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은 개인 방송을 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차라리 성인용품을 팔던 '남녀불꽃노동당' 시절은 어떤가? 사회 구성원에게 '향정신성 방송'을 난사(亂射)하는 지금의 김어준보다 국민의 발랄한 성생활에 이바지했던 그때의 김어준이 더욱 건강한 사람이 아니겠나.

나연준 객원 칼럼니스트
나연준 객원 칼럼니스트

김어준은 악명 높은 방송인이다. 언론과 인터넷상에서 누리꾼들이 그를 부르는 여러 화려한 별칭들이 있다. 그는 '음모론자', '무당', '사이비교주', '피리부는 사나이', '냄새맡는 자' 등으로 불리고 있으며, 도쿄 시내 지하철 역사에 사린가스를 살포해 14명을 사망케 하고 6000명이 넘는 이들을 다치게 한 일본의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나 제정(帝政) 러시아 말기의 요승(妖僧) 라스푸틴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같은 악명에 걸맞게 방송인 김어준은 트러블메이커(매번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이다. 그는 황우석 사태 당시 황 박사에 대한 옹호론을 펼쳤는가 하면, 곽노현 전(前) 서울특별시교육감 선거비리 사건에서도 곽 전 교육감을 옹호했고, 지난 2012년 당시 민주당 소속 김용민의 망언도 옹호했다. 그는 정봉주 전 의원의 소위 ‘키스 미수(未遂) 사건’과 관련해서도 구설에 올랐고, 소위 'K값 부정선거 음모론'을 유포하는가 하면 세월호 음모론을 퍼뜨리는 것도 모자라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조국·윤미향·추미애에 대한 일방적 편들기, '대구(大邱)코로나' 등 지역 혐오성 발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호소인 이용수 기자회견문 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된 일부 보수 단체 집회에 대한 모욕성 발언을 내뱉기도 하는 등, 김어준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방송인도 사람인지라 실수할 수 있다. 부끄럽지만 틀린 사실을 '팩트'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지금 김어준의 실수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일으킨 수많은 '사고'에는 일관된 특징이 있다. 실수가 아니라 습성이다.

우선 황우석 사태 당시인 지난 2006년 2월23일 〈황우석 보도 유감〉이라는 제목으로 '딴지일보'에 실린 김어준의 글을 보자.

"황우석이 외친 국인이 과거 위정나나 자본가들의 허구와 어찌 그리 손쉽게 등가인가. (중략) 그 진정성을 왜 인정해줄 수 없는가. (중략) 정치(精緻·정밀하고 치밀함)하지 못한 대중언어와 세련되지 못한 대중 액션을 오로지 파쇼의 그것으로 해석하고 말아버리는 나태와 오만 (중략) 내가 범(汎) '우리편'이라 굳건히 믿는 한겨레·오마이·프레시안의 늙은 진보가 슬프다."

이슈를 다루는 김어준의 수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실'보다 '진정성'이 우월하다. 사실판단이 가치판단에 선행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판단 이후 사실판단으로 들어간다. 이제 사실은 당파적으로 가공된다.

둘째, '전문가의 견해'보다 '대중 정서'를 우선시 하는 '반(反)엘리트주의'다.

셋째, 어떤 사건이든 '우리 편'을 옹호해야 한다는 '진영의식'이다.

앞서 지적한 김어준의 '트러블'은 이런 수법으로 각종 이슈에 접근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동시에 이것은 김어준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했다. 대중은 '내 편'을 들어주고 '내 기분'을 맞춰주는 스피커를 원했다. 대중의 미성숙한 의식이야말로 김어준을 띄운 동력이다. 김어준은 사회를 타락시키는 존재이자 그 타락의 결과물인 것이다.

김어준은 대중을 다룰 줄 안다. 대표적으로 음모론이다. 음모론은 복잡다양한 세계를 '선'과 '악'으로 갈라버리고, 자신에게 불편한 사실을 '악의 음모'로 치부해 버린다. 세계를 인식과 실천의 대상이 아닌 환각의 소재로 전락시킨다. 한편 진영논리는 음모론과 짝을 이룬다. '나'와 '우리 편'이 어떤 '악의 무리'로부터 상시적 공격을 받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야 음모론이 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대깨문'이라 불리는 집단이 김어준에게 몰입하는 이유는, 그를 숭배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를 매개로 해서 자신을 숭배하기 위함이다. 김어준을 통해 이들은 나와 우리 편은 언제나 옳고, 혹시 잘못이 있어도 지극히 가벼운 것이라는 자기인식을 유지할 수 있다.

'대깨문'의 입장에서 김어준이 조탁해 준 음모론은 왜곡된 거울과 같다. 왜곡된 거울에 비친 이상적 자아에 도취되고 깨어나지 않기 위해 거울을 놓지 않는다. 환각을 유지하기 위해 중독되는 것이다. 환각과 중독, 이들에게 김어준은 향정신성 약물과 다름없다.

'대깨문'들은 개혁·정의·공정·민주주의를 소리 높여 외치지만, 사실은 이러한 가치가 아닌, 가치를 떠드는 자신을 사랑한다. 그리고 자신의 환각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 '검찰개혁'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법치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 수 있다. 자기 편을 향한 비판에 대해 좌표를 설정하고 소위 '양념'(집단 괴롭힘)을 함으로써 집단에 속해있다는 야릇한 권능에 취한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사회를 파괴하면서까지 이상적 자아의 환각에서 깨지 않으려 한다. 이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극단적 '에고이스트'(egoist)일 뿐이다.

김어준.(사진=연합뉴스)
김어준.(사진=연합뉴스)

속된 표현을 빌리자면 김어준은 약을 잘 팔았다. 미성숙한 대중이 알량한 에고이즘을 충족하려 행위를 위대한 사회적 실천인 양 번역해주었다. 나아가 김어준은 성공을 넘어 시대의 전형이 되었다. 나꼼수 이후 그의 아류들이 번성했고, 몇몇은 지상파와 종편으로 서식지를 넓혀 갔다.

김어준과 그 아류가 승승장구하면 할수록 언론은 망가져갔다. 황우석 사태 때만 해도 진실이 밝혀지자 언론은 제자리를 찾았다. 반면 지금 언론은 사실에 맞서고 권력을 향해 치어리딩 중이다. 정치평론가는 물론, 전문가마저 우리 편이냐 혹은 아니냐로 가치가 정해지는 것은 물론 밥줄까지 왔다 갔다 한다. 김어준은 이명박 정부를 '밥줄 공안정국'라고 비꼬았는데, 정작 그러한 시대를 잉태한 일등공신은 김어준 본인이다.

정치인, 언론인, 전문가 입장에서 그의 방송출연은 소위 뜨는 계기다. 오죽하면 김어준의 팟케스트 프로그램 '뉴스공장' 출연을 두고 "세례받는다"고까지 표현하겠나. 심지어 여권(與圈) 대선 후보급 정치인마저 그의 방송을 기웃거린다. 일개 방송인이 여권의 교황이 되었다. '뉴스공장'은 어용방송이 아니다. 오히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김어준을 모시는 어용기관으로 전락했다.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이다.

이제 광기의 시대를 멈춰야 한다. 보수정당의 구성원, 양심적 전문가부터 김어준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보이콧'해야 한다.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자면 김어준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이는 김어준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에 사용당하는 소모품일 뿐이다. 어째서 광기의 거름이 되려고 하는가? 최근 국민의힘 김근식 송파병 지역구 당협위원장이 교통방송(TBS) 폐지를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슈로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시민 세금으로 '향정신성 방송'을 제작할 이유가 없다.

김어준은 개인 방송을 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사적 공간에서 지구평면설을 퍼뜨리던 초(超)고대 외계문명설을 떠들든 말든 그것은 본인의 자유다. 김어준 표현대로 "쓰레기의 표현의 자유"도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성인용품을 팔던 '남녀불꽃노동당' 시절은 어떤가? 사회 구성원에게 '향정신성 방송'을 난사(亂射)하는 지금의 김어준보다 국민의 발랄한 성생활에 이바지했던 그때의 김어준이 더욱 건강한 사람이 아니겠나.

나연준 객원 칼럼니스트(제3의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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