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 분석하기보다 선악으로 모든 것을 재단...'거악'이라는 투기세력 탄생시켜
'투기 세력이 부동산 값을 끌어 올렸다'는 명제는 인과관계의 도치에 불과
"영끌 안타깝다"는 김현미 장관...부동산은 팔기만 하고 사지 말라는 얘기인가?
'부동산 감독기구' 출범하면 부동산 거래 자체 억압하는 '빅 브라더'화 우려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실패요인을 구조적으로 배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좌파특유의 2분법에 기초한 ‘선악(善惡) 구도’가 그 것이다. 적폐청산도 같은 맥락이다. 구체적 논거는 필요 없다. 이것만 해결되면 모든 것이 풀리는 것으로 믿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현상을 면밀히 분석하기보다 ‘미리 입력된’ 정책 DNA에 따라 현실을 재단하고 행동했다. 문재인 정부가 첫 행선지로 ‘인천공항공사’를 선정한 것은 비정규직을 일종의 ‘악(惡)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법인세율 인상’은 전임 정부의 법인세 인하를 정의에 반하는 ‘부자감세’로 인식해서이다. 최저임금을 올린 것은 ‘사(使)측의 착취’로 최저임금이 생존임금 이하에서 결정됐다고 판단해서다. 부동산가격 급등도 사악한 ‘투기세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조적 거악(巨惡)이 해소되면 모든 것이 풀릴 것으로 기대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처참하리만큼 사전적 기대와 반대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O 문재인 정부의 치명적 인식오류

그림에서 보듯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르지는 않았다.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은 서울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김대중 정부 하에서도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 크게 올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 값은 다시 한 번 ‘퀀텀 점프’ 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중위값’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6억600만 원에서 올해 6월 9억2600만 원으로 52.7% 급등 했다.

문재인 정권은 ‘부동산 투기 세력이 부동산 값을 끌어 올렸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인과관계의 도치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 투기세력 때문에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부동산 정책이 실패해 투기세력이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투기 세력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부동한 가격이 안정된 시기에 그들은 어디엔가 숨어있어야 한다. 개인은 경제 환경 하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합목적적인 의사결정을 할 뿐이다. 의사결정이 담합일 수 없고 또 단체 행동일 수 없다. ‘개개인이 서로를 조직해 투기 세력을 형성했다’고 믿는다면 이는 너무 나간 것(over)이다. 문재인 정부는 존재하지 않는 부동산 투기세력이라는 허수아비를 공격하면서 정책역량을 소진했다.

O ‘어둠의 세력’이라는 극언

8. 25 개최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는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에 대한 시각이 어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최근 부동산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언론의 탈을 쓴 어둠의 세력’이라고 극언했다. 그가 언급한 부동산 관련 보도는 “서울 집 값이 10억원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기자가 취재 했다기보다 ‘뒤에 세력’이 있을 거라고 했다. 그는 “허위 기사나 거짓 정보로 시장을 교란하는 데 대해 강력한 기구를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가 말한 강력한 기구는 ‘부동산감독기구’이다.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을 유도하는 마중물 발언을 한 것이다. 시쳇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소병훈 의원이 겨냥한 기사를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114’는 7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가격(중위값 아님)이 10억509만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0억원을 넘겼다고 8.12일 발표했다. 산정근거로 7월 실제로 이뤄진 매매와 회원 중개업소를 통해 받은 적정 시세, 자체 조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유일하게 20억원을 넘었다고 했다. ‘부동산 114’가 발표한 자료는 <그림-1>에 나타난 ‘올해 6월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9억2600만원이라는 보도’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위값보다 평균값이 높다. 예를 들어 3명의 키를 잴 때, 두 번째 키 큰 사람의 키가 중위값이고 3사람 키를 더해 3으로 나눈 것이 평균값이다.

여기에 “무슨 어둠의 세력이 있는지”를 거꾸로 묻고 싶다. 어둠의 세력에 대한 근거를 대지 못하면 문제를 제기한 쪽이 어둠의 세력인 것이다.

O 김현미 장관의 이해 못할 발언

같은 날 국회 위원회에서 김현미 장관은 부동산정책으로 “법인과 다주택자 등이 보유한 주택 매물이 많이 거래 됐는데 이 물건을 30대가 영끌로 받아주는 양상”이라 안타깝다고 했다. 영끌은 ‘영혼을 끌어모을 만큼’ 절박하다는 신조어다.

김현미 장관의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녀는 다주택자에 대해 가혹하리 만큼 중과세해 주택 매도를 유도한 장본인이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은 것을 힐난해서는 안 된다. 영끌로 받아주는 양상이 안타깝다는 것은 ‘팔기만 하고 사지 말라’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다주택자의 매물은 ‘악마의 매물’이란 얘기인가.

김현미 장관은 “부동산정책 효과가 8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부동산 가격을 다 올려놓고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부동산 가격은 무한정 올라갈 수 없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조짐을 보였다면 시장참가자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더 이상 부동산 가격을 지탱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이 가격에서 부동산을 사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확산된 결과이다. 이것을 그녀는 ‘정책효과’로 해석했다. 부동산 고공행진을 미리 막았어야 ‘정책효과’ 운운할 수 있는 것이다.

김현미 장관은 소병훈의원의 대응기구 주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하지만 부동산 감독기구가 없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서 가칭 ‘부동산감독원’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금융산업은 신용창조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가’를 요한다. 금융기관이 도산하면 예금자와 금융기관의 주주는 선의의 피해를 보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엄격한 인가제로 운영되며 사후적으로 공적 기구로부터 감독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금융감독원이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는 사인(私人) 간의 사적(私的)거래이다. 부동산을 잘못 사면 산 사람이 피해를 본다. 금융기관 같이 연쇄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는 ‘부동산의 과도한 증권화’가 초래한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소유한 부동산을 모체로 파생상품을 발행하지도 않는다. 층위가 다른 문제이다.

김현미 장관은 현재의 ‘부동산 대응반’으로 ‘왜 충분하지 않은 가’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대책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럼 대응반으로 충분하지 않은 가? 그녀는 우리나라는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0%를 넘는 만큼 ‘국민 자산을 지키기 위해’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녀의 발언을 곱씹어 보면, 국민자산을 지키려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안 된다. ‘부동산가격 고공행진’이 필요하다. 부동산 가격 급등을 경계하고 하락을 유도하면서 한편으론 국민자산을 지켜주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자산을 지키는 것과 무관하게 시장교란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시장교란행위는 일종의 범죄이며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범죄행위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감독기구가 출범하면 조직의 생리상 시장 모니터링을 넘어서 부동산 거래 자체를 억압하는 ‘빅 브라더’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부동산 시세와 관련된 글을 쓰거나 유튜브 방송’을 하면 ‘시장 교란세력’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무릇 모든 자산 시장은 정보가 흘러야 활성화된다. 유망주식을 설명하면 괜찮고 유망부동산을 설명하면 안된다면, 그 자체가 코메디이다. 부동산 시장을 통제하면 실수요자의 어려움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O 에필로그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인 2017년 6·19 대책을 시작으로 최근 7·10 대책까지 지난 3년간 무려 22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 신기하기조차 하다. 이쯤 되면 그간 부동산 정책을 원점에서 그 타당성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감독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가칭 부동산감독원으로 대미를 장식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정책오만이다.

“개발이익과 양도차익을 국가가 가져가면 투기가 없어질 것이라는 믿음”은 국토부가 빠진 ‘무오류의 함정’인 것이다. 투기와 투자는 별개의 개념일 수 없다. 개발이익과 양도차익을 국가가 100% 환수하면 더 이상 경제행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 실패요인을 직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시중 유동성이 이미 3000조 원을 넘어섰다”며 “정부는 넘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 같은 비생산적 부분이 아니라, 건전하고 생산적인 투자에 유입될 수 있도록 모든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유동성을 과잉 공급한 것도 그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게 한 것도 문재인 정부다. 한국은 경기진작을 명분으로 2017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미국보다도 낮은 기준금리를 적용했다. 그만큼 유동성이 많이 풀린 것이다. 한편 ‘친(親)노조-반(反)기업-반(反)시장’ 정책으로 유동성이 실물로 흘러가는 것을 막았다. 저금리로 풀린 자금에 대한 대체투자 수단이 마땅치 않자 부동산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더욱 많은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실패의 원인은 부동산정책을 편 것이 아니라 ‘오기의 부동산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급등은 부동산 시장이 작용한 결과이다. 민심 이반을 돌리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투기꾼을 ‘공공의 적’으로 삼은 것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고 광역교통망 확충을 통해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 무릇 모든 거래는 촉진되어야 한다. 부동산 거래를 감독하겠다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 아닐 수 없다.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 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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