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5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문재인은 소비를 통해 성장한다는 ‘소득주도 성장’을 자신의 경제 정책이라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예산을 설명하면서 투자 보다는 복지라는 ‘사람중심 경제’를 들고 나왔다. 과거 자신의 정치 슬로건이었던 ‘사람이 먼저’가 떠오른다. 

박근혜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탄핵하면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은 추운 겨울에도 광화문 광장에 나와 기꺼이 촛불을 들었던 청년에게 일자리를 약속했다. 

지난 8개월간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등이었고 이는 모두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었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 현실성 없었다 

노동시간 단축은 일자리 확대 정책이다. 하루 10시간 일하던 근로자가 5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5시간을 다른 근로자가 할 수 있도록 남겨둬야 한다는 정책이다.

10시간 노동해 100만원을 벌던 이 근로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5시간만 일하게 돼 50만원을 벌게 됐다. 노동자를 가난하게 만드는 경제 정책은 문재인 정부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정부가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근로자였지 정부가 아니었다. 1982년 국내 연평균 노동시간은 2915시간이었다. 2015년에는 2100시간으로 줄었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이유는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 노동 숙련도 상승 등에 따라 같은 결과물을 더 빠른 시간에 마감하게 되면서 노동시간을 스스로 줄여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일자리 질 높이기 정책이지만 대한민국 고용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 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다. 2016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중 72.2%가 근로자 29인 이하의 영세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영세기업의 고용주에게 가장 큰 부담을 준다. 정규직 고용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고용을 축소할 가능성도 짙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일자리 질을 높이려다 양을 줄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정부는 비정규직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차별이라는 단어는 사용이 용례는 틀렸다. 비정규직의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정규직과 임금의 격차가 존재할 뿐이다. 사용자와 근로자는 쌍방의 계약으로 자유롭게 거래하기에 애당초 비정규직의 차별은 성립될 수 없다. 

임금격차는 고용주의 선택에 따른 결과다. 업무에 더 적합한 능력을 지닌 사람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고 때로 이들을 정규직으로 능력이 부족하지만 도움이 되는 친구를 적은 임금으로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채용한다. 이 둘의 격차를 해소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자리 확대에 싸늘한 기업… “공무원 늘리면 재정위기”

문재인 정부의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두 번이나 기업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일자리의 양과 질을 업그레이드하는 정책에 협조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기업들은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민간이 어려우면 공공부문에서라도 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에서 약속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오랜 제자리걸음 끝에 간신히 시작되고 있다.

공공부문은 국가의 부를 생산하는 영역이 아니라 소비하는 곳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고용의 효과는 임시적인 실업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문 대통령은 올해 일자리 만들기에 19조원 이상을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보다 2조원 증액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에 사용된 비용은 매년 늘어나기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공무원, 공공기관 인력 증원은 재정 악화의 요인이 된다”며 “現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이 계속되면 2035년 전후에 재정 위기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입확충과 세출절감을 통해서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재정수입이 5.5%, 재정지출이 5.8%로 지출이 수입을 앞설 전망이다. 국가채무는 2018년 709조원에서 2021년 835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재정 확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를 인상했다. 3000억 원 이상 수익을 내는 기업에게 기존 22%에서 25%로 3%p 오른 법인세율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경쟁사들에 비해 높은 법인세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산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화학의 유효법인세율은 해외 경쟁기업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유효법인세율을 분석하면 삼성전자(20.1%)는 애플(17.2%)에 비해 높은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었고 LG화학(25.1%)은 업계 1위인 미국의 다우케미칼(24.7%), 2위인 독일의 바스프(21.5%)에 비해서도 높은 법인세를 정부에 내고 있었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공무원이나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기업이 혁신을 도와주는 규제 완화가 진정한 일자리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린다고 해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고 경제를 끌고 가는 견인차는 역시 기업이다“라며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 거의 유일한 경제성장의 방법이고 정부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 완화 정도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로 ‘4차 산업혁명’ 앞서가던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서 ‘위기’ 

문 대통령은 지난 8개월을 추운 겨울 촛불 하나로 버틴 청년에게 약속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집중했다. 그 사이에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는 주춤했다. 지난해 10월에서야 정부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6월 문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출범한 일자리위원회와 비교된다. 

지난해 대한민국 경제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성장했다. 반도체 수요는 세계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늘어나고 있고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생산설비 증설에 지난해 40조원을 투자하며 세계 경제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생산설비를 15.9% 증설한 유일한 산업분야다. 같은 기간 두 번째로 많이 증설한 산업계인 정유업계가 3.8%, 세 번째로 많이 설비투자를 진행한 화학업계가 2.2%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한민국 경제가 글로벌 4차 산업혁명과 국내 반도체 업계의 덕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가 주도하고 있는 최근의 세계경제는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산업들의 성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는 전기를 사용하는 사물이 정보처리 및 통신 기능을 갖출 수 있게 만드는 핵심 부품이다. 반도체가 견인하는 4차 산업혁명은 모든 전자제품이 정보처리 능력과 통신 기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를 휩쓴 4차 산업혁명은 지난해 최고조에 달했다. 글로벌 반도체 설비증설은 20%를 넘어섰다. 우리 반도체 산업 역시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올해도 반도체 시장은 상반기까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반도체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설비에 투자를 늘려온 중국기업이 국내 기업의 수익성을 하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 반도체 업계의 유일한 고민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글로벌 4차 산업혁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이해한다면 국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반도체와 더불어 또 다른 축을 지탱하고 있는 전력 생산에 대해서도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내를 대표하는 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을 정치적 목적으로 구속해두고 있고 저렴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과 석탄 화력 발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前 대통령의 정치적 탄핵 사건의 희생양으로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국내 산업계에서 가장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 관한 각종 경영판단을 내려야 할 이 부회장을 후진적 정치의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결코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 4차 산업혁명에서 성공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에서 늘어날 전기 사용량을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역시 문재인 정부의 약점이다. 원자력과 석탄 화력 발전을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대체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수장의 판단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대한민국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의 영구 정지를 선언하며 탈핵과 신재생에너지라는 새로운 국가 에너지 정책을 발표했다. 이 역시 에너지업계의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을 바탕에 두고 있다. 

전체 전력 생산의 30%를 책임지고 있는 원자력 발전을 지양하고 1%에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을 권장하겠다는 것은 높은 전기 생산비용을 유발해 4차 산업혁명을 위축시킨다. 4차 산업혁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반도체는 물론 이를 품은 기계와 디지털 신호를 운반하는 전기가 활발히 생산돼야 한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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