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율 시민기자
김원율 시민기자

과거 일본의 어떤 정치 평론가가 풀 사이더(Pool Sider)란 용어를 쓴 적이 있었다. 문법에 맞지 않는 일본식 영어로, 풀 사이드(Pool side)에 앉아서 한가하게 수영에 대해 여러 해설을 늘어놓는 사람을 뜻한다. ‘저 선수는 폼이 예쁘다’ 또는 ‘저 선수의 폼은 장거리에 적합하다’ 등 온갖 평론을 늘어놓는 것이다.

문제는 이 뛰어난 수영의 만물박사인 풀 사이더가 물에 뛰어들면 정작 자신은 맥주병이 되어 풍덩 가라앉고 만다는 사실이다. 또다시 국내 총선 가도에 뛰어든 안철수를 보면서 일본의 정치 평론가가 말한 풀 사이더가 바로 안철수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는 아마 정치를 취미로 하는 것 같다.

안철수는 ‘수영장에서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은 태평양에서도 헤엄을 잘 친다.’는 말을 하였다. 수영을 정치에 비유한 것인데 기업을 잘 운영하면 나라 정치도 잘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수영장에서 빠져 죽는 사람은 없지만 태평양에서는 비록 수영선수라 할지라도 목숨을 부지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정치평론가는 안철수를 일컬어 한 두마디 핵심적인 표현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치는 실천이요, 결단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말을 늘어놓아 사람들의 관심만 끄는 것으로는 되지 않는다.

독일로, 미국으로 떠돌던 안철수가 새해에 국내 정치 복귀를 선언하였다. 제1야당이 패스트트랙을 막기 위해 육탄으로 부딪히고 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 단식을 할 때 한가롭게 해외에서 떠돌던 그가 여당의 폭주로 야당이 한계를 드러내자, 그 틈새를 엿보고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108석을 가진 거대 야당은 정치를 취미로 하는 사람과의 통합에 목을 맬 입장이 아니다. 안철수가 원한다면 한국당에 자기 발로 걸어 들어와 경선에 참여하면 된다.

최근 부쩍 조작된 여론조사가 잦은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민주당에 심지어는 20%포인트 가까이 뒤지는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실제 한 네티즌은 평소 한번도 여론조사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시험 삼아 민주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했더니, 뻔질나게 여론조사 전화가 왔다고 한다. 모르긴 해도 민주당 지지자가 표본의 6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친여 여론조사 회사의 조사에서는 문재인 지지율이 언제나 49% 전후를 보이는데 반해 서울과 경기도 일대 69군데, 7천 여명을 조사한 ‘길거리 미터’ 조사에서는 작년 한 해 문재인 지지율이 평균 25%였다고 한다.

이처럼 여론이 조작되는 원인은 여론조사 회사는 집권당이나 친여 언론으로부터 계속 수주를 해야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데다 자유한국당 중심으로 보수가 통합되는 것을 방해하고, 자유한국당 내부의 갈등을 부추겨 지도자 중심으로 단합하는 것을 막으려 하기 때문이다.

최근 친여 여론조사 회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 수치를 발표하자, 당내에서 김무성, 홍준표 등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결성해 보수 통합을 위한 반문(反文) 연대를 결성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당원들이 자유의사로 투표하여 황교안을 대표로 선출했는데 무슨 근거와 명분으로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말인가?

배신과 분열의 아이콘인 유승민은, 새보수당과 통합하려면 자유한국당 내의 친박을 정리하라고 씨알머리도 안 먹히는 소리를 하고 있다. 유승민은 틀림없이 자유한국당 내에 내분을 일으키며 말도 안 되는 개혁보수라는 이름으로 자유한국당을 이념의 사생아로 만들 것이다.

틈만 나면 유승민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김무성이 혹시라도 비대위 위원장을 맡아 유승민을 불러들인다면 반문 연대가 아니라 배신과 분열 연대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탄핵에 관한 한 최대의 역도(逆徒)인 이들이 정계에서 퇴출당하지 않고 아직까지 보수통합의 큰 축으로 행세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사의 비극이다.

한국당 당원들은, 이런 기류를 타고 기회있을 때마다 내부총질을 하며 갈등을 부채질하고 이적행위를 일삼는 홍준표를 당에서 쫓아내야 한다. 젊은 세대는 홍준표가 미워서 코가콜라 대신 펩시콜라를 마신다고 한다. (홍준표의 유튜브 이름이 ‘홍카콜라’다) 막말과 품위실종으로 재작년 6.13 지방선거를 말아먹었으면 은인자중하며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해야 하는데, 대선후보까지 지낸 인물의 처신이 경박하기 이를 데 없다. 황교안이 완벽한 정치인은 아닐지라도 목숨을 건 단식을 하면서까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데 자유한국당이 싸울 때는 팔짱끼고 방관하던 인간이 오히려 등에 칼을 꽂고 있다.

결론은 안철수와의 통합에 매진할 것이 아니라 한국당 독자적으로 얼마든지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그런 잡졸(雜卒)들을 끌어들이기보다는 내부의 결속력을 높여 당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예부대로써 일당백(一當百)의 기개(氣槪)로 나가는 것이다.

지금 자유한국당은 이승만 박사의 유훈이 절실한 때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

김원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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