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2021년 신년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2021년 신년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의 18일 신년 기자회견은 국민과의 소통이 아닌 보여주기 쇼, ‘쇼통’에 불과했다. 탁현민식 정치, ‘언택트 이벤트’를 활용한 ‘우민(愚民) 정치’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일주일전 있었던 자화자찬,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가득찬 신년사의 재탕이었고, 기자들은 들러리로 동원된 느낌이었다.

기자들 들러리된 일주일전 신년사 ‘재탕’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들을 배석시키지 않고, 진행까지 맡겨서 오로지 대통령만 돋보이게 했는데 이것은 기자들의 재질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지난 11일 신년사때처럼 모든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생각만 듣는 일방통행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은 예상질문을 뽑아 미리 연습한 대로 말하면 그냥 끝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회견 첫 머리에 등장한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였다.

“현 시점에서 사면불가”라는 대통령의 입장은 임기말 자신의 지지세력을 결속해서 ‘질서있는 퇴각’을 하기위한 정치공학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것은 대통령이 신년사 등 연초부터 ‘통합’을 강조해온 것과는 정반대의 모순된 선택이었다. 기자회견이 일방통행이 아닌 국민과의 소통이라면 당연히 이 모순된 입장변화의 이유를 추궁했어야 한다.

이것은 대통령 스스로에게 독이 되기도 했다. ‘입양’관련 답변에서 말도 안되는 이상한 대답을 했지만 추가질문이 없다 보니 해명, 잘못된 답변이 수정될 기회가 없었다. 청와대 참모들이 뒤늦게 다른 좋은 취지(사전위탁제도 보완)의 발언이었다고 했지만 기차는 떠난 뒤였다.

언택트 형식에 복불복 질문자 선정, 재질문 없어 대통령 ‘독무대’

질문의 3개 섹션, 방역·사회, 정치·경제, 외교·안보 중 방역·사회를 제일 앞에 배치한 것도 대통령이 자랑하는 K방역을 홍보하기 위한 배려로 보인다. 실제로 대통령은 이 섹션을 시작하면서 “방역을 너무 잘해 질문이 없는 것이냐”는 ‘썰렁개그’를 선보이기도 했다.

언택트 형식에 기자들이 숫자가 적힌 번호판을 흔들면 대통령이 질문자를 선택하는 ‘북볼북’ 방식이다 보니 질문수준도 함량미달이었다.

무려 100명의 기자들이 자신에게 질문기회가 올 것이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얼떨결에 단발성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고, 중요도가 떨어지는 한가한 질문도 많이 나왔다.

기자회견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이고, 기자들은 국민을 대신해서 질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자들은 대통령의 마음속으로 더 치밀하게 파고 들어서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어야 한

다.

과거처럼 질문자와 질문내용을 정해놓고 하는 기자회견에 비해 얼마나 진보한 것이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재질문, 추가질문이 없으니 대통령은 그냥 하고 싶은 말만 하면 됐다. 대통령에게 생길 수 있는 조그만한 흠결을 없애고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한 탁현민식 이벤트정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기자회견을 5번밖에 하지 않은, 소통이 부족한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소통부족’이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기자회견만 소통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현 정권은 ‘SNS 소통’을 즐겨왔다. SNS에 기반을 둔 직접 민주주의를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것은 지지자들, 자기들 끼리끼리 소통에 그치고 말았다.

대통령은 전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청와대 기자회견은 전 국민과 소통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이런 기자회견이 언택트 이벤트로 포장된 자화자찬 쇼가 되고 말았다.

코로나 언택트 시대, 한국의 정치선전 기술자들이 만들어 낸 우민정치의 현주소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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