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이날 태어난 김일성 손자에게 나라 갖다 바칠 연방제 기반 만들어지지 못하도록 꺾어 버리는 자유 혁명의 날로 새로 쓰자"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

‘안전한 나라’는 세월호 사태 이후 박근혜를 비꼬며 문재인이 내세운 구호이다. 사고나 재난으로 죽는 사람이 하나도 없게 하겠다고 했다. 그 말대로라면 그는 이미 실패했다. 그는 진정한 안전이 무엇인지를 모르는듯하다. 우리가 핵사(核死) 위협을 어찌 해결할지는 이제 완전히 불확실해졌다. 밑도 없이 퇴락한 경제는 수십 년 이래 가장 불안한 상태에 몰려있다. 근본적 측면에서 우린 훨씬 불안전해져 있다. 문 정권은 박근혜 정부보다 더 안전함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사회 근원의 안전은 간과한 채 코로나 환자 수 통제와 같은 유형적 안전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사고가 안 나면 안전하게 된 나라라며 자랑하고, 사고로 많은 사람이 죽어도 더 많이 죽지 않았으니 잘한 거라며 선거용 공적으로 삼는 역병의 정치(politics of pandemic)를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면에서 국가가 다 무너진 마당에 선거 앞에 오죽 내세울 것이 없으면 코로나 관리 잘했다고 내세우나. 어찌 그런 대 실정이 업적이 되나.

코로나의 정치화에 몰두하는 문재인

4월 16일은 세월호 해난으로 304명이 죽은 비극의 날이다. 그런데 그 기념일 직전인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가 이미 세월호 사망자의 70%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경시되고 있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 5년 전 메르스 사태 당시 문재인은 박근혜를 향해 당시 169명이던 환자 수를 지적하며 메르스 수퍼 전파자는 박근혜 정부 자신이라고 공격한 바 있다. 여야가 바뀌어진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더라면 좌파는 기레기들과 군중을 동원하여 광화문에서 코로나 사망자들의 거대한 죽음의 장례판을 벌이며 정권타도를 외치고 있을 것이다.

이미 210명이 사망한 이 사태에 문재인 본인이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초기에 발병지인 중국 여행자의 출입국관리에 철저했더라면 이런 사태에까지 이르지 않았다. 시진핑 방한 기획을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자 한 의도 때문이었음은 널리 공감되고 있다. 그걸 위해, 결국 모기 날아 들어오는 창문은 계속 열어 둔 채, 방 안에서 모기 많이 잡았다고 자랑하는 꼴이 되었다. 오히려, 정부의 초기 실패 속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찾으며 이루어진 민간의 자발적 노력이라는 더 중요한 요소는 완전히 가려져 있다.

선거 앞에서 돈 풀어 일단 언 발에 오줌누기로 투표자를 사로잡으려는 건 여당의 통상적 수법이다. 국민의 이목 때문에 그걸 못하던 차에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자 이거야말로 기막힌 기회가 되었다. 천재일우(千載一遇) 혹은 ’천재’(天災)일우의 기회.  재난이 보너스의 기회가 되는 공약이 던져지고 사상 최대의 올해 예산에 더해 엄청난 돈을 더 푸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 보너스를 70% 국민이 받고 30%는 못 받는다는 정책의 재분배 성격이 계층간 갈등을 일으킬 조짐이 보이자 모두가 다 받는 정책으로 급히 변용 중이다. 모든 국민이 국가로부터 수당을 받는 나라, 사회주의 국가란 그런 나라의 이름이다.

선거 앞에 호황을 만들어 보여 투표자에게 표를 얻느라 확장적인 재정금융정책을 통해 경기를 자극하는 것이 고전적 ‘정치적 경기순환론: political business cycle)이다. 여기서는 선거 뒤에 그걸 회수한다는 국면이 중요하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이렇게 푼 돈을 선거 후에 회수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선거 후에는 긴축 정책으로 돌아간다. 그게 양식있는 정당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유 민주주의 및 시장 경제의 근본이념을 공유한 정당 간 경쟁에서나 오가는 일이다. 아예 정치이념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른 한국의 좌파 정권에겐 소위 ‘정파간 경기순환론’(partisan business cycle)이 더 적합하다. 문 정권으로서는 애초부터 국민경제 전반보다는 노조를 비롯한 표밭 계층을 위한 재분배 및 고용 강제에만 몰입할 뿐이다. 그래서 이들은 선거 이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계속 이어가야 하는데 그래야만 실패한 경제를 뒷땜질하는 보전성 돈 뿌리기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코로나 핑계로 선거에서 뿌린 엄청난 돈을 긴축정책으로 다시 회수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고 돈 풀기는 계속 이어진다.

이 결과는? 성장이 멈추는 정도가 아니라 망국으로 이어진다. 아르헨티나의 비극은 독재가 아니라 오히려 외관적으로는 ‘민주적’ 선거들이 몇 번 이어지며 만든 결과이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자마자 코로나의 정치화가 만든 엄청난 대가에 반드시 직면할 것이다. 무엇이 더 무서운 것일까.

4.15: 다시 죽거나 부활하는 날

역사적으로 4월 15일은 참혹한 날이다. 1912년 이날 침몰할 수 없는(unsinkable)  배라던 타이타닉이 침몰하는 생각할 수 없는(unthinkable) 사건이 일어나 1천 5백명 이상이 죽었다. 그러나 당시 및 그 이후에도 그걸 영국 여왕 탓으로 돌려 군중을 선동해 여왕을 왕좌에서 끌어내리는 야만스러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타이타닉이 차가운 바다로 가라앉던 바로 그 시간쯤에 사악한 기운으로 평양 만경대에서 태어난 한 사내아이는 후일 타이타닉 사망자와는 비교할 바도 없는 한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6.25 전쟁을 일으켰다. 아직도 한반도 절반을 세계 최악의 지옥으로 남겨 놓았다. 그 김일성을 흠모하던 일단의 주사파들은 이제 이 정부를 장악해 그의 인민혁명 완성에 몰두하고 있다. 4.15는 이런 죽음의 날이다.

이번 총선에서 180석까지 차지하겠다는 여당에 대응할 겨를도 없다. ‘당신이 다수파 편에 들어 있음을 발견하는 때는 바로 개혁이 일어나야 할 때’라던 마크 트웨인의 말이 알려주는 것은 분명 그런 교만한 여당은 이제 뒤집어져야 할 때라는 것. 돌이켜 보면, 4년 전 총선이야말로 좌파에게 탄핵 기획 및 군중 혁명의 기반이 되었다. 또다시 과반수 자리를 좌파에게 내주면 이제 패스트트랙의 상례화로 합법이란 외관으로 거대한 사회주의 경제 및 남북 연방제로 나가는 입법을 당당히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2020년 이날 또 다른 의미의 4.15를 만들어 내자. 사람을 죽이는 날, 혹은 죽은 자들을 불러내는 날을 지워버리자. 이날 태어난 김일성의 손자에게 나라를 갖다 바칠 연방제 기반이 만들어지지 못하도록 꺾어 버리는 자유 혁명의 날로 새로 쓰자. 김일성의 탄생일이 아니라 그의 영원한 사망일로, 이제 밝은 ‘세월’이 새로 출발하는 날로.

이날 우리에게는 오직 표 2장이란 무기가 있다.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장하고 시장 경제와 자유 민주주의 나라 틀을 지키는 곳에 던져라. 혹 패배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 시대 좌파 정권에 어떻게 저항했는가를 당신 개인의 역사 기록으로 남기는 자존심 하나로 거기에 표를 던지자. 좌파 표는 필요없다. 오직 당신의 표만 있으면 된다. 당신의 오른손, 곧 바른 손이 찍는 표.

김행범 객원 칼럼니스트(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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