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 3년 째 마이너스
반도체·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수출액 상승은 착시효과

연합뉴스 제공

작년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외환위기 충격이 이어지던 1999년 -2.1%p 이후 18년 만에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출 성장기여도'는 순수출(수출-수입)이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다.

11일 한국은행과 현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기여도는 전년 동기대비 -1.7%p로 나타났다.

수출이 성장에 0.9%p 기여했지만, 수입이 2.6%p 깎아 먹으면서 순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이다.

3년 연속 순수출이 성장기여도를 깎아내린 것은 1989∼1991년(-5.3%p, -2.2%p, -2.1%p) 이후 26년 만이다.

최근 3년간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2015년(-1.0%p), 2016년(-0.7%p), 그리고 2017년 -1.7%를 보이며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중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순수출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해 수출 호조에는 주력 상품인 반도체나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이 올라간 게 주된 영향을 미쳤다"면서 "수출물량은 오히려 줄어든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원도 "지난해 수출이 크게 늘었던 것은 물량이 늘었다기보다는 반도체 가격 측면에서의 상승이 주로 이끌었다"면서 "물량이 둔화하니까 전체적으로 고용이나 생산 측면에서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의 지난해 상품 수출액 증가율이 15.8%로 10대 수출대국 중 1위라며, 전 세계 수출대국 중 한국의 순위가 8위에서 6위로 뛰었다고 밝히는 등 수출의 밝은 면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출 단가 상승에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들어 수출 단가 상승으로 인해 지난달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 증가했지만, 수출 물량 기준으로 2.4% 감소한 점은 적신호라는 것이다.

주원 실장은 "수출이 겉으로는 좋아 보여도 내실을 따져보면 안 좋은 상황일 수 있다"면서 "정부는 수출액이 늘어나는 것을 자랑할 게 아니라 수출 물량 확대 등 내실을 다지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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