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위시대 : 정부 공백기, 특히 군주제 국가에서의 일시적 군주 부재기를 이르는 말
안토니오 그람시, "낡은 것이 사라져 가지만 새로운 것이 태어나지 못하는 위기의 시대"
김정은의 김여정에 대한 권력이양으로 찾아온 북한의 '공위시대'
보수인척, 진보인척 하던 가짜들이 몰락하지만 진짜가 태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공위시대'

최대현 편집제작 부장, 앵커
최대현 편집제작 부장, 앵커

왕이 후계자를 미처 지명하지 못한 채 사망하거나 유고 상황이 발생할 경우, 차기 권력자가 등장할 때 까지의 공백기를 말한다. 하지만, 현대 정치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것이 공위시대이며, 벨기에에서는 500일이 넘게 정부의 수반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벨기에는 총선에서 과반을 달성한 정당이 없는경우 종종 공위시기를 맞지만, 그래도 잘 짜여진 행정시스템 덕에 아무문제 없이 국가를 유지할 수 있다)

한편 좌파들의 투쟁전략인 진지전을 제시해 유명한 안토니오 그람시는 공위시대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놨는데, 바로 "낡은 것들이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이 태어나지 못하는 위기의 시대"라는 설명이다.

북한 김정은의 김여정에 대한 권력이양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미 올해 초에 김여정에게 실권이 넘어 갔다는 둥...
대북제재로 돈줄이 마른 김정은이 스트레스로 업무마비가 왔다는 둥...
북한 노동당 중앙상무위가 김정은의 권력을 축소하고 집단지도체제에 들어갔다는 둥...
박지원이 국정원장이 되자마자 내놓은 북한의 권력변화에 대해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것은 아니냐는 기대감 까지 더해지면서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했을 때도 김정은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기 까지는 쉽지 않았기에(고모부 장성택을 죽이고, 이복형 김정남을 독살하고 김정은의 삶도 피곤해 보인다) 김정은의 통치력에 문제가 생격 북괴 정권에 공백이 생긴다면, 그 공백이 다음 후계자로 넘어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역사적으로도 스탈린 사망이후 흐루시초프가 권력을 잡기까지 소련에는 6개월간의 공위시기가 있었고, 중공은 모택동 사망이후 문화혁명으로 실각했던 등소평이 권력을 잡기까지는 2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독재자의 몰락 이후에 다음 독재자가 나오기 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고, 극도의 혼란을 겪기도 한다.

어쩌면 지금 북한은 그람시의 말처럼, 낡은 권력이 사망했는데, 새로운 권력이 태어나지 못하는 '공위시대'에 진입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떤가?

대한민국은 보수와 진보 이념이 낡은 가치로 몰락해 가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수인척 하는 진보인척 하는 가짜들이 몰락하고 있다.
말로는 평등과 공정, 정의를 떠들던 세력들은 사실 위선 덩어리들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고, 보수당이라고 보수의 맏형이라고 여겨졌던 정당에서는 보수와 자유, 공화라는 단어가 사라져 버렸다.
가짜들이 몰락하고 있지만, 진짜는 아직 태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진즉 사라져 버렸어야 할 낡은 정치인들이 악취가 가득한 구역질 나는야합속에 부활에 부활을 거듭하며, 이제는 더 이상 뺄 국물도 없어 투명한 곰탕이 되버린 자들이 그래도 끊임없이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는 기업가들을 겁박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위기다. 그람시의 말처럼 진짜 위기다.
낡은 것들이 사라져 가지만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는다.

대한제국이 멸망할 때, 한성감옥에선 대한민국을 건국할 이승만이 만들어지고 있었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가짜들이 사라진 자리를 매꿀 진짜는 만들어지고 있는 것인가?

남한이나 북한이나, 모두 '공위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할 시대의 주인공을 간절히 기다린다.

최대현 부장 dawit7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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