경제적 관점에서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투자된 것들에 비해서 얻을 것은 보잘 것이 없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적자사업의 집합인 셈이다. 블룸버그의 David Fickling 이 상세한 사례를 소개했다. 1)중국과 미얀마는 2013년 일대일로 정책의 일환으로 미얀마에서 중국 쿤밍까지 25억불 들여서 가스관 및 송유관을 개통했다. 그런데 그 시설이 대부분 유휴화되고 있다고 한다. 가스관의 경우 수송능력은 연간 8900만톤인데 최소한 4500만톤은 수송이 되어야 적자를 면한다. 그런데 실제 수송실적은 2600~3000만톤, 즉 용량의 1/3 도 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가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원유 수송용 송유관은 계속 놀고 있다고 2017년에 처음 가동을 시작했다. 파이프 라인의 끝인 쿤밍에 일일 26만배럴 규모의 석유 정제 시설을 만들었는데 그것 역시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한다.

도로나 철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은 화물수송을 대부분 해로로 해왔다. 다음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중량 기준으로는 94%, 금액 기준으로는 64%를 해상운송이 담담해왔다. 그러는 이유는 해상수송의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길이 4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컨테이너선과 편리한 부두의 하역시설 덕분에 해상 수송의 비용은 매우 낮아졌다. 도로나 철도 수송은 그것에 비하면 불편하고 비용
도 많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일대일로 정책으로 만들어지는 도로와 철도 등은 상당수가 유휴시설의 운명을 면할 수 있다. 미국과 전쟁이 벌어져서 해상수송로를 사용할 수 없을 때에나 쓸모가 생겨날 시설들이다. 어찌 보면 일대일로는 전쟁을 대비한 투자의 성격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평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돈만 많이 들인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일대일로는 빚의 늪으로 이끈다

사업의 성격이 이렇기 때문에 일대일로 참가국들은 빚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중국이 제공하는 일대일로 자금은 무상이 아니라 대출이다. 결국 참가국이 갚아야 한다. 금리도 시장이자율 또는 그보다 높은 금리를 부과한다고 한다. 문제는 사업의 성격상 상환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돈을 빌린 나라의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와야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다. 시작할 때는 해당 시설을 통해서 중국과의 비즈니스 수익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위에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참가국들은 십중팔구 악성 국가부채를 짊어지게 된다.

다음의 그림은 Center for Global Development 라는 싱크탱크가 일대일로 정책 참가국들을 대상으로 부채위험을 평가한 결과다. 2) 빨간색이 매우 위험한 상태, 주황색은 상당히 위험한 상태를 나타내는데 빨간색도 8개나 된다. 몽골,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지부티, 몰디브 같은 나라들이 이런 상태다. 상당한 위험에 해당되는 나라는 더욱 많다.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 여러 참가국들이 중국과 갈
등을 빚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위험하기는 돈을 빌려주고 시설을 만드는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참가국이 빚을 못갚을 경우를 대비해서 중국은 사용권 등을 담보를 설정한다. 하지만 애초에 프로젝트 자체가 수익성이 낮은 것이어서 그 사용권을 갖는다 해도 투자 원본을 회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3)이 일대일로는 중국이 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키는 프로젝트라고 평가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이렇기 때문에 일대일로 정책은 참가국뿐 아니라 중국 자신을 수렁에 빠뜨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대일로는 구 소련의 시베리아 개발을 닮았다

블룸버그의 데이빗 피클링은 중국의 서부대개발 사업과 더불어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소련의 몰락을 재촉한 1970년대 시베리아 자원 개발을 닮았다고 지적한다. 4) 그가 인용한 근거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로버트 앨런 교수의 “소련 경제의 부상과 몰락(The Rise and Decline of Soviet Economy)” 5)이라는 논문이다. 소련 몰락의 큰 원인은 생산성의 하락인데, 시베리아 자원 개발도 소련 경제의 생산성 하락의 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시베리아는 개발해봤자 성과도 별로 없는데도 정치적인 이유로 투자를 계속한 것이 투자생산성의 추락을 재촉했다. 시베리아 개발에 대한 투자가 소련 경제의 수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서부대개발 및 일대일로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낙후지역에서의 많은 인프라 투자들도 수익성 또는 생산성이 매우 낮은데 중국 정부는 투자를 강행되고 있다. 이는 결국 중국 경제에 수렁이 되어갈 것이다.

중국은 되돌아 나올 것 같지 않다

참가국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지만 중국 지도부가 일대일로 정책을 중단할 것 같지 않다. 중국 공산당 당장(당헌)은 일대일로 정책을 다음과 같이 못박아 놓고 있다.

“(공산)당은 중국과 이웃 국가들 좋은 관계를 발전시키고 중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일체감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공산)당은 인근 국가들과 대화 협력을 통해 동반성장을 추구할 것이고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중국 경제의 발전은 바다를 기반으로 했다. 생산은 동부 센젠, 상해 북경 등 동부 해안지방에서 이뤄졌고 판매는 바다를 건너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 이뤄졌다. 바다가 발전의 터전이었다. 그런데 중국은 일대일로 서부대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내륙에 투자를 쏟아 붓고 있다. 민간 기업이라면 수익성이 낮아서 기피할 사업들을 중국 정부가 나서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보다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이 사업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수록 중국의 자본은 탕진되고 중국 경제는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과거 소련이 걸었던 그 길을 중국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은 대한민국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 싶어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장하성 중국 대사도 일대일로 참여에 대해 긍정적 의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같이 수렁으로 빠져드는 길이다. 국민이 나서서 말려야 할 판이다.

1) https://www.bloomberg.com/opinion/articles/2018-08-12/soviet-collapse-echoes-in-
china-s-belt-and-road-investment

2) Examining the Debt Implications of the Belt and Road Initiative from a Policy
Perspective, center for Global Development, 2018.

https://www.cgdev.org/publication/examining-debt-implications-belt-and-road-initiative-a-
policy-perspective

3) https://www.bloomberg.com/opinion/articles/2019-04-15/china-s-belt-and-road-won-t-
be-a-path-to-power?utm_content=nextchina&utm_campaign=socialflow-
organic&utm_medium=social&utm_source=twitter

4) https://www.bloomberg.com/opinion/articles/2018-08-12/soviet-collapse-echoes-in-
china-s-belt-and-road-investment

5) http://content.csbs.utah.edu/~mli/Economics%207004/Allen-103.pdf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김정호의 경제TV 대표, 서강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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