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

조선일보가 본색을 드러냈다. 한국당으로는 결코 더불어민주당을 이길 수 없으니 반문재인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을 오늘 강천석의 이름으로 내놓았다. 조선일보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최근들어 은근히, 그리고 서서히 보다 노골적으로 황교안을 디스하는 기사들을 쏟아내더니 기어이 강천석이라는 괴이쩍은 인물을 내세워 대놓고 한국당을 김무성당 유승민당으로 재편하라는 식의 은폐된 요구를 내놓은 것이다.

물론 강천석은 황교안이 사심을 버리고 제3의 인물에게 공천을 맡겨서 국민들이 선뜻 선택할 수 있는 당이 되어야 한다는,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반문'이니 '황교안당' 등의 언어를 내세우는 고약한 말장난도 동시에 내걸었다. <반문>이라는 단어는 탄핵 문제는 덮고 가자는 것으로 그 의미가 확정되어있다는 것을 강천석이 모를 리 없다. 그리고 황교안이 한국당을 사당화하려고 한다는 말은 실로 금시초문이다.

<반문재인>이라는 단어를 앞세우면서 조선일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는 조선일보가 3년전 정변 당시 어떻게 탄핵동맹군에 가담하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부조리극의 전말이 드러나는 것에 불과하다. 동시에 이는 숨겨놓은 발톱이요 정치적 술책에 지나지 않은 것이며, 조선일보에 여전히 몇명인가하는 호남라인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반문재인'이라는 언어는 지난 수년간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떤 도괴 상태를 맞았는지에 대한 그 어떤 반성도 분석도 없는 현상유지론에 불과하며 탄핵과 촛불 정변, 그리고 문재인정권의 내적 연관성을 아직도 올바르게 인지하지 못한다는 고백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는 작금의 정치적 붕괴는 탄핵과 춧불이 만들어낸 좌익혁명적 정치에서 출발한 것이어서 탄핵 정변에 대한 정면의 거부 없이는 결코 지금 한국 정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토대를 가질 수 없다. 탄핵의 옳고그름의 문제를 덮어버리자는 주장이라면 오늘날 한국 정치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서는 눈을 감자는 하찮은 평면적 분석이며 정상배들의 뺏고 빼앗기는 정치놀음을 논평하는 무의미한 언어유희에 불과하다.

탄핵과 그것을 만들어낸 촛불은 자유민주주의 틀 안에서 정권이 교대되는 그런 정상적인 정치흐름을 끊어놓은 명징한 정변이다. 그것 때문에 탄핵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극좌 종복 정권이 들어선 것이고 사법부를 비롯한 권력 구조의 각분야에 걸쳐 실로 전체주의적 사회적 압제가 횡행하게 된 것이다.
탄핵에 내재한 심각한 오류와 실패를 자인하기는 싫고 동시에 문재인도 싫다는 생각이라면 이는 너무도 유치한 자기면책적 세계관일 뿐이다. 요약하면 조선일보와 강천석, 그리고 김무성 유승민 등은 탄핵으로 박근혜만 덜어내자는 것이었을 뿐 이런 정도로 심각한 종북, 극좌, 반대한민국 정권이 들어설 줄은 전혀 몰랐다는 말로 귀결되는데 이는 유치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탄핵을 만들어냈던 힘의 원천이 바로 암약하던 종북 세력이었고 민노총과 전교조 민변 등의 좌익동맹군이었던 것이다. 그것에 김무성 유승민 등이 포획되면서 박근혜만 제거하면 박지원 손학규 정동영 심상정 등 늙은 정치 구렁이들로 구성된 여의도 탄핵 동맹이 권력을 분점하는 일종의 내각제적 연대가 만들어질 수있다고 착각한 스토리가 바로 탄핵이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발밑을 파고들었던 극좌 동맹에 대한 무지가 바로 탄핵이라는 착각이요 김무성 등 반박근혜 세력의 미몽이었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그런 거대한 실패를 덮어버리고 당시에 '반박근혜'를 구성하였듯이 이번에는 '반문재인'을 한번 만들어 보자는 얄팍한 구상을 내놓고 있으니 이는 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만들어지는 신기루요 환영인가. 유권자를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무슨 호주머니속 잔돈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장난질을 칠 수 없다.

더구나 황교안당이라니! 강천석과 조선일보의 간교한 머리 속에는 어떤 사술의 잔꾀가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한국당이 김무성의 당이 아니듯이 결코 황교안당도 아니다. 한국당은 애국주의적 보수, 자유로운 시민들의 기대와 원망까지도 함께 녹아있는 전통의 정당이다. 강천석과 조선일보는 반문이라는 단어로 무언가의 의도를 숨긴 장난질을 하지 말라.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 jkj@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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