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도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대표 등, 지난 1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제기하며 ‘정의기억연대’ 측 집회에 맞불 집회 연 시민들에게 ‘물폭탄’
서울 종로경찰서 소속 정보과·경비과 관계자들 및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기동대 대원들은 ‘폭행 기수’ 목격하고도 현행범 놓아줘...추후 입건도 안 해
“고통을 주려는 유형력 행사했다면 그 자체로도 폭행죄 성립” 大法 판례 있어...‘직무유기’ 경찰 공무원들에 유죄 판결시 ‘당연면직’ 사유 해당할 수도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 종로경찰서.(사진=박순종 기자)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 종로경찰서.(사진=박순종 기자)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소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의 수요 정기 집회에 반대한다는 내용으로 ‘일본군 위안부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 인근 지역에서 집회 중이던 시민 단체 관계자들에게 가해진 폭행과 관련해, 당시 현장을 담당하고 있던 서울 종로경찰서(서장 박규석·총경) 관계자들이 범죄의 진행을 목격하고도 폭행 가담자들을 현장에서 체포하지 않는가 하면 추후 이들을 입건해 조사를 개시하는 등의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종로경찰서는 지난 1월15일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정의기억연대’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집회를 중단할 것과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상 등의 철거 등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벌인 ‘공대위’ 측 집회를 방해하고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행을 가한 현행범 2명을 입건(立件)하지 않았다.

사건 당일 오후 12시부터 약 한 시간 정도 이어진 ‘공대위’ 측 집회 현장에 오 씨가 몰고 온 무개차(無蓋車·지붕이 없는 차량) 뒤쪽 좌석에 탑승한 신원미상의 여성 1명은 미리 준비해 온 ‘물풍선’을 ‘공대위’ 집회 참가자들에게 던지는 방식으로 ‘공대위’가 개최한 집회를 방해하고 참가자들에게 폭행을 가했지만 현장의 안전 등을 담당한 종로경찰서 관계자들은 이들 폭행 가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고 그대로 보내준 것이다.

펜앤드마이크의 취재 결과 종로경찰서는 이들에 대해 출석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폭행에 가담한 오 씨와 종로경찰서 관계자들 사이의 유착 관계 때문에 종로경찰서 관계자들이 오 씨 등에게 관대한 태도를 보였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원미상의 여성이 ‘공대위’ 집회 참가자들에게 던진 ‘물풍선’은 터지지 않지만 “고통을 주려는 유형력(有形力)을 행사했다면 그 자체로도 폭행죄가 성립한다”고 한 대법원 판례(2009도6800) 등에 따르면 이들의 행위는 ‘폭행의 기수(旣遂)’로 볼 수 있다.

당시 현장에는 종로경찰서 소속 정보관들과 동(同) 경찰서 경비과 및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기동대 대원들이 있었던 것으로 종로경찰서는 파악하고 있다.

“고통 주려는 유형력 행사했다면 그 자체로도 폭행죄 성립” 대법원 판례...‘직무유기’ 인정되나? 

오 씨 외 1명의 여성이 ‘명백한 폭행 현행범’에 해당하는데 이들을 체포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준 이유가 무엇이냐는 펜앤드마이크 기자의 질문에 당시 해당 집회의 안전 등을 담당한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일단 시위대가 (물풍선에) 맞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처리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기자는 해당 관계자가 종로경찰서 정보과 소속 문기천 경위임을 알 수 있었다.

이후 기자는 집회 현장에서 문 경위를 만날 때마다 “지난 1월 일어난 폭행 사건은 어떻게 처리돼 가고 있는가?”하고 질문했고, 그때마다 문 경위는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말해 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문기천 경위는 해당 사건이 입건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음이 펜앤드마이크의 후속 취재 결과 드러났다. 기자가 이 사실을 지적하자 문 경위는 “나는 수사 담당자가 아니”라며 “‘공대위’ 측에는 ‘원한다면 고소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고 했다. 이를테면 ‘본인으로서는 할 일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해, 문 경위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정보공개청구 업무를 담당한 종로경찰서 경무과 소속 담당자는, 문 경위 등 당시 현장을 담당한 경찰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사실을 지적한 펜앤드마이크 기자에게, “수사의 직접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별도의 경로를 통해 범죄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며 당시 경찰 측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기자의 주장에 동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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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도 씨의 차량 뒷좌석에 탑승한 한 여성이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측 집회 참가자들에게 물이 든 풍선을 던지는 모습.(사진=박순종 기자)

만일 당시 현장의 안전 등을 담당한 경찰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혐의가 인정된다면 이들은 형법 제122조(직무유기)가 정하는 바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형법 제122조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禁錮·교도소에 가두되 노역을 시키지는 않는 형벌)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며, 나아가, 선고유예를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사처분을 받을 경우에는 국가공무원법 제69조(당연퇴직)에 따라 ‘당연퇴직’ 대상자가 된다.

형법상 공무원의 ‘직무유기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사건 당사자의 고소가 없다고 하더라도, 제3자의 고발에 의해서도 검찰 등 상급 사정기관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한편, 지난 1월 발생한 폭행 사건의 가담자 중 한 명인 오천도 씨는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를 운영하고 있는 백은종 씨 등과 함께 ‘공대위’ 집회 현장에 계속해 나타나 ‘공대위’ 집회에 대한 반대 의사를 개진해 왔다.

오 씨는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무차별적으로 합성해 게시했다며 여성우월주의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를 고발하는 등 문재인 정권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여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9년 10월7일 서울 구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전희경 당시 자유한국단 대변인, 민경욱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을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 전광훈 목사 등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오 씨는 또 문재인 정권의 ‘반일 캠페인’이 한창이던 지난 2019년 8월7일 주한일본대사관저 정문 앞에 차량을 세워두는가 하면 당일 인근 골목에서는 ‘독립군의 피’를 의미한다며 경찰 관계자들 앞에서 고추장을 탄 물을 비닐봉지에 넣어 바닥으로 던지기도 하는 등의 행위로 그의 반일 성향을 적극 드러내기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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