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에 취임한 미국의 지미 카터와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후 대통령으로 당선된 대한민국의 문재인은 반대당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점, 평화주의에 입각한 적국과의 유화정책을 추구한다는 점, 주요 우방국 지도자들과의 미묘한 갈등, 건강보험 등 복지 제도에 대한 높은 관심, 우수한 업무수행능력보다는 온화한 성격을 내세우는 지도자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유사점은 경제문제를 실질적인 국민의 효용 증진보다는 가시적인 경제지표의 달성을 추구한다는 점과 경제문제를 공급 측면보다는 수요 측면에서 해결해 나가려는 접근방식에 있다고 할 것이다. 제2차 오일 쇼크 당시의 카터의 대응방안과 2018년 현재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문재인의 정책이 수요 중심 경제정책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1970년대는 오일쇼크 (Oil Shock)의 시대였으며 OPEC로 대표되는 산유국들의 전성기였다. 1973년의 제1차 오일쇼크의 결과 원유가격은 3개월 만에 배럴당 2.9달러에서 11달러로, 1979년의 제2차 오일쇼크 때는 배럴당 39달러까지 상승했다. 제1차 오일쇼크는 OPEC의 친이스라엘 국가들에 대한 석유금수조치가 원인이었으므로 원유 공급량이 조만간 다시 증가할 것이 예상되었고 고유가로 국가재정에 여유가 생긴 산유국들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따른 세계경제 총수요 증가로 비산유국들의 경제적 고통이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 반면, 제2차 오일쇼크는 호메이니의 이란 혁명에 따른 정유소의 파괴와 국제 정세의 혼란에 따른 석유공급체계의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국제유가의 급등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비산유국들에게 1973년의 오일쇼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경제적 고통이 가해졌으며 국제정치적 불확실성이 심화되어 해당 국가의 일반 대중들은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하여 정부 정책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Daniel Yergin은 카터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이란 혁명 발생의 가장 큰 원인들 중의 하나였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카터의 도덕주의적 인권 외교는 원칙적으로는 미국의 가치에 잘 부합하며 많은 미국인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구체적 정책의 실행에 있어서는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한 소련, 중국, 루마니아 등의 공산권 국가보다는 통치자들이 국가이익에 저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역설적으로 인권침해 사례의 수집이 용이했던 미국의 동맹국들 - 독일, 한국, 이란 - 에 대한 제재에 집중되면서 이란의 팔레비 국왕이 호메이니 등 반체제 인사들의 각종 불법행위들을 물리적으로 제압할 수 없게 되어서 이란 혁명이 발생했다고 한다.

당시의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 미국의 카터 행정부는 국내의 석유 공급량 증대 (예컨대 전략 비축유 방출) 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지도 않았고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독일, 일본과의 석유 확보 경쟁이 벌어져 수입원유의 공급량도 충분하지 못 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펜실베니아주 드리마일 아일랜드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의 펌프와 밸브의 고장 (Three Mile Island accident)에 따른 일반 대중의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 및 미국 내 환경단체의 반발로 원자력 발전에도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 대신에 미국 정부는 석유의 소비량 자체를 통제하는데 주력하게 되는데 민간의 석유 소비량을 정부 규제에 의하여 감소시키려는 조치와 동시에 석유가격 안정을 위한 가격상한제를 실시하여 큰 혼란을 가져왔다. 우선적으로 개별 주유소별로 석유 공급량을 제한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으나 특정 지역의 유가가 급등하면 가격상한제를 통하여 해당 지역의 유가 안정에 노력하는 것으로 에너지 정책을 상황에 맞게 변경하였다. 그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휘발유 등의 수요가 공급을 현저하게 능가하게 되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 이번에는 가격에 무관하게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에 주력하는 임기응변 정책을 취한 결과 미국 대도시 지역의 주유소에 자동차들이 긴 줄을 서게 되었는데 이는 하루에 15만 배럴의 휘발유를 낭비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더하여 국내 정치가 카터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영향을 미치면서 더 큰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국내의 보수파가 만약 휘발유 가격에 최고가격 상한제를 실시하지 않았다면 휘발유의 초과수요가 발생하지 않았던 농촌 또는 중소도시 지역의 휘발유가 대도시로 자유롭게 이동하여 석유회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었을 것이라는 비판을 하자 카터 행정부는 결국 석유가격 상한제를 철폐하게 된다. 이번에는 진보파로부터 소비자의 권리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지키는 것을 우선시한다는 비난을 받게 되자 카터는 석유회사에 일종의 양도소득세 - 유가상승에 따른 석유회사들의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 (Crude Oil Windfall Profit Tax) - 를 부과하여 지지층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하였다.

이란 혁명의 영향이 중동 전체에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석유가격 상한제를 철폐한 결과 소비자 물가는 급상승하게 되고 이를 제어하기 위한 미국 연방은행의 금리 인상을 가져와서 (1979년 14%, 1981년 21%) 카터의 집권시기는 높은 물가상승률 하의 극심한 불경기라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시대로 기억되고 있다.

요약하면 카터의 에너지 정책의 특징은 이상주의 외교정책에 의한 국제질서의 붕괴, 경제 전문가가 아닌 여론 주도 민간단체의 견해에 따른 정책결정, 공급보다는 수요 측면에 기반한 경제정책 (예컨대 가격 통제)과 정치적 필요에 의한 세제 운영, 상충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카터 행정부의 정책과 상당한 유사점이 있어서 그에 대하여 검토해 보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구체적으로 찾아보면 이상주의적 외교정책은 북한의 핵실험과 무관한 대북 유화정책, 여론 주도 민간단체의 의견에 기반한 정책 결정은 원자력 발전소 건설 중단 검토로 대표되는 탈원전 정책, 수요 측면에 기반한 가격통제는 통신요금 인하 정책, 정치적 필요에 의한 세제 운영은 법인세율 인상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 문재인의 부동산 정책을 통하여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제적 후생 증대 (예컨대, 주거생활의 안정)보다는 가시적 통계수치 (예컨대, 부동산 가격의 지역간 격차 완화)의 관리를 추구하고 있으며 경제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에 있어서 공급 증대보다는 수요 억제를 통한 시장의 안정을 중요시하면서 국민경제를 현재의 상태에서 확대 균형으로의 이동보다는 축소 균형으로 이동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부동산 공급 측면에서는 도시재생뉴딜사업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는 신규주택 공급을 억제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의 경우 도심지 노후 주거지를 시장의 수요에 기반한 개발이 아닌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하기로 결정되어 있으므로 서민층 이외의 중산층 세입자들과 주택 구매자들의 선호에 기반한 주거지가 공급되지 않는 결과가 된다. 한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는 개발업자에게 부과하게 되는데 정부에서 환수하는 재건축초과이익금액을 재건축 건물의 구매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경우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개발업자가 부담하게 되는 경우 재건축이 지연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한편, 부동산 수요 측면을 살펴보면 총부채상환비율 (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 (LTV) 강화, 보유세 인상, 양도소득세에 대한 가산세율 적용 등을 통하여 투자 목적의 주택 구입을 억제하려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다주택자의 투자 목적의 수요를 단순하게 부동산 투기로 분류하는 것은 임대사업자의 감소를 가져오게 되며 결과적으로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한 임대사업자와 세입자의 자율적 거래를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의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대체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정부정책의 주된 목적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통한 주거생활의 안정에 두고 있으나 그 정책효과는 사회 전체적인 후생의 측면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보다 많은 양의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만족도가 높다는 점에서 볼 때 공급을 억제하는 요인에 대한 대책이 없이 수요를 통제하여 가격을 안정시키려고 하는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효율성을 감소시키며 개인적 선호에 대한 고려가 없는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의한 공공주택공급은 획일화된 주거지의 보급과 그에 따른 불만족을 가져오게 된다.

계층간 형평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더라도 서민들을 위한 저가주택의 과다공급과 중산층 이상을 위한 고가주택의 과소공급은 개인소득 수준에 따라 주거지가 분리되는 현상을 가져오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원이 등록세, 취득세, 재산세 등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저소득층이 고소득층과 같은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얻는 유무형의 이익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역간 균형 발전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수도권 이외 지역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다고 하면 그에 따라 비용 절감을 중요시하는 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들의 생산비용 절감과 수도권 이외의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게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런데 정부의 개입에 의하여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경우 기업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여 생산비용을 절감하려는 경제적 유인을 없애는 결과가 되어 기업의 이전에 의하여 낙후된 지역이 개발되고 해당 지역에서 신규 고용이 창출되는 자연스러운 국토의 균형발전을 막는 결과가 된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인구밀도와 물가 수준이 높은 동북부 지역의 기업들이 인구밀도와 물가 수준이 낮은 서남부 지역으로 지속적으로 이전하면서 국토의 균형발전이 시장 원리에 의하여 달성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의 격차를 줄이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지역간 생산비용의 차이가 감소하여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하여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유인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즉, 지역균형발전을 위하여 정부가 지방에 첨단산업단지를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의 기존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하여 자연스럽게 지방으로 이전하도록 하는 것이 첨단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고학력자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보다 부합하는 정책이다.

지미 카터와 문재인의 여러가지 유사점들을 고려할 때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민간 부문에 대한 공공부문의 확대, 전문지식보다는 일반대중의 상식에 의한 의사결정, 경제 전체의 효율성보다는 특정 계층의 이익, 그리고 국민 정서에 부합하기 위한 가시적인 성과지표의 관리에 주력하게 될 가능성이 크며 그 결과 해외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수요 증대가 없다면 물가의 지속적 상승과 국내 경기의 침체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공급 측면의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가격이 급속히 상승하고 수요가 감소하는 경우에는 국민소득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1970년대 오일 쇼크와 같은 외부의 경제적 충격이 있을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하는 경우에도) 현재 문재인 정부의 수요 중심 경제정책과는 정반대의 공급 중심 경제정책 - 법인세율 및 소득세율 인하, 경제적 규제 완화, 노조활동 억제를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 등 - 을 주장하는 차기 정부의 출범을 가져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태선 시민기자 (개인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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