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율 시민기자
김원율 시민기자

또 다시 정의구현사제단이 현실참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6월 30일 삼성과 이재용을 겨냥해서 구속과 사법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교회의 영성을 높이고 불편부당한 목소리를 내어야 하는 교회 사제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05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공표한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28항에서 ‘교회는 근본적으로 황제의 것과 하느님의 것을 구분합니다.(마태오 복음 22, 21참조) 다시 말해, 교회와 국가의 구분 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표현대로, 현세 사물의 자율성입니다.’ 라고 규정하였다. 현세 사물의 자율성이라 함은 각자의 가치와 이상에 입각해서 현세의 각 기관은 나름대로 자율성을 가지고 이를 운영해나가는 것을 말한다. 국가가 교회의 신앙에 간섭해서도 안 되지만, 교회도 국가 기관의 운영에 지나치게 간섭해서 안 된다. 일부 사제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하느님이 창조하신 만큼 하느님의 것이 아닌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옳은 말씀이다.

그러면 현세의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섭리대로 움직이는 것이라면 교회의 사제가 무엇 때문에 현세의 잡다한 사법문제에 간여하여 특정인을 구속해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미 정의구현사제단은 거짓과 편파적인 현실참여로 양식 있는 신자들로부터 비난을 자초하며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대표적인 예가 2003년 대법원의 판결과 안기부의 수사결정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며 162명의 사제가 김현희가 가짜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노무현정부가 구성한 과거사 위원회의 조사에서조차 거짓 주장임이 드러났다. 그러면서 162명 사제 중 단 한 명도 김현희에게 사죄한 신부는 없었다.

삼성문제는 반 재벌적 통치이념을 가진 현 정부에서조차 2년에 걸친 수사에서 범죄혐의를 밝혀내지 못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 이에 따르는 것이 마땅하며, 비전문가인 사제집단이 이재용을 구속하라고 촉구할 문제가 아니다. 이미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할 때부터 묵시적 청탁이라는 기상천외한 법리로 수사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침해하였다. 이보다 더 자의적 법집행이 있을 수 있는가?

정의구현사제단은 마르크스와 사탄의 목소리를 추종하는 집단이 된 지 오래다. 신자들의 영성을 지도하고 영원한 생명과 하느님의 나라를 지향해야 할 사제가 사실관계도 맞지 않은 억측과 추측으로 국가경제의 중추인 재벌 총수를 구속을 촉구하는 것은 어떠한 신앙적 교리를 갖다 맞추어도 설명이 불가하다.

설사 백보를 양보하여 정의구현사제단의 주장이 교회적인 시선으로는 옳다 하더라도 신앙을 공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신앙의 고유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가 권력이 교회의 고유한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되듯이 교회가 국가의 공권력에 간섭하는 것도 옳지 않다. 물론 광범위한 납치와 유괴 등 정치권력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심대한 침해가 발생하였을 때에 교회가 정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타당하다.

2012년 대선 이후 안기부 직원의 100여건의 정치적 댓글을 구실삼아 전국을 돌면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국미사를 드렸던 정의구현사제단이 1억 건의 댓글 조작사건을 일으킨 드루킹사건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가? 그들의 정의는 김정은과 북한을 편드는 자기편에는 해당되지 않고 인류 보편의 인권을 위해서 북한을 압박하며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는 정부의 작은 실수에만 해당되는 것인가?

김원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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