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류석춘 교수 발언의 대상자인 여학생이 ‘성인지 사건’으로 처리한 데 동의했고 수강생들도 ‘성인지 사건’으로 인식했다”
연세대, 수업 도중 수강생과의 질의과정에서 나온 표현 문제 삼아 同 대학 사회학과에 재직중인 류 교수에 ‘정직 1개월’ 중징계 처분
류석춘 교수 측 “녹취 파일 등 사건의 객관적 입증 자료에서 대학 측이 징계 근거로 삼은 사실 확인 안 돼...행정소송도 불사(不辭)”

연세대학교.(사진=박순종 기자)
연세대학교.(사진=박순종 기자)

지난해 9월 수업 도중 있었다고 하는 질의응답 과정에서의 발언이 문제가 돼 대학 측의 교원 징계 절차에 회부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에 대해 연세대가 ‘정직 1개월’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에 류 교수는 자신에 대한 대학 측의 징계 처분 결과에 불복하고 대학 측의 결정에 대응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연세대 사회학과에 재직중인 류석춘 교수는 7일 〈연세대 징계위원회의 징계 처분을 받고〉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지난 5일) 총장 명의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며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류 교수는 작년 9월 연세대 사회학과의 전공 과목으로 개설된 ‘발전사회학’ 수업 도중 이어진 수강생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두고 ‘매춘의 일종’이라고 했다. 해당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류 교수의 일부 표현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연세대 측은 지난 3월부터 6차에 걸친 교원징계위원회 회의를 거쳐 류 교수에 대해 ‘정직 1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결정했다.

연세대 징계위원회는 ▲해당 발언의 대상자인 여학생이 성평등센터로 연락해 성인지 사건으로 처리하는 데에 동의한 점 ▲성평등센터의 면접 조사에 응한 해당 수업 수강생들 역시 류 교수의 사건을 성인지 사건으로 인식했다는 점 등을 징계 처분의 결정 근거로 삼았다.

당시 류 교수는 일반적으로 매춘업에 입문하게 되는 과정을 학생들에게 설명하며 “매춘업자의 유혹에 넘어가 접대부 생활을 하다 보면 끝내 매춘에 이르게 된다”며 “궁금하면 한 번 해 볼래요?”라고 덧붙였는데, ‘궁금하면 한 번 해 보겠느냐’는 발언이 ‘성매매 권유’에 해당해 성적(性的)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연세대 측은 본 것이다.

하지만 입장문에서 류 교수는 “(성평등센터의 면접 조사에 응한 수강생들이 했다고 하는) ‘직접적으로 (류 교수가) 성매매를 권유한 것으로 생각’, ‘수업 중에도 그 말이 나오자마자 굉장이 시끌해졌다’ 등의 진술은 (수업 당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녹음파일 및 녹취록에서는 전혀 확인되지 않는 내용”이라며 연세대 징계위원회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류 교수에 따르면 류 교수 질의응답의 상대였던 해당 여학생이 명시적으로 성폭력대책위원회의 조사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한 사실이 있음을 스스로 밝힌 바 있고 수강생들 사이에서 ‘성인지 사건’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연세대 징계위원회가 ‘가공된 허위사실’을 토대로 징계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류석춘 교수는 “이 사건은 녹음한 강의 내용을 외부 언론에 유출한 성명미상(姓名未詳·이름을 알 수 없음)의 학생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된 것이며, 그 본질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토론에 재갈을 물려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사건임에도 마치 ‘단순한 성희롱 사건’처럼 포장돼 있다”며 “(연세대의 징계 결정은) 명백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류 교수에 대한 연세대 측의 중징계 결정에 류 교수는 대학 측 판단에 불복하고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내지 행정재판 등의 수단을 동원해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류석춘 교수의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3월 말 류 교수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이 사건은 KBS 소속 김 모 기자의 단독 보도로 알려졌는데, 김 모 기자는 “경찰은 ‘조사 결과 정대협 간부 중 통진당 간부가 있었다는 등의 류 교수의 발언이 허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고 적음으로써 정보원이 경찰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형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검찰이 기소하기 전에 피의자의 피의사실을 공표해서는 안 되는 경찰 측이 류 교수의 피의사실을 KBS 기자에게 고의로 흘린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이하 류석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입장문 전문(全文).

〈연세대 징계위원회의 징계 처분을 받고〉

5월 5일 총장 명의의 ‘정직 1개월’ 징계처분을 통보받았습니다. 징계위원회의 ‘정직 1개월’ 의결에 따른 조치임을 설명하는 내용과 함께 첨부된 의결 이유서에는 “수강생들이 성적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였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문제가 된 발언은 ‘궁금하면 한 번 해볼래요’입니다.

이 발언에 대한 징계위의 판단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교수 본인은 ‘연구를 해보라’는 취지의 발언이라 주장한다.

2) 징계위는 “이 발언이 언어 성희롱에 해당하는 가에 대한 사실적 판단만을 내리고, 정치적인 입장에서 해석될 수 있는 학술적인 부분은 논의에서 배제하였다.”

3) “2020년 2월 작성된 성폭력대책위원회의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발언의 대상자인 여학생이 성평등센터로 연락을 하여 성인지 사건으로 처리하는 것에 동의하였고, 성평등센터 면접조사에 응한 당시 수강생들도 ‘직접적으로 성매매를 권유한 것으로 생각,’ ‘명백한 성희롱 발언,’ ‘수업 중에서도 그 말이 나오자마자 굉장히 웅성웅성 해졌고, 시끌시끌 해졌다’는 등의 진술을 하였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해당 발언의 대상자 학생은 물론 당시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 이 사건을 성인지 사건으로 보았음이 인정된다.”

4) “부주의한 언어 행위로 인해 발생한 오해라고 하여도, 징계대상자의 언어행위로 인한 본 사건이 해당 발언을 들은 대상자 및 수강생들에게 있어서는 성인지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학생들이 성적 모욕감을 느끼도록 한 언어 성희롱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교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로 본다.

5) “해당 여학생과 수강생들의 수치심을 불러일으킨 사안으로 정직 이상의 중징계에 처할 수 있는 중과실로 볼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징계위원회의 의결 이유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징계위의 판단 3)에서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성매매를 권유한 것으로 생각,’ ‘명백한 성희롱 발언,’ ‘수업 중에서도 그 말이 나오자마자 굉장히 웅성웅성 해졌고, 시끌시끌 해졌다’는 등의 진술은 수업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녹음파일 및 녹취록에서 전혀 확인이 되지 않는 내용입니다. 수업을 마칠 때까지 언어 성희롱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을 뿐이었습니다. 결국 징계위원회는 학문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 될 수 있는 원로교수에 대한 징계라는 대학 내에서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면서 증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가공된 허위사실을 토대로 징계결정을 한 것입니다.

둘째, ‘궁금하면 한 번 해볼래요’라는 발언의 상대방인 학생은 일부 시민단체가 위 발언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제기한 모욕 혐의 고소사건에 대하여 ‘고소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고 (연합뉴스 2019년 11월 11일 보도), 이에 위 시민단체는 저에 대한 모욕 혐의 고발을 취하하였던 바 있습니다. 또한 2020년 4월 22일 진행된 징계위원회의 추가 소명 과정에서 징계위원회는 해당 학생이 명시적으로 성폭력대책위원회의 조사에 응할 생각이 없다고 한 사실이 있음을 스스로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발언이 발언의 대상자 및 수강생들 사이에서 성인지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아무런 객관적 증거 없이 징계위원회가 판단 4)와 같이 단정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판단입니다.

셋째, 이 사건은 녹음한 강의 내용을 외부 언론에 유출한 성명미상의 학생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된 사건입니다. 본질은 위안부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토론에 재갈을 물려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고자 만들어진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단순한 언어 성희롱 사건같이 포장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징계위원회의 판단 2)는 수면 하에 숨어 있는 이 사건의 실체는 물론 이 사건 강의가 사회학 전공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토론식 강의였다는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겁한 면피성 판단으로서 명백히 잘못된 판단입니다.

이러한 사유로 저는 이 사건에 대한 연세대학교 징계위원회의 판단에 불복하며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혹은 행정재판 등의 방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진실을 찾는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밝힙니다.

2020. 5. 7.

류석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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