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검사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 사회적 파장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
“검찰 가족들,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말라. 봉건적 命에는 거역하라”
“추악함에 복종해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지만 대신 평생 더러운 이름이 남는다”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지식인 등 사회적 영향 있는 이들은 ‘자기 이름의 무게와 책임’ 느껴야

권순활 부사장 겸 편집제작본부장
권순활 부사장 겸 편집제작본부장

문재인 정권이 소위 검찰개혁이란 미명 아래 밀어붙인 검찰장악법, 또는 검찰 무력화법들에 항의하면서 사표를 던진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부장검사)의 글이 시중의 큰 화제다. 집권여당이 관련 법안들을 국회에서 강행처리한 다음날인 14일 오전 김 검사가 검찰 내부망인 이포르스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는 글을 올린 뒤 15일 오후까지 560여개의 동조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그는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일하면서 현 정권의 검경 수사권 조정 방향에 반대하다 지난해 7월 한직인 법무연수원 교수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김 검사는 사직 의사를 밝히며 남긴 글에서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며 철저히 소외된 것은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라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며 서민은 더 서럽게, 돈은 더 강하게, 수사기관은 더 무소불위로 만드는 법안들이라고 질타했다. 정보경찰의 권력 확대 의욕과 선거에서 경찰의 충성을 맞거래했다는 의혹도 제기하면서 결국 목적은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장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저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면서 "경찰이나 검찰이나 늘 통제되고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했다. 동료 검사들에게는 검찰 가족 여러분,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마십시오라며 봉건적인 명()에는 거역하라고 촉구했다.

나는 일방적으로 검찰은 옳고 경찰은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경찰에도 뚜렷한 국가관과 공직관을 갖춘 괜찮은 사람들이 적지 않고(물론 이 정권 들어 이런 경찰간부들은 대부분 쫓겨나거나 인사에서 물 먹어찾기 어렵긴 하지만) 검찰에도 형편없는 검사나 수사관들도 많다. 최근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다 고난을 겪고 있는 모습은 주목할 만하지만 문재인 정권 초반부 소위 적폐수사란 이름을 내건 전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정치보복 과정에서 검찰이 보여준 무지막지하고 몰상식한 행태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김 검사가 남긴 글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일면식도 없고 인생살이에서도 10년 안팎의 후배인 검사이긴 하지만 구구절절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가 현 정권의 상당수 고위인사들처럼 안면이 두껍고 뻔뻔한 사람이면 모를까자기 실명(實名)과 인생을 걸고 저 정도 글을 남기고 떠날 정도면 검사로서 꽤 당당하게 살아왔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의 글에서 특히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은 부분은 마지막 구절이었다. 김 검사는 동료와 선후배 검사들을 향해 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 뿐이라며 그 대신 평생의 더러운 이름이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결국, 우리는 이름으로 남습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간신(奸臣)은 비()를 세워 영원히 기억되게 하라고 했다. 그냥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은 몰라도 그래도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직업군의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이름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실제로 오랫동안 이름을 잘 보전하다가 인생 후반부에 이름을 더럽힌 사람들이 어디 한 두명인가.

멀리 갈 것도 없이 3년 전 거대한 국가적 사기극이었던 탄핵 정변을 주도하거나 적극 부역한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지식인들의 이름이 거짓의 기록이 낱낱이 벗겨질 때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무능하고 부패하고 독선적이기까지 한 집권세력이 사회 각계의 어용 부역자들의 협조를 받아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노골적으로 좌파 전체주의의 길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하는 이 험난한 시대에 결국 우리는 이름으로 남습니다라며 검찰을 떠나는 어느 중견검사의 경고성 메시지가 던지는 울림이 크다.

권순활 펜앤드마이크 부사장 겸 편집제작본부장 ks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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