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후 칼럼] 미국의 위기 그리고 건국의 아버지가 남긴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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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11.30 14:39:21
  • 최종수정 2020.11.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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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절차의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다. 국가가 행하는 모든 정책의 절차가 법에 부합하는지의 여부, 삼권분립은 제대로 지켜졌는지, 그리고 모든 법의 근간이 되는 헌법정신에 비춰 적합한지를 따져야 한다. 현재 미국 대선에 따른 법률공방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우한폐렴에 따른 국가의 규제 역시 헌법의 명제에 따라 주권자인 국민도 판단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 미국민들의 상식이다. 일견 극도로 혼란스러워 보이고 망해가는 초강대국으로 보이지만 "어려울때 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정신은 미국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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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부 조지 워싱턴이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쟁취하고 건국하는 과정은 지난(至難)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대통령 선거의 후유증으로 나라가 큰 분열에 처한 현재의 미국의 시대 상황은 조지 워싱턴 당대의 그것과 무척 닮았다. 미국을 지탱하는 것들이 바로 그의 건국정신이며 독립선언문, 권리장전과 같은 유산들이다. 특히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건너온 청교도 정신을 상징하는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다'(In God, We trust)라는 표어에 기초해 나라를 세운 조지 워싱턴의 정신은 현재의 미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며 미국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

1776년 7월4일 북아메리카 동부의 13개주 대표가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륙회의에서 독립선언문을 채택하긴 했지만 영국과의 전쟁은 계속됐다. 이듬해인 1777년 조지 워싱턴의 대륙군은 연전연패를 거듭하면서 필라델피아의 포지 계곡(Valley Forge)으로 후퇴해 혹독한 겨울을 나게 된다. 조지 워싱턴은 이때 종종 백마를 타고 진영을 벗어나 깊은 숲 속에서 오랫동안 기도를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조지 워싱턴이 눈발이 흩날리는 혹한의 숲 속에서 두 뺨에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인근 주민들이 감화돼 대륙군에 보리를 제공하고 종군(從軍)했다는 대목은 감동적이다. 워싱턴 장군이 이끄는 대륙군은 식량이 부족했고 같이 독립을 선언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영국 편으로 돌아섰지만 그는 포지 계곡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독립을 완수하게 된다. 워싱턴이 포지 계곡에서 기도할 적에 세 가지 환상을 봤다는 이야기가 요즘 유독 화제가 되고 있다. 워싱턴이 봤다는 환상은 그를 직접 목격한 노병이 1859년 웨슬리 브래드쇼(Wesley Bradshaw)라는 작가에게 구술했는데, 이는 나중에 정식으로 내셔널트리뷴에 활자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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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서 기도하는 조지 워싱턴 장군.(출처=인터넷 검색)

그가 전한 것은 천사가 조지 워싱턴을 공화국의 아들이라 부르며 계시를 내리고 미국 역사에 세 가지 위험이 닥칠 것이라는 신비한 이야기다.

첫 번째 위험은 영국이란 세계 최강의 제국과 싸운 독립전쟁이다. 천사가 하늘 위에 서서 양손에 바닷물을 적셔 각각 미주(美州)와 유럽에 뿌리는데 순식간에 구름이 일더니 서쪽으로 이동해 미국을 덮으면서 번뜩이는 섬광이 나타나며 미국민들의 신음과 울음소리라 들리더라는 것이다.

두 번째 위험은 남북전쟁으로 해석된다. 검은 그림자의 천사가 남부로 눈을 돌리자 아프리카 방향에서 불길해 보이는 유령이 우리의 땅으로 접근한다는 환상이다. 남부에 사는 이들은 전투대형으로 변해 서로 싸우게 된다는 내용이니 영락없는 남북전쟁이다. 그러나 이 천사는 결국 먹구름이 바다쪽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마을과 도시가 들어서리라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두 번째 비전에서는 밝게 빚나는 천사도 등장한다. 천사가 빛을 발해 그곳을 따라가보니 연합(union)이란 글자가 나타났고 천사가 미국 국기를 들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천사는 분열된 나라 사이에 깃발을 세우더니 “기억하라, 너희는 동포다”라고 선언하자 모두들 무기를 내려놓고 다시 화목하게 됐다는 환상이다.

워싱턴이 본 세 번째 위험은 가장 공포스러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모든 대륙에서 검은 먹구름이 일더니 하나로 합쳐지고 그 사이로 검붉은 색의 빛과 함께 무장한 군대가 보였다는 것이다. 이들 군대는 육로로 그리고 바다로 미국을 향해 건너오게 되며 미국전체가 암흑 속에 빠진다고 서술돼 있다. 이들 군대는 그동안 천사가 이룩해 놓은 마을과 도시를 포함한 미국 전체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수백만 명이 목숨을 건 전투에서 포성과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작렬하게 되는데 천사가 나팔(trumpet)을 입에 대니 오랫동안 공포스런 폭발이 일어난다는 환상이다. 미국의 정신적 유산을 소중히 생각하는 이들은 모든 나라가 연합해도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다'라는 표어에 기초한 공화국의 후손을 이기지는 못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미국의 국부들은 그보다 오래 전에 미국 역사의 흐름을 몇 수 앞서 예측하고 헌법을 제정했다. 수정헌법 2조는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전에 필수적이며 국민이 총으로 무장할 권리는 침해받지 아니한다. 자유로운 국민은 정부를 포함한 권력을 남용할 수 있는 주체로부터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무기와 탄약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의한 권력에 대항하는 국민의 저항권, 시민불복종의 권리를 천명한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대선에 따른 후유증과 함께 중국발(發) 우한폐렴을 구실로 한 극단적인 봉쇄(lockdown)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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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경영자 로비 디네로(Robby Dinero)는 뉴욕주가 주의 방역지침을 어겼다며 자신에게 발급한 1만5000달러의 벌금 통지서를 찢어버렸다.(출처=인터넷 검색)

지난 24일 미국 동부 뉴욕주(州) 버팔로에서는 보건담당자가 보안관 3명과 함께 로비 디네로(Robby Dinero)라는 이가 운영하는 체육관에 예고도 없이 들이닥쳤다. 10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 주(州) 방역지침을 어기고 체육관에 사람들이 회합을 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단속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디네로는 이에 강력히 항의하며 사유지에 영장도 없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이들을 내쫓았다. 그리고 폭스뉴스 생방송에 출연해 뉴욕주의 단속에 항의하면서 1만5000달러의 벌금 통지서를 공개적으로 찢었다. 디네로는 폭스뉴스에서 '정당한 절차'(due process of law) 없이 생명과 자유, 재산을 빼앗지 못한다는 미 수정헌법 14조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나며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누린다는 독립선언문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사유지에 들어오지 말라'(No Tresspasssing)는 팻말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는 수정헌법 14조에 따른 표현이다. 국가가 개인의 행동을 어디까지 속박할 수 있느냐는 현재 전세계적 화두다. 한국인으로서는 문화가 달라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은 스스로의 안전은 각자 자기가 알아서 지켜야 한다는 문화가 강하다. 이를테면 위험란 계곡이나 강에 한국같으면 '수영금지'(No Swimming)이라는 팻말을 세우지만 미국에서는 '수영에 수반되는 위험은 본인 몫'(Swim at your own risk)이라는 팻말을 세우는 것이 보통이다.

"민주주의는 '절차의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다. 국가가 행하는 모든 정책의 절차가 법에 부합하는지의 여부, 삼권분립은 제대로 지켜졌는지, 그리고 모든 법의 근간이 되는 헌법정신에 비춰 적합한지를 따져야 한다. 현재 미국 대선에 따른 법률공방도 이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우한폐렴에 따른 국가의 규제 역시 헌법의 명제에 따라 주권자인 국민도 판단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 미국민들의 상식이다. 일견 극도로 혼란스러워 보이고 망해가는 초강대국으로 보이지만 "어려울때 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정신은 미국의 저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 前 MB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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