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젠더폭력대책TF 위원장 남인순, 안희정에 가하던 잣대 어디 갔는가
혁명은 제 살을 파먹는다...여성단체 너무 잘 아는 박원순, 앞날이 뻔히 보였을 것
남인순은 여성연합 출신...이들의 NL 페미니즘 사조가 여성운동 좌우해
여성단체 출신 의원들의 성 윤리 이중잣대는 당파적 편향성과 정치적 탐욕의 결과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좌파 여성계의 성(性) 윤리 이중 잣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혐의는 사건 발생 5개월 만에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 됐다.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남인순 의원을 필두로 한 민주당의 여성 국회의원들과 여성단체 인사들이 박원순 사건을 대하는 이중적인 행태이다.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시장의 사건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피소 사실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시장의 피소 관련 유출 과정에 등장하는 여성계 인사들은 남인순 의원,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 김영순-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및 공동대표 등이다. 바로 이들 여성계 인사들이 박 전 시장과는 수십 년으로 이어진 남다른 동지적 관계였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 전 시장의 성추문에 경악했을 것이다. 이들은 마치 한 줄에 꿰어 있는 듯 피해자 측 변호인이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지원 요청을 하자마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영순 상임대표, 남인순 의원,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까지 재빠르게 피소 사실을 공유하였다.

중요한 점은 남 의원을 비롯한 여성계 인사들의 행태가 그토록 부르짖던 피해자 중심주의, 피해자 인권보호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 행위다. 특히 남 의원의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묵과하기 어렵다. 남 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박 시장의 피소 사실을 몰랐다. 추측성 보도를 삼가 달라"(2020.07.24)는 발언을 하였다. 그렇다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진 피소 유출 정황과 배치되는 거짓말을 한 셈이다.

더구나 남 의원은 민주당 젠더폭력대책TF(2017.09.27)를 출범시켜 위원장을 맡고 있지 않은가. 남 의원은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성폭행 사건 당시 안 전 지사에 대해 “형법과 성폭력특별법 등 관련법에 의한 엄중처벌을 촉구한다”며 성범죄 근절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외쳤던 인사다. 그랬던 남 의원이 박 전 시장 사건에 대해서는 이중적 잣대로 피해자 보호 조치는 외면한 꼴이다.

혁명은 제 살을 파먹는다.

박원순계로 불리는 남 의원, 정춘숙 의원은 박 전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후 마련된 빈소에 가장 먼저 도착하여 눈물을 흘렸다.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화꽃 사진을 올리며 “그저 눈물 뿐....... 박원순 시장님, 내 선배님, 명복을 빕니다”는 추모의 글로 애도했다. 민주당의 대표 페미니스트이자 수십 년 여성인권운동을 해왔던 공적을 발판삼아 의회에 진출한 두 여성의원의 이 같은 이중적인 행보는 무엇이란 말인가.

박 전 시장은 여성인권운동의 히어로다. 정 의원이 1992년 여성운동에 뛰어들기 전에 이미 박 전 시장은 여성단체의 상층부 인사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었다. 두 여성의원의 여성운동 이력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박 전 시장이다. 박 전 시장은 서울대조교성희롱사건(1993년)에서 승소하며 최초로 ‘성희롱’ 판결을 법률적으로 이끌어낸 중심인물이었다. 그랬던 박 전 시장이 이번에는 자신의 비서 성추행 혐의라는 미투 사건에 걸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8년 새해 벽두부터 터진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 광풍의 아이러니랄까. 미투 광풍은 박 전 시장까지 집어 삼켰다. 그가 목숨을 끊기 수 시간 전에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보낸 메시지,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에는 절망이 농축된 의미가 담겨있다. 국내 대표 남성 페미니스트로서 여성운동을 함께 걸어 온 박 전 시장이야말로 누구보다 여성단체의 속살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녀들의 정치투쟁 방식과 압력단체로서의 행보에 너무나도 익숙한 박 전 시장으로선 상상을 초월한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다. 프랑스 대혁명의 광기가 끝내 혁명세력의 제 살을 파먹었던 것처럼 미투 광풍은 여성운동의 영원한 동반자였던 박원순을 거꾸러뜨렸다.

남인순은 정계은퇴 해야 한다

시간을 앞으로 돌려보자. 남인순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 상임대표 출신이다. 여성연합은 1987년 진보여성단체들의 연합으로 창립하였다. 창립 초기 여성연합은 여성인권 3법이라 불리는 성폭력특별법,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방지법 제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변호사 박원순은 여성인권 3법 제정의 주역이었다. 특히 성폭력특별법은 여성연합 업적 가운데 첫 번째로 꼽는다.

필자는 2003년 무렵 남인순을 여성운동 현장에서 만났다. 97년 말 발발한 IMF 경제위기의 여파는 2000년 초 까지 이어졌고, 필자로 하여금 여성운동에 관심을 두게 하였다. 여성 노숙인, 미혼모, 실직한 가장을 대신하여 생활전선에 뛰어든 여성 가장들의 힘겨운 삶을 목격한 이후부터였다. 여성연합의 회원이 되어 참여를 시작하였으나 필자가 추구하는 여성운동의 방향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2003년 당시 여성연합의 대표였던 정현백 교수는 『민족과 페미니즘』을 출판하였다. 좌파민족주의와 페미니즘의 결합을 여성운동의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앞으로 여성들이 분단국가인 상황에서 통일운동에 적극 개입하자는 논리였다. 정현백은 “민족자주통일운동이 그간 남성위주로 진행되고 미국과 남.북간의 삼자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므로 여성들이 통일운동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현백의 ‘민족 페미니즘’ 논리 제공은 NL계열 운동권 여성단체의 민족자주통일운동 지향점과 맞물려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때 남인순은 여성연합의 사무총장으로 토론회 개최 실무를 담당하였고,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국장이었던 윤미향도 열성적으로 참여하였다. 이 시기부터 반미운동, 민족자주통일운동에 주안점을 둔 NL 페미니즘 사조가 좌파 여성운동의 방향을 좌우했다. 당시 활동하던 정현백은 문재인 정부 초대 여가부 장관을 지냈고, 남인순과 윤미향은 국회의원이 됐다. 그때 활동하던 여성운동가들 대부분은 현재 정치인이거나 여가부 산하 공공기관 상층부 인사가 됐다.

여성연합은 <성폭력특별법> 제정에 특별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민족주의 페미니즘을 근저에 두고, 앞자리에는 ‘성 정치’를 배치하여 성 권력 투쟁에 주력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 있다. 그것은 좌파진영의 뿌리 깊고 은밀한 운동권 문화의 한 면이다. 개방적인 성 문화다. 이런 개방성은 곧 성폭력 문제를 유발시켰다. 상징적인 사건이 2000년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 뽑기 100인 위원회> 활동이었다. 100인 위원회가 만들어지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1999년 12월 27일 보건의료노조 송년회 술자리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이었다. 사건이 불거졌음에도 노조 지도부는 일명 ‘조직보위논리’로 덮어버렸다. 그런 이유로 좌파 운동권 내부 문화 정화작용의 일부로 100인 위원회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운동권 특유의 집단주의 성향과 권위적인 선후배간의 위력적인 성 문화, 자유분방한 성 개방 등이 좌파 진영의 내부에는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여성단체들이 성 정치에 몰두하는 일도 좌파의 성 문화가 가진 모순과 싸우다 보니,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무리하게 적용하게 되는 것이다. 좌파진영에서 끊임없이 성추문, 미투가 발생하는 데는 이런 어둠의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남인순은 박 전 시장 피소 관련 유출 건에 대해 책임이 크다. 여성연합 출신으로 현재 여성계의 명실상부한 수장 노릇을 하고 있는 위치에 있다. 여성연합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검찰 수사결과발표에 대한 한국여성단체연합 입장>(2020.12.30)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하였다. 요점은 “여성연합은 이 일을 확인하고 상임대표를 직무 배제했으며, 그동안 반성폭력운동의 원칙과 책무에 대해 다시 고민했고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로 여성연합의 김영순 상임대표가 남인순에게 박 전 시장 피소 사건을 유출한 것에 대한 사과 형식의 입장문이다. 여성연합은 입장문이 아니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해야 마땅함에도 구렁이 담 넘어 가는 식이다.

남인순은 반성폭력운동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럼에도 박 전 시장 사건 피소 사건을 두고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 이는 <성폭력처벌법>의 제23조 ‘피해자, 신고인 등에 대한 보호조치’와 제24조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를 위반하지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 또한 <성폭력방지법> 제30조 ‘비밀 엄수의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는지도 조사해야한다. 게다가 남인순은 박 전 시장의 장례식이 마무리 되자,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 명칭으로 정리하기로 결론을 내린 당사자이기도 하다. 또 김상희 국회부의장도 ‘피해호소인’으로 부르는데 남인순과 함께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여성연합과 더불어 좌파 여성계의 양대 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를 오랫동안 역임한 인사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민주당 여성단체 출신 의원들의 성 윤리 이중 잣대는 선택적이고 선별적이며, 당파적 편향성과 정치적 탐욕이 그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도 괴이쩍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 중심부에 남인순이 있다. 남인순은 도덕적 책임을 면키 어려움과 동시에 정계은퇴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오세라비 객원칼럼니스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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