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 시대 이후 대중영합주의 동원한 가짜 민주주의 확산...신권위주의와 전체주의의 결합도
'조국'은 권위주의적 전체주의의 상징...조국 정치를 끌어내리는 일은 한국판 히틀러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길
4.15총선은 자유와 전체주의의 전쟁터..."다행히 아직 우리에겐 투표권이 남아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헤겔(G. Hegel)은 “역사와 경험이 가르쳐주는 것은, 민족과 정부가 역사를 통해서 무엇을 배우거나, 원칙을 이끌어내고 그에 따라 행동했던 적이 없다는 점이다.“고 했다. 버나드 쇼(G. Bernard Shaw)는 ”우리가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인간은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것이라는 점에서 헤겔은 옳았다“고 했다.

냉전 체제가 무너지면서 자유민주주의는 인류 마지막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여졌다. 소련 해체와 동유럽 국가들의 급속한 변화는 누구도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의심치 않게 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나면서 세계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를 동원한 가짜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신권위주의와 전체주의까지 결합하는 최악의 정치체제도 등장하고 있다. 2012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의 장기 집권,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2016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2018년 중국 시진핑 영구집권 허용 헌법개정 등의 주요 사건들이 포퓰리즘과 신권위주의 부활의 퍼즐들을 하나의 조각으로 맞춰나가고 있다. 2019년 한국의 조국 법무장관 임명 및 공수처 법안 통과는 포퓰리즘이 신권위주의로 발전하는 최악의 정치체제가 극동에도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한국에서도 자유민주주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국민의 40%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자유주의를 치고 있으니 말이다. 잘려나간 자유주의의 목을 들고 개선하는 신권위주의 친위대들은 끊임없는 적폐청산의 과제를 양산함으로서 결국 민주주의의 싹마저 자르게 된다. “빨리빨리”를 외쳐대는 한국 문화처럼 이미 포퓰리즘을 넘어 권위적 전체주의로 급속히 진군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살붙이들은 염장된 법원의 뇌, 반쯤 잘린 검찰의 목, 떨어진 외교의 팔다리다. 10%도 안 되는 정치검찰을 도려낸다는 명목 하에 100% 검찰을 정치권력에 예속시켜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려 하고 있다. 이미 법원은 뇌를 공격당해 전체주의 뇌수 속에 빠진 상태다. 외교는 30% 민간인 공관장 수혈의 명분을 내세워 특정 이념 지향적 인사들이 핵심공관장 직위를 점령했다. 이념 지향적 외교정책, 정확히 말하자면 외교적폐청산을 위한 인적물갈이를 완성했다. 정치적 중립과 객관성이 생명인 청소년 교육 분야와 언론부문도 비판의식을 마비당하고 공고한 이념화의 길로 치닫고 있다.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로 가는 한국사회, “권위주의적 전체주의” 하에서 공권력은 끊임없이 반대자들을 색출해내며 자신의 존재의 당위성을 재창출해낼 것이다. 친미•반미, 친일•반일, 반인권•인권, 재벌•서민, 원자력•탈원전, 경제성장•분배, 반조국•조국수호 프레임들 말이다. 그들이 지향하는 궁극적 이념은 그냥 자신들의 진영강화와 영구집권일 뿐이다. 정치꾼들의 철저한 지배, 마키아벨리의 완전한 승리다. 막상 그들이 내세우는 북한과의 통일이 닥쳐도 자신들의 집권에 저해되면 마다할 것이다.

그런 막중하고 원대한 플랜의 기획자이기에 입시 불공정, 사모펀드, 문서위조, 몰상식쯤이야 문제될게 없다. 교수와 공직자의 직업윤리, 젊은 세대의 가슴에 박힌 대못쯤은 버리면 된다. 조국은 권위주의적 전체주의의 상징이다. 조국스러운 정치를 끌어내리는 일은 한국판 푸틴, 히틀러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는 길이다. 마키아벨리도 한국사회에서는 상식과 공정의 가치 위에서 숨 쉴 수 있게 하는 길이다.

갈등을 해소하는데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이 아니다. 분명한 원칙을 수립하는 것이다. 종교와 이념은 이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적폐청산 명목으로 강요하면 악덕이 된다. 인간의 이성은 반으로 나누기엔 너무 예리하고, 감성은 반으로 나누기엔 너무 복잡하다. 반이 다른 반을 죽이는 전쟁은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범죄행위다. 조국스런 정치를 끝장내는 일은 우리사회에서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이고 무너진 원칙을 다시 세우는 길이다. 사회통합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그래서 지금 자유와 전체주의간의 싸움이 진행 중이다. 4.15 총선은 그 전쟁터다. 한국사회를 이끌고 갈 지향성 전쟁이다. 조국을 장관직에서 36일 만에 국민이 끌어내린 힘은 진영주의 감성을 누른 자유의 이성이다. 검찰개혁 핑계를 앞세우고 핑계 케이크상자를 든 가장의 짠한 뒷모습을 내세운 감성전이 상식과 공정가치를 지킨 국민다수의 이성의 눈까지 흐리진 못했다. 6,200명 교수들이 조국 임명반대 시국선언에 실명으로 서명한 건, 386집단의 자유는 무한정 옹호하면서 국민들의 자유는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사고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었다. 인헌고에서 울려 퍼진 고3학생들의 SOS 역시 자유를 위한 외침이다. 특정 이념을 자신들에 주입시켜 집단화하는 교사들에 대한 자유의 저항이다. 현 집권세력이 퍼뜨리는 반일, 반재벌, 반미, 친북, 친중국, 반검찰, 반고위공무원 집단주의는 또 얼마나 많은 자유와의 전쟁을 치러야 하나.

정말로 역사는 반복돼야만 하는 것일까?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조지 산타야나). 모든 것은 이미 말해졌으나, 아무도 듣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다시 시작해야 한다(앙드레 지드). 다행히 우리에겐 투표권이 남아있다.

최원목 객원 칼럼니스트(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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