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표자료 보니...종로 거주 응답자 516명 중 19대 대선 文 투표자만 339명, 洪·安은 각 61명·43명
전국·종로서 19대 대선 文 득표율은 41%대 불과, 洪·安 각각 21% 이상...文 투표자만 1.5배 '뻥튀기' 반영
정당지지율 민주 46.7% vs 통합 36.6%, 야당심판론 우세라는 결과까지...親文 과잉대표 영향인듯
리얼미터, 대통령-정당 지지율 평소 여론조사서도 '19대 대선 때 누구에게 투표했나' 묻지만 결과 공표는 안해

4.15 총선 서울 종로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50.3%의 지지를 얻고 미래통합당 후보인 황교안 당대표가 39.2%로 오차범위 밖에서 뒤쳐진다는 여론조사가 최근 발표됐지만, 무려 응답자 3명 중 2명꼴로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뽑은 사람들로 '과잉 대표'됐다는 공신력 논란이 일고 있다.

민영통신사 뉴시스가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9일~20일 이틀간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남녀 516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60%·유선ARS 40% 비중으로 실시, 23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4.3%)에 따르면 '국회의원 후보 가상대결'에서 이낙연 민주당 후보 50.3%, 황교안 통합당 후보 39.2%로 각각 지지율이 나타났다.

옛 통합진보당 후신 격인 민중당의 오인환 후보는 2.0%의 지지를 받아 3위에 올랐으며, 이밖에 없음(4.8%) 잘 모름(2.2%) 기타후보(1.7%) 등으로 집계됐다.(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각각 제21대 총선 서울 종로구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국무총리 출신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황교안 통합당 대표(왼쪽부터).(사진=연합뉴스)

이 여론조사는 '앞서 투표하겟다고 응답하셨던 후보를 선거 당일까지 계속 지지하실 것 같냐'는 설문도 진행해 "계속 지지할 것" 71.9%, "상황이 달라지면 바꿀 수도 있다" 23.8%라는 결과를 덧붙였다. 사실상 '이낙연 우세 굳히기'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후보자간 선호도 설문에 앞서서는 정당 지지도를 물었는데, 민주당 지지가 절반을 넘보는 46.7%에 달하고 통합당은 36.6%로 여당이 제1야당을 10%포인트(p) 대 격차로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음 중 어느 정당 또는 단체를 지지하시거나 약간이라도 더 호감을 가지고 계시냐'는 질문에 국회 의석 순으로 정당을 호명했다.

이외에 친여(親與)진영의 정의당이 2.5%, 바른미래당이 2.3%, 안철수 전 의원이 재차 창당한 국민의당이 1.2%의 지지를 각각 받았다. 호남 지지 기반의 대안신당은 0.9%,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 장외투쟁을 이어온 우리공화당은 0.6%, 호남권 민주평화당이 0.3%로 각각 나타났고 민중당은 오인환 후보의 지지세의 10분의1에 불과한 0.2%로 나왔다.

심지어 이 여론조사 5번 설문은 '21대 총선 프레임 공감도'를 물었는데, 야당 심판론(49.4%)이 정권 심판론(41.3%)보다 우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국발 우한폐렴(코로나19) 방역 실패로 날마다 감염 확진자, 사망자가 늘고 '정부의 입'과 책임론이 고조된 상황에서 심판 대상은 야당이라는 프레임을 제공한 셈이다.

이같은 결과는 23일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홈페이지에 등재된 공표자료는 최초 공표일 다음날인 24일 공개됐다. 

사진=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재된 공표자료 캡처

그런데 공표 자료에서 석연치 않은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리얼미터는 응답자의 연령, 성별, 종로구 가·나·다·라 선거구 거주여부를 확인해 발표했다. 

이에 더해 '제19대 대선 투표' 이력도 공개됐다. '지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하셨습니까?'라는 설문과 그 응답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공표자료에 따르면 이번 여론조사 응답자 총 516명 중 339명(가중값 적용 시 500명 중 328명)이 문재인(민주당 후보)이라고 답했고, 다음이 홍준표(당시 자유한국당 후보)-안철수(국민의당 후보)-유승민(바른정당 후보)-심상정(정의당 후보) 순이었다. 

'문재인' 응답자가 전체의 65.7%에 달한 것이다. 반면 '홍준표'는 61명(가중값 적용시 63명), '안철수'는 43명(가중값 적용시 42명)으로 나타났는데 각각 '문재인' 응답의 5분의1과 8분의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19대 대선 전국 개표결과에 따르면 1위는 문재인 41.08%, 2위 홍준표 24.03%, 3위 안철수 21.41% 순으로 2·3위 득표를 더하면 1위를 상회한다. '서울 종로구'로 한정한 개표결과 역시 1위 문재인 41.59%, 2위 홍준표 21.84%, 3위 안철수 21.83%로 전국 투표 양상과 비슷했다. 

결국 뉴시스-리얼미터의 이번 여론조사는 마지막 대선 때 문 후보 투표자를 절반 이상 과잉 대표하고, 야당 소속의 홍·안 후보 투표자의 대표성을 떨어뜨린 채 진행된 것이다.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제19대 대통령선거 개표결과 캡처

리얼미터는 비단 선거여론조사 뿐 아니라 매주 2회 주중·주간집계 형식으로 나눠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정당지지율을 발표하는데, 이 정기여론조사에도 19대 대선 투표 이력을 응답자들에게 묻지만 공표자료에선 그 결과가 빠진 채로 발표되고 있다.

이 업체는 응답자들에게 '지지 또는 반대 사유'를 묻지 않은 채로 정치권 전반의 이슈를 임의로 유리한 시각으로 소개·해석해 지지율과 결부짓는 행위를 보여왔다. 일례로 지난 2018년 하반기에 집중 제기된 정부의 북한 석탄 밀반입 방조 및 은폐 의혹 관련, 이 업체의 지지율 등락 등을 설명하는 보도자료에선 '북한 석탄'이 단 한차례도 등장하지 않았고 별도 현안조사도 실시되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집권여당의 이해찬 대표가 이 업체의 정기여론조사 결과 제1야당이 여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크게 좁히자 "이상한 여론조사"라고 업체를 직접 깎아내리는 발언을 했고, 그 다음 회차 여론조사에선 양당의 격차가 갑자기 1%p대에서 13%p대로 벌어진 결과가 발표돼 여론 일각의 의문을 사기도 했다. 

한 친문성향 네티즌의 네이버 블로그에는 '조국 백서' 주최측이 필진 참여자들과 각자가 맡을 의제까지 미리 선정해 공개한 글이 실려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이 업체 조사본부장(지난달 말 퇴사)이 여권 핵심 인사인 조국 전 법무장관의 각종 범죄혐의의 무죄를 증명하겠다는 친문 어용인사들의 '조국 백서' 집필진 일원으로 이름이 올랐다가 뒤늦게 삭제된 바 있다. '제작 제안이 들어와서 거절했다'는 사후 해명이 나왔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친문 SNS여론전에 주력해 온 최민희 민주당 전 의원이 지난달 10일 조국 백서 동참자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에 출연해 "백서 서문은 김민웅씨가, 총론은 전우용씨가, (지난해) '8월 19일부터 10월 14일 조국 사태까지 여론 추이로 본 한국 사회의 의제 지형'은 권순정씨(전 조사본부장)가 (쓰기로 했다)"라고 발언하는 등 '단순 이름만 빌려 쓴 사건'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있다. 

최근 여심위에서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해 11월 실시한 '현역의원 교체 찬반'을 주제로 한 여론조사에 대해 "결과가 왜곡될 수 있는 방법을 일부 사용했다"며 과태료 1500만원을 부과한 것으로도 확인돼, 4.15 총선을 두달도 채 안 남긴 상황에서 해당 업체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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