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한 비례공천명단, 선거인단 61명 중 반대 47표로 부결...黃 "대충 넘어갈 수 없다" 발언 영향인 듯
투표 직전 "분란 일으켜 죄송하다"던 한선교...'부결' 결론나자 "한줌도 안 되는 야당 부패한 권력이 개혁 막아" 비난
미래한국당 최고위원단도 총사퇴...통합당서 5選 원유철-정갑윤 이적, 의원 2~3명 추가 파견 전망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3월19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 도착, 비례대표 공천에 항의하는 미래통합당 중앙위원회 관계자들을 피해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3월19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 도착, 비례대표 공천에 항의하는 미래통합당 중앙위원회 관계자들을 피해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19일 본당(本黨)인 미래통합당과 한국당 내 최고위원들의 반발로 마련된 4⋅15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안 수정안이 당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부결되자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한선교 대표는 이날 선거인단 투표 부결 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줌도 안되는 야당 권력, 그 부패한 권력이 참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개혁을 막아버리고 말았다"며 "미래한국당 대표직을 이 시간 이후 사퇴하겠다"고 했다. 

그는 "가소로운 자들에 의해서 정치 인생 16년의 마지막을 당과 국가에 봉사하려고 했던 생각이 막혀버렸다"고도 했다. 

자신과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했다가 '마이웨이 공천' 논란을 일으킨 1차 공천안에 황교안 통합당 대표 측이 강력 반발하고, 5명 안팎 선에서 일부 순번을 조정하는 수정안을 마련했지만 결국 선거인단 투표에서 반대 다수로 부결되자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선거인단으로는 총 61명이 참여한 가운데 찬성 13표, 반대 47표, 무효 1표로 명단 수정안이 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18일) 미래한국당 공관위는 1차 공천안에서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비례대표 후보 21번→3번)과 이종성 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22번→8번), 정경희 전 국사편찬위원(27번→17번)을 각각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후보자 40인 및 예비인 명단에서 배제됐던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도 당선권에 새로 포함됐다.

하지만 통합당에서 주력으로 삼았던 총선영입인재들이 대거 당선권에서 배제돼 있는 상황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고, 자유우파 유권자들 사이에서 활동 경력과 인지도 면에서 의문을 사는 인사들이 여전히 당선권에 들어있어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뉴미디어 업체를 운영해왔고, 자유한국당 청년부대변인과 뉴미디어TF 팀장 등을 맡았던 청년 유튜버 우원재 '호밀밭의우원재' 운영자가 당선유력권(기존 8번)에서 배제되고, 제도권과 시민사회 자유우파 활동가들, 경제전문가 등 각계 실력자로 불릴 만한 이들은 여전히 배제돼 있어 '1차 명단만도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당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한국당 정체성을 거론하며 "이번 선거의 의미와 중요성을 생각할 때 대충 넘어갈 수 없다"며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해, 비례 공천 수정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언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 이후 대부분이 통합당 당원 출신으로 알려진 미래한국당 선거인단에서 공병호 공관위의 공천 수정안을 압도적 반대 다수로 부결시킨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선거인단 투표가 '부결'로 결론나기 전에는 "(공천) 분란을 일으켜 죄송하다. 투표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 "나중에 (제가) 정치를 하려고 비례대표에 내 사람을 심으려고 생각하신다면 (수정안을) 부결시켜달라"고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부결'로 결론나자 사실상 통합당과 반대 투표자들까지 싸잡아 "가소로운 자들"이라며 반(反)개혁 세력으로 규정하고 비난한 셈이다.

3월19일 미래통합당을 탈당하고 미래한국당으로 이적한 5선 원유철 의원.(사진=연합뉴스)

한편 한 대표에 이어 미래한국당 최고위원들도 지도부 동반 사퇴를 결의했다. 조훈현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를 마치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안이 선거인단 투표에서 부결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 총사퇴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조훈현 사무총장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은 선거 일정을 고려, 당헌 부칙 제4조에 의거해 신임 지도부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며 "당원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 당원 및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발표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등의 향후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새 지도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한국당 최고위는 이날 물러난 한 대표를 제외하면 조훈현 김성찬 정운천 이종명 의원 4명이 남은 상태다. 이들에 더해 통합당에서 중진 등 불출마 선언 의원들이 추가로 이적해 공천파동을 수습하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

통합당에선 5선의 원유철 정갑윤 의원이 이날 오전 탈당계를 제출하고 미래한국당에 입당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에 협조적인 의원들이 한 대표 사퇴와 동시에 미래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새 지도부를 구성해 공천 전면 재검토로 이어질 전망이다. 둘 중에서도 원유철 의원은 통합당 출범 과정에서 황 대표가 이끈 자유한국당의 보수통합단장을 맡았던 새로운 친황계 일원으로 평가된다.

또한 원 의원의 당적 변경이 먼저 알려지면서 새 지도부의 대표로 추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합당에서는 이밖에 추가로 의원 2~3명이 더 미래한국당으로 건너갈 것으로 알려졌으며, 원내지도부를 갖추려는 구상도 논의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