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여직원 성추행 피소 유출'의 핵심 통로 역할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최초 유출자는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로 파악됐고,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 역시 남인순 의원실 근무 경력이 있어 모두 박 前 시장과 '한통속'이었음이 만천하에 까발려져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그 핵심에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있다. 펜앤드마이크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주요 인물과 그간의 행적을 통해 정치적 성격을 추적해 봤다.
우선 서울북부지검 형사제2부(임종필 부장)는 지난해 12월30일 박 前 시장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자 측 변호인이 지난해 7월7일 2시37분경 "박 시장에 대한 '미투 사건'을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고, 그날 오후 8시30분 경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통화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와 다음날 통화했고, 곧이어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통화했다.
'박원순 미투 사건'은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여당의 정보망에 포착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에 알린 이날 오전 곧장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전달됐고, 오후에는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박 시장과 관련해 불미스럽거나 안좋은 얘기가 도는 것 같다"고 박 시장과 독대했다는 것이다. 다음날인 9일 박 시장은 자신의 공관을 떠났고, 이날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결국 그는 최초 피해자 고소의지 표명 3일만 인 10일 새벽 사망한 채 발견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자 지난해 12월31일 "검찰 수사결과에 언급된 여성단체 대표는 우리 상임대표"라며 "책임을 통감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상임대표를 지냈던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박원순 시장을 둘러싸고서 왜 유출이 됐으며, 그 경위는 무엇인지, 왜 하필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이를 공개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유발되는 모양새다. 박원순 시장이 사망한 직후, 한국연성단체연합은 "피해자의 용기를 응원하며 그 길을 함께할 것"이라는 짧은 논평을 내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펜앤드마이크가 그 연결고리를 쫓아가 봤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시작은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시 위장 취업생의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이 단초가 됐는데, 그의 변호인 중 한 명이 바로 박원순 前 서울시장이었기 때문이다. 권력형 성범죄 사건이 단초가 돼 결성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후 박원순 변호사와 함께 '권력형 성범죄' 말고도 최근까지 '남북통일담론'에 대한 자취를 남기기도 했다.
지난 2019년 12월5일에는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재개 범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한 행사에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다음날인 6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교류협력 재개와 남북관계 정상화를 기원하는 행사"라고 소개했다. 이 자리에는 김홍걸 의원 당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도 참여했다. 김홍걸 당시 의장은 민주당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후 무소속으로 남은 상태다.
여기엔 남인순 민주당 의원도 족적을 남겼다. 남 의원은 '2002 남북여성통일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주제는 '6.15 공동선언 실천과 평화를 위한 남북여성통일대회'였는데, 2002년 10월15일부터 18일까지였고, '금강산 김정숙 휴양소 운동장'과 '금강산 여관'이 행사 장소였다.
남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이 참여하면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이 부각됐고, 지금의 여성가족부인 당시 여성부가 후원한다고 밝힌다. 물론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가족부 장관을 했던 정현백 장관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도 이날 행사토론회 발표자로 확인됐다.
'권력형 성범죄' 말고도 '남북통일'에 대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의 관심은 무려 30년 전부터 연결돼 있다. '통일에 대한 관심'인데, 지난해 10월4일 사망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초창기 회장 이효재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로 향한다. 그는 2017년 10월23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만나 "민주주의가 회복됐으니 통일에 힘써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
그의 행적을 통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정치적 성격도 확인된다. 이 교수는 과거 '임수경 양 평양축전 방북 사건' 이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임수경 양의 옥중 방북백서인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돌베개, 임수경 후원사업회'에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 명의로 영등포 교도소에 있던 문재인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 임종석 당시 전대협 의장과 함께 머릿말을 남겼다. 훗날 이 사건의 당사자인 임수경 양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펜앤드마이크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의 당시 머릿말 일체를 입수해 그 일부를 공개한다. 다음은 그 내용 일부이다.
▲ 통일염원 46년 6월 25일.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 이효재.
▲ "어머니, 하나된 조국에 살고 싶어요." 이것은 우리의 딸 수경이의 절규다. 아니, 그가 대표하는 우리 자녀들, 모든 젊은 세대의 절규이다.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어머니들에게 외치는 절규이다. 38선의 장벽처럼 굳어진 기성세대의 둔감한 민족적 양심을 불러일으키는 절규다.
▲ 수경이와 그 세대는 민족의 분노와 분단의 수치를 자신들의 것으로 통감하며 민족의 고뇌를 자신들의 고뇌로 삼아 아파한다. 그들은 핵전쟁기지로 위협받는 국토와 분단의식에 지배당한 병든 상태에 경종을 울리며 몸부림치며 동강난 국토를 하나되게 하기 위해 통일의 선봉대로 나선 것이다.
▲ 22살 어린 사이에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무서운 동토의 왕국'에서 개최하는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그는 "수많은 번민과 인간적인 고뇌를 거듭하면서 통일조국을 향한 확신···"으로 단신참가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는 조국과 민족 앞에 굳은 맹세를 했다. "분단된 조국의 청년학도로서 외세에 억압받는 이 땅의 자주와 독재자의 폭압에 신음하는 민주와 허리 잘려 고통받는 겨레의 하나됨을 위하여···민족의 제단 앞에" 그 몸을 바친다는 맹세였다. 그는 그것을 몸소 실천했다.
▲ 40여 년간의 보복과 대립, 증오와 불신에 쌓인 남북의 겨레가 한핏줄, 한 형제임을 확인하기 위해 평양으로 갔다.
▲ 미군에 의해 국토의 허리를 잘린 이 땅의 참주인임을 세계에 선언하며 평화적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젊은 세대의 결의를 천명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어왔다.
▲ 1989년 8월15일, 그 한여름날의 강렬한 햇빛 아래 민족의 원한이 사무친 군사분계선을 미군의 긴장된 감시망 속에서 문 신부와 함께 걸어서 넘어오는 평화스러운 모습을 잊을 수 없다.
▲ 그 살벌한 미군막사들 사이를 두 사람은 경쾌하게 걸어오는 모습이었다. 미군막사를 돌아가서 수경이는 몸을 뒤로 돌려 북쪽을 향해 두 손을 번쩍 들었으며 "민족 통일 만세"를 부르는 듯 했다.
▲ 냉전구조에 얽매인 분단을 넘어서는 승리의 몸짓이었다. 그 승리의 환희는 곧 국가보안법의 현실과 공안정국에 의해 왜곡되고 억압당하고 말았지만 수경이는 승리의 확신에 차 있다.
▲ 이 어린 딸과 그들의 젊은 세대들에게 내려지는 국가보안법의 형벌과 공안정국의 심판은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물려준 분단의 유산이며 분단조국의 철조망인 것이다.
▲ 수경이는 "하나된 조국의 딸"이 되고자 법정과 철창 속에서도 남북이 하나임을 외치며, 민족을 위한 어머니가 될 것을 모든 어머니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수경이는 이를 통해 이 땅의 여성들이 통일운동의 주체임을 천명하고 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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