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커지자 "과장된 발언" 석연찮은 해명...장성철 통합당 후보 "송재호 망언 수사기관-선관위에 선거법 위반 즉각조사 요청"
통합당 "송재호 발언 사실이면 관권선거 기획 자행한 당사자 되고, 靑 무관하다 하면 대통령 끌어들인 허위사실공표" 압박
"文, 울산 부정선거 모자라 4.15 총선서도 측근선거 도왔나...대통령 진상 밝히고, 與 4.3사건 선거 이용 사죄-후보 사퇴해야"

지난 3일 제주도에서 진행된 4.3 사태 희생자 제72주기 추도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2년 만에 참석하고 4.3 특별법 입법을 약속한 것과 관련, 제21대 총선 제주시갑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자신이 문 대통령에게 "저를 위해 해줄 게 하나 있다"며 요청한 덕분이라고 공언해 '대통령의 선거개입' 파문이 일고 있다.

4.15 총선까지 2주도 안 남은 시점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총선 접전지마다 문 대통령이 '행차'하면서 선거지원용 행보라는 의심을 사는 가운데, 대통령을 스스로 자신의 지역구로 불러들였다고 집권여당 후보가 '자랑'한 격이기 때문이다. '여권 강세'가 주류인 제주도 내 드물게 여야 후보(민주당 송재호-미래통합당 장성철)가 경합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송재호 민주당 후보는 뒤늦게 자신의 발언이 '과장'됐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야당에선 '사실이라면 송 후보가 관권선거를 기획 자행한 당사자가 되고, 청와대가 부인하면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고 파고들면서 '대통령의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재인 정권에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 위원장을 잇따라 맡았던 제21대 총선 제주시갑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앞서 송 후보는 지난 7일 오후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앞 거리유세에서 "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야기했다. 대통령님을 모시고 제가 3년간 봉사하지 않았나. 저를 위해 해줄 게 하나 있다. 4월3일 제주도에 와서 유족 배·보상을 위한 4·3특별법 개정, 반드시 제주도민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약속하시라(라고 했다)"라며 "여러분, (대통령이 실제로) 약속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덧붙였다.

이는 송 후보가 문 대통령에게 4·3 추념식에 참석해 배·보상 약속과 4·3특별법 개정을 약속해달라고 사전에 요청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송 후보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장관급)에 이어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을 역임했다. 지난 2월 총선 출마를 위해 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이에 대해 제주갑 장성철 통합당 후보는 9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송 후보의 망언은 문 대통령의 4·3추념식 참석과 희생자 배·보상 약속이 송 후보의 요청으로, 송 후보를 위해 해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는 송 후보의 망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 수사기관 및 선관위에 송 후보의 망언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고병수 정의당 후보 측도 "송 후보의 발언이 사실이면 마치 내가 대통령 동선과 메시지를 사전 조율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빌미가 된 최순실이 연상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공세를 폈다.

이와 관련 송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4·3 해결을 향한 대통령과 저의 일치된 노력의 과정을 설명하고 대통령의 약속에는 제 노력도 담겨있음을 전하려 했는데, 유세 도중 언급한 말들이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았다"며 "제 표현이 오해를 부른 점에 대해서는 도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에게 4.3 추모식 참석 등을 정말 요구했는지 '사실관계'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과장됐다" "오해를 불렀다"는 식으로 모호한 언급을 덧붙인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2일 오후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국회의원 선거 제주시갑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후보, 미래통합당 장성철 후보, 정의당 고병수 후보, 무소속 박희수 후보.(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2일 오후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국회의원 선거 제주시갑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후보, 미래통합당 장성철 후보, 정의당 고병수 후보, 무소속 박희수 후보.(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9일 오후 제주MBC 공개홀에서 열린 제주갑 선거구후보자 토론회에서 장성철 통합당 후보, 박희수 무소속 후보 등은 "(송 후보의) 답변만 보면 (대통령에 대한 요청은) 최근 총선 시기에, 최소한 국가균형발전위원장 퇴직 후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발언 내용을 보면 위원장 사임 후 건의한 것"이라고 일제히 추궁했다. 

장 후보는 위원장 재임 중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는 송 후보 주장에 "명백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과오를 인정할 용기가 없다면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고병수 정의당 후보도 "(송 후보가) 말꼬리를 잡힐 일을 했다"며 "언제 누구를 통해 대통령에게 올해 4.3 추념식 참석과 완전 해결 약속을 요청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1야당 통합당은 10일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입장문을 통해선 문 대통령을 겨눠 "제주갑 송 후보 건은 대통령의 행보가 선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울산(시장) 부정선거도 모자라 이번 총선에서도 측근의 선거를 도왔는가?"라고 비판했다.

박형준 선대위원장은 "선거 때 대통령이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접전지를 골라 평소보다 훨씬 자주 이어지고 있는 이런 행보가 선거민주주의를 존중하는 대통령의 자세인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3가지 요구사항으로 ▲대통령이 송재호 후보에게서 이런 요청을 받았는지를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제주도민들에게 가장 큰 역사적 트라우마인 4.3 사건을 어떤 형태로든 선거에 활용하려 했다는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깊이 사죄해야 한다 ▲송재호 후보는 즉각 후보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선대위원장은 "대통령에게 실제 말하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송 후보는 있을 수 없는 관권선거를 기획 자행한 당사자가 되고 청와대가 관련이 없다는 대답을 내놓는다면 송 후보는 대통령을 자신의 선거를 위해 '허위'로 끌어들인 셈이 된다. 이는 도의적으로나 있을 수 없는 행위이고 법적으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된다"며 "어떤 경우이든 제주도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 행위"라고 질타했다.

한기호 기자 hk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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