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경찰서 정보과 유영범 경위, “‘일본군 위안부’ 관련 ‘정의기억연대’ 집회는 日대사관에서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다고 들었다”
서울 종로경찰서 정보과 강평준 경사 “‘정의기억연대’는 ‘집회’가 아니고 ‘문화제’ 형태로 점심시간에만 하는 것이다”
‘집시법’이 정한 ‘옥외집회 금지’ 장소인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어떻게 집회가 가능한지 묻는 민원인을 ‘거짓말’로 속인 경찰...좌파 집회 옹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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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1조와 관련된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펜앤드마이크는 경찰 측의 ‘불순한 행태’를 다수 접할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문제의 소지 원천 차단하라’는 특명이 내려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편파적인 것이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경찰이 나서서 좌파 시위를 보호해주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집회 및 시위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유영범 경위는 기자의 관등성명 공개 요구를 거부했고 서울 종로경찰서 집회 및 시위 담당자인 강평준 경사는 기자의 사실관계 확인에 기자가 자신을 협박했다며 “외포(畏怖·큰 두려움)를 느꼈다”고 했다. 민원인들에게 대체 뭐라고 했길래 그들은 입을 다물고 큰 두려움을 느껴야만 했을까?

사례1. “‘정의기억연대’ 집회는 주한일본대사관에서 문제삼지 않겠다고 했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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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대문경찰서.(사진=연합뉴스)

“주한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관련 집회의 경우에는요, 제가 종로경찰서에 근무할 당시에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위안부 관련 집회에 대해서는 대사관 측이 문제 삼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이 접수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 공문을 제가 직접 본 적은 없는데, 그걸 근거로 집회 신고를 받아줬어요.”

남대문경찰서 집회 및 시위 신고 담당을 맡고 있는 정보과 소속 유영범 경위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주한중국대사관 정문 앞 집회가 불가하다면 어째서 주한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관련 집회는 허용되고 있는가?”하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기자가 유 경위에게 관등성명을 묻자 유 경위는 “알려줄 수 없다”며 “종로경찰서 근무 당시 ‘들은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강변했다. 유 경위의 관등성명은 정보공개를 청구한 끝에야 알아낼 수 있었다. 아무리 ‘들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기자로서, 유 경위의 발언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집회신고서’를 작성한 이가 기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었다면 유 경위의 발언을 듣고 납득한 나머지 집회 개최를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렸을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남대문경찰서를 찾은 이유는 ‘주한중국대사관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했을 때 경찰 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다. 기자는 오 씨가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하기 2시간여 앞서 남대문경찰서를 들러 ‘집회신고서’를 작성했다.

기자가 작성한 ‘집회신고서’를 본 유 경위는 기자에게 대뜸 “대사관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는 집회가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정보과 형사로서 경험을 쌓아온 유 경위가 ‘집시법’ 제11조 4호에서 언급된 ‘집회 금지의 예외 사항’을 모를 리는 없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집회 및 시위 관련 업무를 맡은 정보관은 대사관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개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민원인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집회 개최를 희망하는 민원인에게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집회를 열 수 있도록 도움을 줬어야만 했다.

하지만 기자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외교부·경찰청·서울지방경찰청·서울 종로경찰서 등에 조회한 결과 유 경위가 말한 주한일본대사관으로부터 접수된 바 있다는 공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의도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경찰관이 민원인을 기만(欺瞞)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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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외교부·경찰청·서울지방경찰청·서울 종로경찰서 등에 조회한 결과, ‘일본군 위안부’ 관련 집회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개최된다 하더라도 대사관 측은 이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주한일본대사관으로부터 접수된 바 있다는 공문은 확인되지 않았다.(이미지=박순종 기자)

사례2. “거기는 ‘집회’가 아니고 ‘문화제’예요”

“경찰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정의기억연대’가 벌이고 있는 집회는 ‘집회’가 아니고 ‘문화제’(文化祭)라고 하던데요?”

서울 종로구 소재 옛 주한일본대사관 부근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인 ‘정의기억연대’가 벌이고 있는 집회—‘수요집회’ 또는 ‘수요시위’—를 반대하는 집회를 매주 수요일 벌이고 있는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관계자는 이같은 이야기를 전하면서 해당 경찰관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음원 파일을 기자에게 건넸다. 그러면서 그는 “‘정의기억연대’는 ‘문화제’ 형식으로 집회 신고도 않고 집회를 열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알려줬다는 것이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서울 종로경찰서 정보과 소속 강평준 경사. 강 경사는 지난 2019년 이후 종로경찰서에서 집회 및 시위와 관련한 민원 업무를 맡아 왔다.

“아, 먼저, 선생님, 이 부분 먼저 말씀드릴게요. 선생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집시법)에, 외교 기관이나, 이런 데 100미터 이내는 평일 업무 시간에는 집회가 안 돼요. 그러면 선생님, 인제, ‘정의기억연대’를 말씀하셨는데요, 거기는 ‘집회’가 아니고 ‘문화제’ 형태로 12시부터 딱 1시까지만 하는 것이거든요, 점심시간에만...”

틀림없는 강 경사의 목소리였다. 추후 강 경사 본인에게 확인한 결과, 이같은 말을 했음을 강 경사 본인도 기억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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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경찰서 민원봉사실.(사진=박순종 기자)

그래서, 실제로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인 ‘정의기억연대’가 집회 신고를 않고서 집회를 개최해 왔는지를 확인하고자 종로경찰서에 관련 내용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봤다. 확인 결과 ‘정의기억연대’가 주관해 온 ‘일본군 위안부’ 관련 시위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또는 ‘정의기억연대’라는 단체명으로 분명 집회 신고가 이뤄져 왔다. ‘정의기억연대’의 집회 신고를 받아 처리해 준 것은 다름 아닌 강평준 경사. 심지어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자 기자가 요청한 정보공개 청구 민원에 응한 것도 강평준 경사 본인이었다.

‘공대위’ 관계자가 강 경사와 대화를 나눈 날은 지난 2019년 11월30일이었다. 강 경사가 해당 업무를 맡은 지 1년여가 다 돼 가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담당자인 강 경사가 업무내용을 미처 숙지하지 못 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기자가 ‘공대위’ 관계자에게 어째서 거짓말을 했느냐고 강 경사에게 따져 묻자 강 경사는 “‘정의기억연대’가 여는 집회는 ‘문화제’ 형태라고 한 것은 맞는데, 집회 신고가 없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렇다면 ’집회가 아니고’라고 말한 것은 무슨 뜻이었는가?”하는 기자의 반문에 강 경사는 딱히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 했다.

이후 종로경찰서에서 기자를 대면한 강 경사는 “이런 식으로 하면 업무 협조를 어떻게 해 주느냐?”며 기자의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자신이 외포(畏怖·큰 두려움)를 느꼈기에 기자가 본인을 협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한미국·일본대사관 앞 反美·反日 시위 제지 않는 경찰…어떻게 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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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소재 주한미국대사관 앞 ‘반미’(反美) 시위자들의 모습.(사진=박순종 기자)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KT광화문지사(支社) 앞 도로는 복수의 단체 집회 개최를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길 건너 북쪽으로 약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주한미국대사관이 위치해 있어 정치적으로 상징성이 매우 큰 곳이기 때문이다.

2020년 2월22일 현재 KT광화문지사 앞 보행자도로(보도) 상에는 ▲국가보안법철폐긴급행동 ▲국민주권연대 ▲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대표자협의회(민대협) ▲민중민주당(환수복지당)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평화와통일을위한YMCA100인회 등 무려 11개 단체 명의로 정식 집회 신고가 이뤄진 상태다. 그 가운데 꾸준히 집회를 하고 있는 단체는 ‘민중민주당’이다.

이들은 주한미국대사관 남측 모퉁이 경계로부터 남쪽으로 약 20여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전신주 앞에 ‘북침 전쟁연습 중단’, ‘미군철거’, ‘내정간섭 망언 해리스 추방’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놓고 관계자 여럿이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지만 경찰로부터 아무런 제지도 받고 있지 않다. 이같은 모습은 주한중국대사관 앞 또는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도한, 유튜브 채널 ‘청녀화랑TV’ 대표, 김현진 씨가 ‘1인 시위’를 시도할 때마다 경찰로부터 강력한 제지를 받았던 것과는 매우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들은 어떻게 ‘승리’를 쟁취했을까?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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