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표...장관직이 '선거용 경력쌓기 자리'인가?
AI 발생,한미 FTA 등 농정 현안 산적한 가운데 퇴진

김영록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취임 8개월 만에 사표를 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14일 사표를 냈다. 지난해 7월 장관에 취임한 뒤 불과 8개월 만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쌀 시장 개방 논의 등 산적한 현안이 있는 농식품부 장관이 취임 1년도 안돼 선거출마를 위해 물러남으로써 '선거용 경력쌓기 장관직이었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은 14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6월13일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오늘 아침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어제(13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뵙고 사직서 제출에 대한 허가도 받았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입후보하려면 선거일 90일 전까지 직을 그만둬야 한다. 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전라남도 도지사 경선에 나서기 위해 사퇴시한(15일)을 하루 앞두고 농식품부 장관직을 내려놨다.

올해 63세인 김 장관은 전남 완도 출신으로 광주일고와 건국대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1회에 합격한 뒤 전라남도 자치행정국장과 행정부지사를 거쳐 18대와 19회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나 2016년 20대 총선에서 낙선했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작년 7월 농식품부 장관에 임명됐다. 그는 '묻지마 코드 인사'와 '호남 편중인사'가 두드러졌던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 인선에서 그나마 전문성을 인정받은 몇 안 되는 각료 중 한 명이었다.

김 장관의 사퇴로 당분간 김현수 농식품부 차관이 장관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후임 농식품부 장관으로는 전남지사 불출마를 선언한 전남 담양 출신의 이개호 민주당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업 관련 현안이 적지않은 현실에서 김 장관이 장관에 취임한지 불과 8개월만에 선거 출마를 위해 물러남으로써 김 장관은 물론 그를 장관에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도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 AI가 충청북도 음성에서 다시 발생하기 시작했고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의 한미FTA 개정협상을 앞두고 각종 논의와 의사결정도 필요한 시점이다.이 필요한 순간에 김 장관이 사표를 낸 것을 두고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충북 음성 육용 오리 폐사체에서 고병원성 AI인 H5형 항원이 검출돼 AI의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또 한미 FTA 개정협상과 관련해 미국이 농축산업 추가 개방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농업부문 위생·검역조치(SPS)가 주요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고 미국은 SPS 완화를 우리 측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김 장관을 농식품부 장관에 내정하면서 "18, 19대 국회에서 6년 동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농식품부의 조직과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각종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적합한 인재"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장관이 물러나고 새로 장관이 내정되면 청문회 준비 등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후임 장관에 행정을 제대로 모르는 인사가 기용될 경우 그 후유증은 훨씬 커진다.

공직사회에서는 행정경험이 없는 정치인이나 교수 출신이 장관으로 오면 조직과 업무의 기초를 파악하는데만도 최소 6개월이 필요하고 부처의 일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1년은 걸리다는 말이 정설(定說)로 돼 있다. 청와대와의 교감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김 장관의 '선거출마용 장관직 퇴진'은 현 정권이 얼마나 행정을 우습게 보고 있는지를 입증하는 하나의 사례라는 볼 수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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