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4일까지 국회案 발의시 6·13 지방선거때 투표 가능
3당 원내대표 27일 오후 4시 국회서 첫 협상…순탄치 않을듯
민주당 우원식 "촛불의 명령" 文 개헌안 관철 재차 시사
한국당 김성태 "협의체 합의 아냐, 여당案 내라" 장외투쟁 여지
바른미래당 김동철 "대통령-책임총리 분권과 인사권 제한을"
김동철, GM국조·특별감찰관법·방송법에 선거구제 개편도 요구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통령 헌법개정안 원격 전자결재 발의'를 계기로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국회 개헌안' 마련을 위한 4가지 쟁점 협상에 들어가기로 합의했지만, 서로 입장차를 좁혔다고 보기 어려운 파열음이 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27일부터 교섭단체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권력구조 개편, 선거제도 개편, 권력기관 개혁, 국민투표 시기 등 4가지 쟁점사항에 대해 논의하기로 지난 26일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개헌 시기와 내용 등을 놓고 '동상이몽'식 발언과 여론전이 계속되고 있어 합의 지속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이날 오후 4시 3당 원내대표는 국회 귀빈식당에 모여 첫 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파행 가능성이 거론된다.

26일 국회에 제출·공고된 대통령 개헌안이 현행 헌법의 '60일 이내'(제130조 1항) 기준을 충족하려면 5월24일까지 국회 표결을 거쳐야하고, 재적의원 3분의2 이상(현재 196석)이 찬성하면 이후 30일 내 국민투표(130조 2항)를 6·13 지방선거에 맞춰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발의된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에서 수정할 수 없다. 국회는 찬반 표결을 통해 개헌을 진행 또는 무산시키거나, 한편으로는 개헌안이 '20일 이상' 공고돼야 한다는 129조에 따라 5월4일까지 합의안을 도출해 국회안을 20일 후 국회 표결, 이후 30일 이내 국민투표에 부치게끔 할 수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개헌 협상 착수를 강조하면서도, 여당안(案)은 내놓지 않고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6·13 지방선거 동시 국민투표를 관철시키려는 행보에 나서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개헌 관련 입장문 언급을 그대로 옮겨 "이번 개헌을 통해 문 대통령이 얻을 정치적 이익은 단 한 개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직 지난 대선 모든 당 후보들이 공약한 6월 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나라다운 나라'(문 대통령 대선 구호)를 만들어야 한다는 '촛불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을 제외한 지금의 야당들이 지난해 5·9 대선을 앞두고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로의 권력구조 개편에만 잠정 합의, 대선-개헌 동시투표를 주장했다가 당시 121석인 민주당의 반대로 지방선거 동시투표로 미뤘다는 전후 사정은 빼 놓은 주장을 반복한 셈이다. 

나아가 이번 대통령 개헌안을 집권 명분인 '촛불'세력의 '명령'에 비유하면서 6월 국민투표를 관철할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야권의 권력구조 개편 개헌 요구를 민주당은 여전히 배척하고 있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는 "역대 대통령 개헌안 중 스스로 대통령 권한을 내려놓는 개헌안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통령 특별사면권 통제, 감사원 독립기구화, 헌법재판소장 임명권 삭제"를 거론하고 "국무총리의 책임성과 자율성을 강화해 대통령 없이도 행정각부를 통할할 권한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통령 개헌안을 '사회주의 체제변혁 관제개헌'으로 규정하고 저지 의사를 밝힌 한국당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위해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혼자 외치는 가련한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하루 전 협상 직후에는 기자들을 만나 원내대표간 개헌 협상 착수 자체로 한국당이 앞서 예고한 장외투쟁에 나설 명분이 없어졌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개헌 협상이 시작된 것은 결국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그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고도 했지만, '대통령안이 곧 여당안'이라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116석으로 개헌저지선을 이미 확보 중인 제1야당 한국당은 민주당과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6월 지방선거-개헌투표 동시실시 요구를 '곁다리 개헌'이라고 일축해온 가운데, 대통령 권력분산이 포함된 여당 개헌안이 테이블에 나와야만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7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교섭단체별로 원내대표-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 간사 2인이 참여하는 '협의체' 출범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우선 못박았다.

"3당 협의체가 (언론 표현대로) '전격 합의'를 했던 게 아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29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헌정특위라는 게 지금 가동되고 있다. 다만 교섭단체인 한국당·민주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들이 헌정특위 논의를 더욱 더 속도를 내면서 진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큰 가닥을 잡아주는 차원에서의 교섭단체 대표 회동과 협의를 해보자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협의체에 합의한 게 아니라는 것이냐'는 물음에도 "그렇다"고 확인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어제 우 원내대표에게 확인했다"며 "국민 개헌안을 만드려면 민주당 개헌안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들 민주당 개헌안은 없다고 한다. 대통령 개헌안 자체가 민주당이 앞으로 국회에서 한국당과 협상할 내용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을 통해 양보안이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국회에서 손을 댈 수가 없다. 국회에서 수정할 수 없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형식적인 개헌 논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그래서 문 대통령이 관제(官製)개헌안을 내면 국회 개헌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대통령 개헌안이 민주당에 가이드라인이 돼 버리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 폐단을 종식하고 승자독식의 절대적 권력을 분산시키는 분권 대통령-책임총리제 근간이 헌법적 뒷받침으로 국회에서 이뤄진다면 기존 한국당 입장에 절대 경도되지 않을 것"이라며 "(여야간) 정치적인 합의가 이뤄져야만 국민투표까지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외투쟁 이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의 사실상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연장시키고자 하는 관제개헌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국민적 여론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언론에는 장외투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그런 부분이 다각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국당은 홍지만 대변인이 '민주당은 대선공약집 24쪽 8장을 읽어보라'는 논평을 내 "8장에는 '기능을 다한 1987년 헌법. 새 시대의 헌법을 열겠습니다'라는 제목이 있고 가장 아래에는 '제왕적 대통령의 절대적 권한을 조정하고'라고 약속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 대변인은 "지금 청와대 거수기 노릇을 하면서 어떻게 어명인 문 대통령 개헌안을 손댈 수 있겠나.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이 눈을 부라릴텐데 감히. 그런데 그걸 민주당 안이라고 우기는 모습이 불쌍하고 측은하다"고 도발한 뒤 추미애 민주당 대표에게 "공약을 파기한 문 대통령에게 직언하라. 약속대로 집권여당 답게 제왕적 대통령의 절대적 권한을 조정한 개헌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은 6월 개헌투표 입장을 밝히면서도 내용에서는 한국당과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당의 관심 현안인 한국GM 국정조사와 특별감찰관제, 방송법 일괄타결을 수용할 것을 여당에 재차 요구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은 개헌과 더불어 시급한 민생·개혁입법 처리를 위해 GM 국정조사, 특별감찰관법, 방송법 규정 등 1+3 일괄타결을 제안한 바 있다"며 "3월 임시국회에서 개헌과 함께 3대 현안이 병행 처리되도록 민주당과 한국당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개헌 협상에 관해서는 "여야 모두 약속한 대로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을 배분하자는 것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은 내각제를 운운하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1인에 집중된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통령 권한은 책임총리제 등 실질적 분권으로 이양되고 특히 국민의 지지를 상실한 정권은 국회의 '불신임'에 의해 교체될 수 있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회가 총리 불신임권을 갖는 의원내각제적 요소 도입을 거듭 촉구한 셈이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또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을 제한해서 권력기관의 독립성, 중립성 확보를 통해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이 국정농단을 저지른 근본적 이유도 제왕적 대통령의 호가호위 하에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 인사권을 무기로 전횡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소수정당 입장에서 "국민의 대표성,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이 추진돼야 정치개혁이 완료된다"고 논의를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권력구조 개편과 각당 관심 현안이 판이해, 오는 5월4일까지 국회 개헌안 발의(재적의원 과반수 : 現 147석 이상 필요)를 위한 국회 합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현재 비교섭단체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개헌협상이 교섭단체간 진행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평화당과 정의당이 의석을 합친 20석으로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개헌 협의체를 교섭단체 원내대표 외에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 간사까지 참여하는 8인 협의체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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