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커밍아웃’ 전체검사 10% 넘은 230명 넘은 뒤 ‘주춤’
판사들 5차례의 사법파동으로 사법부 독립 수호
검찰청은 행정부 조직, 검사는 대통령과 ‘특별 권력관계’에서 오는 근본적 한계
양명(揚名),출세의식 있는 사람이 검사선택, 복종에 익숙한 조직문화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뿌리깊은 ‘적개심’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8개월 만에 전국 검찰청 순회 간담회를 재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0.10.29/연합뉴스

청와대와 여권, 특히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발발한 검사들의 ‘커밍아읏 파동’의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2일 검찰 안팎,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한 검사들의 “나도 커밍아웃한다”는 지지선언은 31일까지 전체검사의 10%를 살짝 넘은 230명을 넘었지만 급격한 진정세에 들어섰다.

‘검사 커밍아웃’ 전체검사 10% 넘은 230명 넘은 뒤 ‘주춤’

앞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지난달 28일 이프로스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 검사는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며 “먼 훗날 부당한 권력이 검찰장악을 시도하며 2020년 법무장관이 행했던 그 많은 선례들을 교묘히 들먹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추 장관을 대놓고 비난했다.

이에대해 추미애 장관과 조국 전 장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 검사를 비난하는 글을 게재하고, 지지자들의 공격을 유도하자 일선 검사들이 폭발했다. 검사들은 실명으로 추 장관의 인사권과 수사지휘권, 감찰권 등 ‘3권 남발’을 비판하며 ‘검란(檢亂)’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였다.

앞서 이환우 검사는 지난 28일 이프로스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먼 훗날 부당한 권력이 검찰 장악을 시도하면서 2020년 법무부 장관이 행했던 그 많은 선례들을 교묘히 들먹이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법적,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추 장관을 전격 비판했다.

그러자 추 장관은 다음날인 2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환우 검사를 거론하며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쓰면서 검찰의 비위 의혹을 다룬 기사를 공유했다. 이 기사에는 2017년 당시 이 검사가 다른 검사의 약점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남성을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의혹이 담겼다.

한편 추 장관이 글을 올리기 40분 전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공유, “추 장관을 공개 비판한 이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고 적은 상태였다.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좌표를 찍어 평검사 한 명을 협공하는 모양새에 일선 검사들의 격한 반발이 터져나왔다.

노무현 정부 때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국회의원의 사위인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29일 “저도 이환우 검사와 같은 생각이므로 저 역시 커밍아웃 한다”는 글을 이프로스에 올렸다. 최 검사는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의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아닌지 여쭤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이후 최 검사의 글에는 “나도 커밍아웃 하겠다” “치졸하고 무도하고 반민주적” “우리가 이환우, 최재만이다”라며 실명을 공개하고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판사들 5차례의 사법파동으로 사법부 독립 수호

지금까지 우리나라 판사들은 행동으로 사법부 독립을 지켜왔다. 사법역사상 무려 5차례의 사법파동이 있었다. 판사들은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될 때마다 집단사표를 내는 등 단체행동을 해왔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특히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의한 총체적인 검찰 압박에도 불구하고 사법파동과 같은 검사들의 집단사표와 같은 단체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판사들이 처음 들고 일어난 1차 사법파동은 1971년 반공법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등 검찰에 비협조적인 서울지방법원 이범렬 판사에 대해 사소한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발발했다.

삼권분립은 1,2공화국 때까지만 해도 비교적 잘 지켜졌지만 3공화국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정치,시국사건에 재판에 대한 외압이 극심해졌다. 이에 판사들은 1차 사법파동 이후 2009년 5차파동에 이르기까지 사법부 독립, 대법원장 임명, 재판제도 운영 등의 문제를 제기해 오늘날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사법부의 독립과 선진적인 운영체제를 성취했다. 물론 문재인정부 들어와 사법부의 독립이 다시 정권의 예속화로 회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사법부의 권위가 붕괴된 수준은 아니다.

검찰청은 행정부 조직, 검사는 대통령과 ‘특별 권력관’에서 오는 근본적 한계

검찰은 법원과 다른 궤적을 그려왔다.검찰은 수사의 독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준(準)사법부로 불린다. 하지만 검찰청은 법무부 산하 행정부 수반, 대통령의 산하에 있는 조직이기에 ‘특별권력관계’에 따라 대통령에게 충성해야 하는 행정체계 상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검사에 대한 인사권도 대통령이 갖고 있다. 또한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검찰총장 등 상급자가 검사를 지휘하기 때문에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재판하는” 판사와는 신분 자체가 다른 것이다.

과거,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년의 사법연수원 과정을 마치고 판사가 아닌 검사가 된 사람들은 검사의 이런 지위와 특성을 수용한 것이다. 아무래도 양명(揚名), 출세의식이 강한 사람들이 검사를 택했다. 전통적으로 상당수 초임검사의 꿈이 검찰총장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검찰조직에서는 뒷 기수가 앞 기수를 극단적으로 밀어내는 전통이 있다. 조직이 망가져도 나의 승진과 보직이 최우선인 것이다. 그 줄의 맨 앞이 낭떠러지고, 자신도 언젠가는 맨 앞에 서겠지만 계속해서 선배들을 밀어내는 것이다.

더불어 수사지휘, 결재라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외압을 외압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문화가 검찰조직의 저변을 지배하고 있다. 상관에게 고분고분하지 않고 특히 검사장이나 차장이 관심을 갖는 사건에 고집만 부릴 경우 추후 승진이나 보직 등 인사에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양명(揚名),출세의식 있는 사람이 검사선택, 복종에 익숙한 조직문화

또 하나, 검사들의 항명이나 집단행동을 막는 큰 족쇄 중 하나는 ‘검찰원죄론’이다. 문재인 정권에 불만, 항의 차원에서 사표를 던지고 떠나는 검찰 간부들이 아쉬움과 불만 가득한 소회를 밝히면서 빼놓지 않는 것이 바로 검찰원죄론이다.

지금 검찰이 겪는 시련은 과거 검찰이 올바로 처신하지 못한 원죄 때문에 생긴 뿌리 깊은 국민적 불신 때문이라는 것이다. 역대 정권은 코드에 맞는 검찰총장 임명과 인사권을 통해 검찰조직을 철저히 장악, 이용했다. 그 결과 ‘권력의 개’라는 치욕스러운 별명까지 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처럼, 검사들이 조직의 문제에 정면으로 맞닥뜨리지 않는 이유는 변호사라는 훨씬 나은 장래도 작용한다. 대부분의 현직 검사들은 자신의 승진이 완전히 끝났다고 판단되는 상황에 처하지 않는 한, 변호사가 되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호사 개업을 한 뒤, 후회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검사출신 전관 변호사의 수입은 현직 검사 월급의 수십배나 되기 때문이다. 검사로서 꿈을 접고, 검찰을 떠난 아쉬움을 가족들의 풍족한 생활로 달랠 수 있다.

검찰 간부가 최근 벌어지는 상황 같은 경우로 아쉽게 검찰을 떠나는 경우에도 저주나 악담을 퍼붓는 일은 거의 없다. 근본적으로 조직과 후배들을 위한 ‘예의’라는 측면과 더불어 향후 변호사로서 현직에 남아있는 후배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뿌리깊은 ‘적개심’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최근의 검찰사태는 조국 전 장관 수사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적개심’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등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수사, ‘논두렁시계’를 둘러싼 검찰의 여론공작을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지난달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때 벌어진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과의 부하인가 아닌가”하는 논쟁은 본질을 왜곡한 말장난 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는 검찰총장은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부하이기도 하지만,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간섭해서 안되는 영역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최근의 검찰문제는 통치권자인 대통령 및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장관의 사법부 및 준사법부 독립의지라는 양식(良識)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과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아들 등 친인척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도 대국적으로 수용하고 검찰의 결정을 존중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장관이 검찰을 야당이나 반대세력, 극복대상으로 보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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