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적국에 “당한 만큼 돌려준다”는 의지를 표명은 국가 생존 원칙의 기본
타이완, 美 록히드마틴과의 F-16 업그레이드 및 수리 보수 라이센스 협약식, TV매체 통해 대대적 공개
같은 날, F-35A 스텔스 전투기 전력화 기념행사를 비공개로 치른 우리나라, 北 “군사도발” 맹비난에 고개 숙인 모양새...“타이완과 비교돼”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라는 라틴어 격언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적국에 대해 “당한 만큼 돌려준다(quid pro quo)”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은 국가 생존 원칙의 기본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군부대를 방문해 병사들이 도열한 가운데 M1A2 에이브럼스 전차, A10공격기 같은 무기를 배경으로 연설을 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12월 17일 우리 공군은 F-35A 스텔스 전투기 전력화 기념행사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른 전투기보다 훨씬 더한 엄격한 보안기준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공군의 설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전력화 행사를 두고 자기네들에 대한 군사도발이라고 맹비난을 한 뒤라 군의 설명을 그대로 믿을 국민은 없다.

F-35A 전력화를 비공개로 한 우리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사례가 있다. 중국의 끊임없는 무력 시위 와중에 내년 1월11일 총통선거를 치르는 타이완이다. 12월17일 타이완 정부는 자국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F-16 A/B를 V형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한상공사(漢翔公司·AIDC)의 생생한 작업현장, 그리고 미국 록히드마틴과의 F-16 업그레이드 및 수리 보수 라이센스 협약식을 TV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한상공사는 이로써 아태지역 모든 F-16의 수리를 도맡게 됐다. 앞으로 한국과 태국. 싱가포르 군이 보유한 F-16의 수리도 여기서 담당한다. 우리가 북한을 의식해서인지 F-35A 전력화 행사를 비공개로 치른 바로 그 날이다. 타이완은 미국 록히드마틴으로부터 66기(機)의 F-16V를 직수입하고 144기의 자국보유분 F-16 A/B를 V형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KAI에 해당하는 방산 업체 한상공사에서 3개 작업반이 주야로 교대로 시간과 싸워가며 전투기를 모두 분해해 작업하는 모습을 그대로 과시했다. 전투기 기수 부분을 떼어내 레이더를 신형으로 교체하고 기체 내 케이블과 각종 부품을 새 것으로 다시 조립하는 과정까지 TV 화면에 나왔다.

대한민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5세대 전투기 F-35를 전력화한 국가다. 타이완의 F-16V는 이보다 성능 면에서 떨어지는 4세대 전투기다. 하지만 타이완은 이를 가지고도 중국에 맞서 싸우겠다는 결의로 충만하다. 국기국조(國機國造), 즉 우리 전투기는 우리 기술로 만든다면서 30년 전 징궈(經國)IDF 전투기를 개발한 자주국방의 정신을 면면이 계승한다는 각오다. 타이완은 중국이 미사일을 쏘며 무력 시위를 벌였을 때 징궈 IDF 전투기로 대항하며 총통 선거를 치른 1996년 타이완 해협 위기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고 있다.

타이완 정부의 F-16V 업그레이드 현장 공개 방침을 두고 12월 17일 싼리(三立)TV등 현지 매체들은 아주 적절했다면서 쾌재를 부르고 있다. 마침 이날 공교롭게도 중국의 베이징톈자오(北京天驕)라는 기업이 2억5000만달러를 들여 우크라이나의 항공기 엔진 생산기업 ‘모토르 시츠’(МОТОР СИЧ)의 지분 절반을 사들였다는 발표가 나왔다. ‘모토르 시츠’는 수호이 33과 35, 미그 35 전투기, 투폴레프 16폭격기, 미르 26헬기, 안토노프 225 수송기의 엔진을 개발한 업체다. 구(舊) 소련 시절부터 ‘엔진의 차르’란 별명으로 불려 중국이 원천기술을 탐내던 기업이다. ‘모토르 시츠’의 엔진을 채용하는 러시아의 군용 항공기 대부분은 중국이 라이센스로 생산하거나 무단 복제하고 있다. 미국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자금난에 시달리던 우크라이나 방산업체의 지분을 인수해 타이완에는 직접적인 군사위협요인이 된 셈인데, 한상공사와 록히드 마틴의 F-16V 전투기 라이센스 협약은 이를 상쇄하는 대(對) 국민 이벤트가 됐다.

글로벌 차원에서 미국에 도발하고 있는 핵 강국 중국에 당당하게 맞서고 있는 타이완은 작지만 당차면서 강하다. 재래식 전력에서도 중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타이완은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는 격언을 실천하고 있다. 무력으로 위협하는 중국에 주눅 들면 나라가 망한다면서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고 있다. 위기의식 속에서 전 국민이 단결하고 있는 것이다. 장작위에 누워 쓸개를 맛본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처럼 현재 타이완에서 유행하는 키워드는 아열대 국가의 특산물인 ‘말린 망고(芒果乾)’다. 중국어권에서 말린 망고(芒果乾·mángguǒgān)는 망국감(亡國感·wángguógǎn)과 같은 라임(rhyme·諧音)으로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은 망국의 위기를 느끼고 있는가. 핵 위협을 머리에 이고 사는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식은 가지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前 MB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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