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칼럼] 세계 최초 기본소득 도입하는 포퓰리즘 대국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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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06.09 15:24:36
  • 최종수정 2020.06.0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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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권은 앞다투어 기본소득 의제를 선점하는 데만 열중
일자리 감소 대비해 기본소득하자는 주장, 50여년 전 컴퓨터 등장시에도 나와
스위스, 핀란드, 알래스카서 기본소득제 실험...사실상 실패로 끝나
복지는 '보충의 원칙'...일차적으로 개인이 일하고, 사회안전망으로 보호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대선 앞두고 기본소득 도입 주요 이슈로 부상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야야를 불문하고 기본소득 도입논의가 활발하다. 의견수렴이나 재원마련은 뒷전이다. 지난 총선에서 재난지원금 소비쿠폰 등 천문학적인 현금살포의 위력을 본 여야 정치권은 앞다투어 기본소득 의제를 선점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는 분위기다. 경제부총리마저 여건상 도입이 적절치 않다고 하는데도 여야는 의제선점과 군불때기에 여념이 없다. 벌써 이러니 대선 때는 아마도 여야 할 것 없이 공약으로 등장할 전망이니 누가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도무지 기본소득제도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재정사정도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금년에 43.5%에 도달해 위험수위로 간주되어온 40%를 넘어서고 국제기준인 GDP대비 국가부채비율은 금년에 123%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관리재정수지적자도 사상최대인 112조원 적자로 GDP대비 –5.8%로 추정되어 재정위기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재정위기는 아랑곳 없이 여야 모두 이 난리인가. 기본소득제도란 일을 하든 안 하든, 소득이 높든 적든 상관없이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무상보육 무상급식처럼 소득의 고하를 불문하고 혜택을 주는 다양한 여러 무상 보편적 복지를 단순화해 전면 확대 시행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원래 기본소득제도 도입의 논의 배경은 첫째로 저성장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임시직 일용직이 늘어나는 등 저소득계층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다양한 복지제도에도 불구하고 복지사각지대가 존재해 여전히 기본적인 생계를 위협 받는 계층이 존재한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복지제도는 빠른 기간 내에 상당히 발전되어 선진국 못지 않은 제도를 갖추고 있다. 복지의 종류별로 보나 생애주기별로 보나 4대 연금, 4대 보험, 사회부조, 노인 아동 여성 장애인 복지 등 거의 대부분 망라되어 있다. 이 밖에도 세제면에서도 저소득계층에 대해서 부의 소득세로 소득을 보전해 주는 근로장려금(EITC) 제도도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기초생계비 지원제도도 잘 구비되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복지사각지대가 심심찮게 터져나오고 있다.

둘째는 기존의 복잡다기한 공적 사회보장제도와 전달체계에 따른 과도한 행정력과 복지 누수현상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아직 완전히 가구별 소득이 전산화되지 못해 다른 수입이 있는데도 장기간 기초생계비 지원을 받는다든지 각종 복잡다기한 복지제도로 중복수혜 과다수혜 등 누수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존의 복잡다기한 공적 사회보장제도를 대부분 정리하고 기본소득으로 통일해서 지급하면 복잡다기한 복지 전달체계에 따른 행정력을 절약할 수 있고 복지 누수현상을 줄이는 장점이 주장되고 있다. 

셋째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른 실업증가 우려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인공지능(AI)이 보편화될 경우 지치지 않는 로봇이 단순반복업무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전문서비스 직종까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급격한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50여 년 전 컴퓨터의 등장이 인간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했었으나 오히려 컴퓨터를 활용한 새로운 일들이 더 많이 창출되면서 그러한 우려는 기우에 그치고 만 것처럼 앞으로도 새로운 차원의 일자리들이 더 많이 창출되어 그러한 우려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기본소득은 논의는 무성하지만 실제로 도입된 사례는 많지 않다. 최근 스위스는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 (약 300만 원)을 지급하고 어린이·청소년에게도 650스위스프랑 (약 78만 원)을 주겠다는 기본소득안을 2016년 6월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투표자의 76.7%가 반대해 부결됐다. 핀란드는 2017년 말부터 2년 동안 만 25~58세 2000명에게 매달 560유로(약 76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을 했다. 기본소득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려는 목적이었다. 핀란드 사회복지부는 2020년 5월 낸 보고서에서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취업 실태를 비교한 결과, 기본소득이 취업을 장려하는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밖에 기본소득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미국 알래스카주는 석유 판매 수익 중 일부를 연말에 주민에게 지급하고 있다. 2016년의 경우 알래스카주에 1년 이상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사람에게 1022달러(약 120만원)를 지급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2017년 저소득층 4000명에게 매달 1320캐나다달러(약 119만원)를 지급하는 실험을 3년간 하려고 했으나 재원 부족으로 1년 만에 중단하기도 했다. 만약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간 경쟁으로 한국에서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하면 세계 최초가 될 전망이다. 

기본소득 도입하면 재정위기 직행과 시장경제 파괴로 경제 붕괴

기본소득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정지속가능성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기존의 복잡다기한 복지제도를 대체해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기존의 복지제도에 추가해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재정파탄을 조기에 초래해 미래세대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1인당 월 60만 원을 주는 경우 연간 360조원이 소요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금년의 정부예산이 512조원이고 복지예산이 180조원임을 고려해 보면 현실적으로 한국의 재정여건상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여야 공약으로 제시되고 만에 하나 채택되는 경우에는 한국은 바로 재정위기로 추락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도입하지 않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기본소득제도 도입의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파괴해 경제를 붕괴시킨다는 점이다. 시장경제란 기본적으로 기업가들이 불확실한 경제환경 속에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투자를 하고 근로자들을 고용해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근로자들은 노동을 제공하는 댓가로 임금을 받아서 기업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해 소비를 하면서 경제가 순환해 가는 순환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가들의 이윤과 근로자들의 임금이 소득이다. 기업가이든 근로자이든 누구나 경제활동에 참여해 소득을 창출하고 소비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기본이치다. 경제원론 수준에 나오는 기본적인 경제의 순환과정이다. 그런데 노동을 제공하지 않는데도 소득이 주어지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구매력은 있는데 생산량은 적게 되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거나 수입이 급증해 마침내는 외환위기가 초래되는 등 경제가 붕괴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이 근면자조하고자 하는 근로윤리가 붕괴되고 기본소득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 등을 인상하게 되면 기업가들의 기업하고자 하는 의욕이 감퇴해 기업가정신이 저하될 것이다. 근로윤리가 붕괴되고 기업가정신이 쇠퇴하는 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없음은 자연의 이치다.

그런데도 표퓰리스트 정치인이들은 오직 자신들의 집권만을 생각하고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국민들을 현혹한다. 복지란 보충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보충의 원칙이란 일차적으로 개인이 열심히 일하고 그래도 기본적인 생계유지가 어려운 저소득계층에 대해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자조(自助)적인 복지’라고도 한다. 현금퍼주기 복지(welfare)보다는 일하는 동기를 유발하는 “일하는 복지”, “근로촉진형 복지”(workfare)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현재도 복지지출 중 무상으로 살포되는 현금복지만 2020년에 54조원에 달한다. 사실상 현금복지와 다름없는 일자리예산도 27조원에 달해 이 둘을 합한 현금성 복지가 81조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중복살포만도 23조원에 이르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 고교무상교육에 중앙정부 6594억원과 지방정부지원을 합해 1조 3천억원, 유아교육비보육료지원사업도 4조 316억원이 책정되어 있어 모두 86.4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현금성 복지가 전체가구의 45%에 뿌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건전성과 재정지속성이 담보될 수 없으므로 이를 낮추는 방향으로 복지제도를 구조조정해야 할 입장이다. 지금도 무상 보편적 복지의 비율이 과도해서 불과 수년 후 재정위기를 우려해야 되는 상황에서 아직 복지선진국에서도 도입하지 않고 있는 무상 보편적 복지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소득제도를 논한다는 것은 미래세대에 재앙이 될 무책임한 인기영합정책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표심을 의식해 재정지속가능성과 재원조달방안도 담보되지 않은 가운데 ‘자조적인 복지’ ‘일하는 복지’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실업률 개선도 확실치 않아서 아직 선진국에서도 도입되지 않고 있는 기본소득을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국민들의 합리적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면서 미래세대에 엄청난 재앙을 남겨줄 뿐이다.

오정근 객원 칼럼니스트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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